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고비마다 그 시기를 특징짓는 키워드가 있다. 2000년대 초중반 한국의 20대를 규정하는 키워드는 1000만원대의 등록금과 100만 청년실업이다. 이 책에 따르면 2001년부터 대학등록금이 물가인상률에 비해 2배씩 뛰기 시작했고 2006년을 경계로 취업준비자가 청년실업자의 숫자를 넘기 시작했다.

▲ 조성주의 『대한민국 20대 절망의 트라이앵글을 넘어』(시대의창, 2009) 표지.
그렇다면 당시 학생운동은 어떠했을까? 당시 학생운동은 운동의 선봉대이므로 얼마 남지 않은 통일을 위해 자주통일운동의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는 생각이 보편적이었다. 봄철 등록금 관련 투쟁이 ‘습관처럼’ 진행되기는 했지만 여기에 진정성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덕분에 학생들은 ‘개나리 투쟁’에 잠시 관심을 기울인 후 희망을 발견하지 못하고 수업과 아르바이트를 오가며 학업과 스펙을 쌓기에 여념이 없었다. 2000년 8.15 행사에 근 1만명을 동원했던 학생운동이 학생 대중들로부터 결정적으로 멀어지기 시작한 것은 당시 20대 학생들의 키워드를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학진학률 80%, 대학등록금 1000만원이면 이미 전 국민이 어떻게든 연결되어 있는 전 사회적인 문제이다. 그럼에도 등록금ㆍ청년실업 문제가 적당히 넘어갈 수 있었던 것은 짧게는 2006년, 길게는 2008년 상반기까지 이어졌던 버블과 재테크 열풍 때문이었다.

그런 면에서 ‘88만원세대’인 20대가 짊어졌던 고통과 외로움은 작지 않은 것이다.

이 책에는 등록금과 청년실업이 20대의 키워드로 등장했던 시기 이에 ‘정직하게’ 맞섰던 한 청년의 고민과 여정이 담겨 있다.

내가 저자 조성주를 알게 된 것은 어느 강연장에서였다. 강연을 다니다 보면 앞뒤로 배치된 강연자들과 마주치곤 하는데 저자 또한 그렇게 알게 되어 4~5년 이상 인연을 갖고 있다.

저자는 비슷한 시기의 학생운동가들과는 달리 선배들로부터 구전(口傳)된 전통에 얽매이지 않는 독창적인 감각과 안목을 갖고 있다. 덕분에 나는 그로부터 20대의 실정과 감성에 대해 많을 것을 배웠다. 그리고 저자와의 인연은 단지 20대 문제를 뛰어 넘어 사회적인 문제 전반에 대한 고민과 토론으로 발전했으니 나는 지난 몇 년간 그에게 많을 것을 빚진 셈이다.

나는 진보진영의 중심에 있는 386세대가 꼭 한번 이 책을 일독하기를 권한다.

거기에는 386세대가 대학을 다녔던 시절과는 너무도 다른 20대의 생활이 가감 없이 들어있다. 그리고 저자의 ‘요청’처럼 20대의 탈정치화를 논하기 이전에 그들의 입장에 서서 20대와 진심으로 소통하고 연대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책은 대체로 1~2학년 또는 20대를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쓰여졌다. 이 책에는 간략히 다루어졌지만 의미 있는 논점을 지적하는 것으로 글을 맺고자 한다.

첫째, 등록금ㆍ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해진 것은 그나마 펀드열풍ㆍ부동산 버블 등 어느 정도 완충지대가 있을 때의 산물이다.

2008년 하반기를 정점으로 한국경제는 총체적인 비상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제는 영세자영업자ㆍ청년실업ㆍ농민을 넘어 제조업의 임시일용직은 물론 정규직과 중산층의 상당 부분까지도 서서히 태풍의 영향권 내로 진입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다면 우리의 고민은 대학생들의 고통을 넘어 사회 전체를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발전해야 하고 신속히 실천적인 장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저자가 제출한 등록금 후불제, 청년노동조합, 세대교체와 세대간 연대 등의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

둘째, 통일문제 또한 386세대와는 다른 20대의 정서와 실정에 맞는 새로운 노선이 제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386세대의 통일관이 민족적 감수성에 민감하고 정치군사적인 문제에 집중했다면 20대가 바라보는 통일관은 세계적인 감각과 사회경제적 갈등에 민감했던 역사적 경험만큼 그에 입각한 20대만의 진취적인 통일관이 태어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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