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제 영원히 우리 곁을 떠났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그를 영원히 가슴속에 간직하겠노라 다짐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가장 고귀한 생명까지 내던짐으로써 비로소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게 되었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노 전 대통령이 재임시절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노력한 사실에 대해서는 평가가 인색한 듯하다.
집권 초기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대북송금 문제가 불거지면서 남북관계가 얼어붙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노 전 대통령의 업적은 결코 적지 않다.
실제로 6자회담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 노력은 9.19공동성명과 2.13, 10.3합의로 이어졌고, 남북관계 개선은 임기말 2차 남북정상회담으로 결실을 맺어 10.4선언이라는 옥동자가 탄생했다.
노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큰 족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면서 노 전 대통령이 일궈놓은 평화와 통일의 터전은 난폭하게 짓밟혔다.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은 부정되고 난데없는 90년대 남북기본합의서가 등장했는가 하면 6자회담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말았다.
심지어 지난 10년간의 남북 화해협력의 최대 산물이라 할 수 있는 개성공단마저 바람 앞의 등불이 됐고, 민간교류마저 전면 차단당하고 있다.
아니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지 않기만을 기도하고 있는 처지가 됐다.

이제 6.15공동선언 9주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은 대북송금 특검으로 껄끄러워진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2004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주최한 6.15 4주년 국제토론회에 직접 참가해 북측 리종혁 아태 부위원장을 만났고,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은 2005년 6.15민족공동위원회가 주최한 평양 6.15통일축전에 참가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하고 6자회담 재개와 남북관계 개선에 전격 합의하기도 했다.

현 정부는 화해와 상생의 대북정책을 모토로 내세우고 대화의지를 천명하고 있지만 그 결과는 초라하기 짝이없다.
더구나 이명박 대통령이 조건없는 남북대화를 제의할 때마다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 등이 먼저 발생해 ‘타이밍을 놓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존중하고 이행하라고 끊임없이 촉구하던 북한도 이젠 지쳤는지 최근에는 이를 더 이상 촉구하지 않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북한이 ‘이명박 정부가 6.15공동선언을 짓밟는 현실에서 더 이상 우리만 6.15, 10.4선언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수순 뿐일 것으로 보인다. 그것도 조만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영원히 떠나보내며, 아니 영원히 가슴 속에 품으며 다짐할 것은 다름아닌 10.4선언을 이행함으로써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앞당기자는 다짐이다. 10.4선언을 되살려내야 하는 것이다.

정부도 더 늦기 전에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조건없이 인정하고 실천에 나설 것을 선언해야 한다.
11일 김대중도서관이 주최하는 ‘6.15 남북정상회담 9주년 기념 특별강연’이나 14일 6.15남측위원회가 주최하는 ‘6.15공동선언 9주년 기념행사’에 통일부 장관이나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해 그 실천의지를 명백히 보여주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미 더 이상 정전협정에 구속받지 않고, 전쟁상태로 나아간다고 선포한 북측에게 현 단계에서 이보다 더 긴급하고 적절한 화해메시지는 없을 것이다.
김하중 전임 통일부 장관이 여권 내부의 여러 기류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김대중도서관이 주최하는 6.15 8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지만 6.15공동선언에 대한 어정쩡한 발언만 내놓았던 경험도 참조해야 한다.

정말로 시간이 거의 없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와 6.15공동선언 기념일을 계기로 6.15와 10.4선언을 반드시 되살려내자.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