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중항쟁 29주기 추모제가 17일 오전 구(舊) 전남도청에서 열렸다. 5.18월 추모제는 그간 망월동 묘역에서 열려왔는데 구 도청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29년 만에 처음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날 추모제는 간간히 내린 비 탓도 있겠지만 왠지 비장감마저 들었다.

전남도청 건물, 정확하게는 5.18항쟁의 상징인 도청 별관은 건물 전체가 검은 천으로 드리워져 있었다. 건물이 상복을 입고 있었다. 건물을 둘러싼 검은 천에는 ‘5.18사적지 구 도청은 원형보존되어야 합니다’, ‘5.18민중항쟁 최후의 격전지 구 도청을 반드시 보존하자’는 현수막들이 을씨년스럽게 나붙어 있었다.

이날 추모제는 금남로4가 4거리에서 꽃상여를 메고 그 뒤를 나이 든 유족들이 검은 양복과 소복 차림으로 구 도청을 향해 행진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유족들은 오열했고 꽃상여가 구 도청에 들어오자 사회자는 “5.18때 청소차에 실려 어디론가 사라졌던 5월의 영령들이 도청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분위기를 잡았다. 29년이 지난 지금 5월의 영령들은 어느 정도 해원(解寃)도 됐을 법한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다름 아닌 도청 철거 문제 때문이다. 유족들은 ‘역사의 현장’이 철거 위기에 놓이자 이를 막기 위해 이날 장소를 바꾸면서까지 추모제를 치른 것이다. 유족들은 “공권력이 5.18망월동묘지를 막을 때에도 추모제를 한 번도 장소를 옮기거나 포기한 적이 없는데 이번만은 부모형제의 무덤을 떠나 이곳 옛 전남도청에서 추모제를 지내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만큼 긴박하고 또 절박하다는 얘기다.

어쨌든 광주에서는 도청 철거 문제를 둘러싸고 시민들이 분리되고 오월단체들이 나눠지고 있었다. 문제의 발단은 정부당국이 구 도청 자리에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건립하겠다고 나선 데에서 비롯되었다. 이날 구 도청에서 추모제를 치른 (사)5.18민주유공자유족회와 (사)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는 정부당국이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립 추진과정에서 오월단체들에 개입했을지도 모른다는 강한 의혹을 갖고 있다.

오월이 분리되고 광주가 나눠져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도청 철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그것은 ‘5월의 정신’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5월의 정신’이란 무엇인가? ‘5월의 정신’이란 5월의 모든 것들이 권력과 금력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지금 정부당국이 추진하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립에는 권력과 금력의 냄새가 물씬 풍기지 않은가?. 도청이 철거돼서는 안 되는 이유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