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 이른바 10.4선언이 발표된 지 꼭 2년이 지났다. 그간 남쪽 정부는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홀대했고, 이에따라 남북관계도 긴장과 갈등의 연속이었다. 심지어 10.4선언의 주역 중 한 명인 노무현 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버려야 했다. 참으로 비감한 세월이 지나고 있다.

그나마 이번 2주년에는 추석계기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오랜만에 재개되는 등 남북관계 회복의 기미가 보이고 있어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것도 지난 8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을 계기로, 특사 조문단 파견, 12.1조치 해제 등 북측의 거의 일방적인 ‘북한판 햇볕정책’의 결과일 뿐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 10년간의 대북 화해협력정책마저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왜곡된 시각에서 비판적으로 대해왔고,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의미와 성과를 평가하기 보다는 한계와 문제점을 들춰내는데 급급해왔다. ‘저자세’와 ‘퍼주기’ 담론이 횡횡하고 ‘원칙’과 ‘상호주의’에 방점이 찍혔다.

특히 10.4선언에 대해 “남한 차기정부가 분명히 이행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전제를 가지고 책임을 남한에 전가시키면서 북한은 딴 짓을 하기 위한, 딴 길로 가기 위한 전략적인 준비를 했다”(서재진 통일연구원장)며 ‘함정론’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10.4선언에서 합의한 평화체제와 종전선언 추진,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경제협력사업 확대 등은 정권의 호불호와는 상관없이 남북관계의 획기적 진전을 가져올 수 있는 중요한 합의들임에 틀림없다.

북측은 10.4선언 2주년을 맞아 <노동신문> 사설에서 “10.4선언은 6.15공동선언의 실천강령이며 자주통일, 평화번영을 위한 행동지침”이라며 “북과 남은 선언들에 밝혀진대로 대화와 협상을 전진시키고 다방면에 걸쳐 내왕과 접촉,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함으로써 민족의 통일과 번영을 힘있게 추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6.15선언과 10.4선언의 이행을 바라는 민족의 지향과 염원은 오늘 안팎의 반통일세력의 엄중한 도전에 부딪치고 있다”며 “오늘 우리 민족앞에는 반통일세력의 방해책동을 물리치면서 북남선언들을 철저히 구현하여 조국통일위업의 승리적 전진을 이룩해나가야 할 중대한 과업이 나서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리명박 역도’와 같은 극한 표현을 삼갔다.

현 정부가 들어선 뒤 뒷걸음질만 치던 남북관계가 이제 ‘북한판 햇볕정책’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고, 북미간 본격적인 대화도 예상되는 시점이다. 더 이상 정권 초기의 샅바싸움이나 힘겨루기는 시간낭비일 뿐이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정부가 10.4선언 이행을 위해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 할 때이다.

이산가족 상봉은 남과 북이 화해하고 통일해야 한다는 민족적 당위를 있는 그대로 남김없이 보여줬다. 100살 노모에 큰절을 올리는 할머니가 된 딸의 마음에 남과 북의 이념과 체제를 따져물어야 할 것인가? 이같은 이산상봉에도 ‘원칙’과 ‘상호주의’를 적용해야만 직성이 풀릴 것인가?

뒷짐진 채 “우리의 대북정책에 변화는 없다”거나 “북한이 하고 싶은대로 따라가 줄 필요는 없다”는 식의 태도로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갈 수 없다. 북측이 적극적인 자세로 나오고 있는 지금, 10.4선언 합의사항 중 실천 가능한 내용들부터 남북이 손을 맞잡고 이행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실용’적 태도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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