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포용정책의 지속적 발전을 추구하는 ‘한반도평화포럼’이 120명의 회원으로 7일 창립총회를 갖고 첫발을 내딛었다.

공동대표인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과 백낙청 6.15남측위원회 명예대표가 상징하듯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관계와 시민사회계에서 한반도 평화와 남북 통일을 일선에서 일구어온 대표적인 인사들이 망라된 회원들의 면면이 눈부시다.

특히 임동원, 정세현, 이종석,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을 필두로 백종천 전 안보실장, 김만복 전 국정원장과 김형기, 이봉조, 신언상, 이관세 전 통일부 차관, 고경빈, 조명균 전 통일부 국장, 김보현 전 국정원 3차장, 박선원 전 청와대 비서관 등 통일.외교.안보 분야 고위관료 출신들이 민간 포럼에 이처럼 대거 참여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고문들도 김병상 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 김상근 6.15남측위 상임대표, 박영숙 미래포럼 이사장, 양성철 전 주미대사, 오재식 전 한국 월드비전 회장,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 위원장, 지관 조계종 총무원장, 한완상 전 대학적십자 총재, 함세웅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등 중량감 있는 인사들로 구성됐다.

참가자들의 면면이 말해주듯 지난 10년간 대북포용정책의 주도세력들이 민과 관을 망라해 참가했다는 점에서 이 포럼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한 문정인, 백학순, 박순성, 전현준, 한홍구, 고유환, 김근식, 김연철 등 학계 전문가들도 대거 참가해 고위관료 출신 인사들의 경험과 학계의 전문성이 보태진다면 ‘평화와 통일을 위한 대안 모색’도 기대할만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처럼 참가자들의 면면이 화려한 만큼 스스로 내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 증진, 남북의 화해아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고 그의 실현을 위해 노력”해서 많은 성과를 거두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다만 보다 나은 향후 활동을 기대하는 입장에서 두어 가지 지적해두고 싶은 점도 있다.

먼저 이들은 대체로 지난 10년간의 대북포용정책을 관에서건 민간에서건 앞장서 끌어왔다는 점에서, 지난 10년간의 남북화해의 진전과 한반도 평화 정착에 관한 성과를 자신들의 공으로 돌릴 수 있지만 역으로 한계와 문제점 역시 고스란히 자신들의 과오로 돌려질 수 있음에 유념해야 할 것이다.

이들이 6.15와 10.4공동선언, 9.19공동성명을 이끌어낸 주역임에 틀림없지만 지난 10년동안 국가보안법은 폐지되지 못했고, 남북관계 역시 많은 진척에도 불구하고 일정 궤도 이상을 넘어서지 못한 채 자라난 남남갈등은 마침내 보수세력에게 정권을 빼앗긴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는 점에서 뼈아픈 자성이 필요할 것이다.

또 한 가지, 포럼의 목적으로 ‘남북의 화해와 평화적 통일’이 정관에 명기돼 있지만 포럼의 명칭 ‘한반도평화포럼’에는 ‘통일’이 빠져있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일반 국민들과 보다 폭넓고 부담없이 다가가기 위한 배려가 담겼을 것이라 믿지만 포럼의 지향을 이름에 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스스로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120명의 회원 명단 속에 그간 통일운동의 일각을 담당하며 일선에서 활동해온 진보적 재야 통일운동가나 원로들의 이름을 발견할 수 없다는 점도 한번쯤 짚어보아야 할 대목이다. 한국진보연대를 중심으로 하는 재야 통일운동이 광범위한 대중성 획득에 있어 미흡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려운 시기 일관되게 가장 헌신적으로 실천에 앞장서온 것 또한 사실임에 틀림없다.

몇 가지 아쉬움과 미비한 점은 앞으로의 활동과정에서 점차 개선하고 채워나간다면 극복하기 어려운 것만도 아닐 것이다. 창립 결의문에서 “도전과 기회가 교차하는 한반도에서 평화를 정착시키고 남북공동번영의 길을 열어가는 것은 살아있는 우리들의 몫”이라며 “성찰이 필요하며,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라고 밝힌데 대해 전적으로 공감한다.

출발부터 정치권과 언론계 인사들을 배제한 만큼 초심을 지켜 어떤 정치세력이나 언론에도 휘둘리지 말고 의연한 자신의 길을 걸어가길 바라며, 스스로의 힘으로 재정을 마련해 운영의 투명성을 유지해 나가길 기대한다. 그럴 때만이 "남북화해와 평화증진, 그리고 공동번영의 한반도 실현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확산"이라는 목적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남북관계와 6자회담이 표류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을 잃은 슬픔을 딛고 출범하는 한반도평화포럼에 많은 기대의 눈길이 쏠리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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