16일 국방부 당국자는 이번 서해교전을 ‘대청해전’이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1999년과 2002년의 1,2차 연평해전의 표기를 원용하는 한편 해군의 사기를 높이고 해군의 승리를 평가하는 뜻에서 그렇게 부르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해군 지휘관과 병사들을 포상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교전지역이 대청도 인근이고 연평해전 당시에도 ‘해전’이라 명명했다니 ‘대청해전’이 문맥상 별로 틀릴 것도 없는 일이고 국토방위가 임무인 군대가 적군을 격퇴하고 해전에서 승리해 포상을 한다니 별로 놀랄 일도 아니다.

그러나 국방부가 서해상에서 발생한 남북 해군 함정 간의 교전을 굳이 ‘대청해전’으로 불러달라면서 포상까지 실시하겠다는 데는 왠지 모를 씁쓸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 까닭은 무엇보다 우리 해군이 ‘격퇴’한 ‘적군’이 우리와 한 민족이자 미래에 통일된 후 함께 살아가야 할 북한군이라는 데 있을 것이다. 동족인 북한군과 총부리를 겨누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아프고 부끄러운 현실일진데 수천발의 총폭탄을 퍼부은 것이 자랑거리가 될 수 있을까?

뿐만 아니라 아직 서해교전이 우연한 충돌인지 고의적인 도발인지부터 시작해 사건의 전말과 결과가 명쾌하게 드러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축배부터 드는 모양새도 다소 경박스러워 보인다.

한 척의 북측 경비정이 논란의 소지가 많은 NLL을 월선했다는 이유로 4척의 남측 고속정이 초계함과 호위함의 비호를 받으며 집중 포화를 퍼부었고, 정확한 피해상황이 알려지지 않은 채 북측 경비정은 북으로 돌아갔고, 이후 북측이 주장하는 사실관계는 우리 국방부의 발표와 다른 상황이다.

특히 북측은 우리가 ‘선불질’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우리 내부에서도 과잉대응 논란이 있는 만큼 국방부는 지금 승전의 축배를 들 때가 아니라 사건의 전말부터 제대로 파악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신중한 대응책을 강구하는데 힘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국방부가 승전을 자축하는 분위기에 취한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북미관계의 진전을 우려한 우리 군이 늘상 있었던 북측 경비정의 NLL 월선을 먹이감 삼아 고의로 긴장을 조성했다는 의혹만 살 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10일 당일 “더 이상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침착하고 의연하게 대응하라”했고, 16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실제로 북한은 현재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 아닌가, 북한문제와 관련해서는 작은 언급도 국민들을 불안하게 할 수 있는 만큼 언론에 상황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협조를 당부하도록 하라”는 등 사태의 확산을 경계하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16일 <국방일보> 창간 45주년을 맞아 국군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항상 실전처럼 훈련하고 경계에 소홀함이 없어야 하며, 실제 상황이 발생하면 작전예규와 교전수칙에 따라 제대로 대응하고 반드시 승리해야만 한다”면서 “휴전선, 서해와 동해의 NLL 그리고 우리 영공 등 그 어디든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철통같이 지켜야 한다”며 강조하기도 했다.

군 통수권자로서 의당 있을 수 있는 발언이지만 ‘교전수칙’을 언급해 이번 서해교전이 교전수칙대로 진행됐다는 점을 은연중에 부각하고 논란의 소지가 많은 NLL을 ‘한치의 빈틈도 없이 철통같이 지켜야’ 할 경계선으로 규정하는 인식의 일단을 보여준 것이다.

3차 서해교전이랄 수 있는 이번 서해상 충돌이 더 이상 확전되지 않고 남북 모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그나마 불행중 다행이랄 수 있다.

지금은 제4의 서해교전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이번 교전 발생 원인을 분석하고 남북 당국이 서해를 평화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내실있는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이지 ‘해전’의 승리를 자축하고 ‘포상’을 실시할 때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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