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 행정부로서는 최근 북한의 행각에 기분이 상했을 수도 있다. 북한이 오바마 행정부 출범 초부터 강한 압박을 가했으니 말이다. 통상 출범 초에는 밀월기간이라는 게 있고 또 잠시 기다려주는 미덕도 필요한 데 말이다. 사실 북한이 보여준 일련의 대미 파상공세는 눈부실 정도다.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인공위성 발사 예정을 알렸고, 4월 5일에는 예정대로 인공위성을 발사했다. 이어 4월 14일에는 6자회담 불참 선언을 했으며, 25일에는 영변 5㎿급 원자로의 폐연료봉을 재처리, 무기급 플루토늄을 추출해 이를 핵무기 제조에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또한 29일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 기업 3곳을 제재대상기관으로 지정한 데 대해 강력 반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실험을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특히 이때 경수로발전소를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모두가 미국으로서는 거북스러울 뿐만 아니라 끔직한 것이기도 하다.

이에 반해 북한은 미국의 행태에 불만이 충천해 있을 수 있다. 앞에서 열거했듯이 북한은 자신의 대미 압박 카드를 모두 소진시키면서까지 미국을 압박했는데도 별무신통이니 말이다. 북한의 강한 대미 압박은 대미 대화 요구의 한 표현일 수 있다. 특히 북한이 핵시험, 인공위성 발사, ICBM 발사, 경수로발전소 건설 등을 백화점 상품마냥 전부 나열했다는 것은 미국과 모든 것을 툭 까놓고 협상을 하자는 것으로 봐야한다. 그런데 오바마 행정부 측에서 다소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처음에는 대화모드를 취하는 듯하다가, 이어 대화와 압박을 병행하더니 최근에는 압박으로 맞서거나 아예 무대응으로 기우는 점이 그렇다. 미국이 어차피 북한과 항시적인 대결구조로 갈 참이 아니라면 이제 대화에 나서야 한다. 늦게 나설수록 북한의 몸값은 높아지고 그만큼 미국이 지불해야할 비용이 늘기 때문이다. 더욱이 북한에 억류된 미국 여기자 2명이 재판에 회부됐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대응은 지지부진하다. 한마디로 말해 북한의 대미 공세도 이례적이지만 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도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지금 6자회담이 개점휴업 상태라면 북한과 미국이 만날 수 있는 장은 협소해진다. 북한은 이미 6자회담에 “다시는 절대로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동어반복성 단어를 두 번이나 연달아 사용했다. 북한의 행태로 보아 이 정도 표현이라면 일단 6자회담 불참이라고 못박아도 된다. 이는 미국과의 직접대화를 원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북한의 입장을 대변해 온 재일 <조선신보>도 여러 지면을 통해 사실상 북미 양자회담을 촉구하고 나섰다. 오바마 행정부가 이전 부시 행정부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현실’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지난달 30일 “북한이 이 시점에 6자회담에 복귀, 핵시설 불능화를 다시 시작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고 밝혔다. 솔직한 표현이다. ‘현실’에 바탕을 두면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 6자회담이 어렵다면 양자회담 아닌가? 그렇다면 미국은 과연 움직일 것인가?

그럼에도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대화 의지는 아직 명확하게 읽히지 않는다. 특히 오바마 행정부가 분쟁지역이나 적대적 관계에 있는 다른 나라들에 대한 것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는 현저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에 대해 지난 3월 이란 최대 명절 때 이례적으로 화상 메시지를 발표하고 새 출발을 맞아 오랜 적대관계를 청산하자고 말했다. 또한 4월엔 50여 년 동안 적대적 관계를 지속해온 쿠바에 대한 제재 조치를 일부 해제해 미국판 ‘햇볕정책’을 펼쳤다. 또한 같은 달엔 반미 좌파 정부의 기수이자 부시 행정부 시절 눈엣가시 같은 존재인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첫 악수를 나눴고 이에 차베스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양국관계 개선을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이에 앞선 지난 3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이스라엘을 방문 중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두 개의 국가 공존에 관한 강한 언급을 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이들 이란, 쿠바, 베네수엘라, 이스라엘-팔레스타인에게는 화해 제스처를 보내면서도 유독 북한에게만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직 명확한 사인을 보내지 않는 걸까?

북한과 미국의 엇박자 탓이다. 엇박자 이유는 명백하다.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를 둘러싼 인식의 차이 때문이다. 북한은 자신의 ‘국가발전전략’에 따라 ‘인공위성’을 발사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를 ‘미사일’로 판정하고 ‘대외침략전략’으로 상정했다. 그래서 유엔안보리를 통해 제재조치를 취했다. 북한은 이를 두고 오바마 행정부도 이전 부시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대북 적대시정책에서 변화가 없다고 받아들였음직하다. 인공위성과 미사일의 차이, 보다 정확하게는 국가발전전략과 대외침략전략이라는 인식차이가 북미간 엇박자를 내게 한 것이다. 이는 북한이 4일, 인공위성 발사 이후 미국 주도로 유엔안보리가 의장성명을 채택한 것 등을 지적하면서 “미국의 현 행정부가 이전 행정부와 조금도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한 데서 드러난다. 오바마 행정부의 강점은 올바른 ‘현실’ 인식에 있다. 북한이 대외침략전략이 아닌 국가발전전략에 따라 미사일이 아닌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 것은 명백하지 않은가? 북한이 오바마 행정부도 부시 행정부와 별 수 없다는 결정적 판단을 내리기 전에 미국은 대북대화에 나서라. 6자회담 무산에 이어 양자회담의 끈마저 놓쳐서는 안 된다. 오바마 행정부는 무엇을 망설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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