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국제사회와 ‘약속한 대로’ 인공위성을 발사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5일발에서 “우리의 과학자, 기술자들은 국가우주개발 전망계획에 따라 운반로켓 ‘은하-2호’로 인공지구위성 ‘광명성2호’를 궤도에 진입시키는데 성공하였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통신은 “‘은하-2호’는 주체98(2009)년 4월 5일 11시 20분에 함경북도 화대군에 있는 동해위성발사장에서 발사되어 9분 2초만인 11시 29분 2초에 ‘광명성2호’를 자기 궤도에 정확히 진입시켰다”고 덧붙였다.

아직 미국 등이 북한의 발사체가 인공위성인지에 대해 확실한 언질을 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그간 과정이나 정황으로 보아 인공위성임은 확실해 보인다. 아울러 ‘국제적 차원에서’ 인공위성이 대기권 진입에 성공했느냐 실패했느냐 하는 점도 남아있다. 게다가 북한이 밝힌 이날 오전 11시 20분이라는 발사 시점이 남측 정부가 밝힌 11시 30분 15초와도 차이가 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몇 가지 쟁점들은 앞으로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핵심은 북한이 예정대로 인공위성을 발사했다는 점이고, 이로써 10번째 위성발사국으로서의 입지를 굳히게 됐다는 점이다.

북측의 인공위성 발사는 국가발전전략의 일환

그간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와 관련 그 의도에 대해 여러 설이 있어왔다. 오바마 미 행정부와의 ‘샅바싸움’, 남북관계에서 이명박 정부에 대한 강력한 경고 그리고 오는 9일 개최 예정인 제3기 최고인민회의 1차회의를 향한 ‘축포’ 등등이 그렇다. 물론 부분적으로는 맞을 수 있다. 그런데 그보다는 그간 북측의 입장을 비교적 충실히 대변해온 재일 <조선신보>가 4일자에서 밝힌 대로 “2012년 강성대국건설을 향한 신호탄”일 공산이 크다. 5일발 <조선중앙통신>도 2012년과 인공위성 발사 성공을 연결시켜 이 점을 명확히 밝혔다.

모두가 알다시피 북한의 전략적 목표는 강성대국건설이다. 지난 1998년 8월 31일 쏘아 올린 ‘광명성1호’가 강성대국건설을 알린 선언적 의미라면 이번 ‘광명성2호’는 강성대국의 실질적인 초기 진입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2012년이라는 구체적인 해를 강조하는 점에서 그렇다. 인공위성 발사가 북한의 ‘국가발전전략’에 따른 선택임을 짐작케 해주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이는 외부에서 왈가왈부하거나 시비 걸 일이 못된다. 어느 나라에나 국가발전전략이 있기 마련이다. 오히려 국가전략이 없는 나라가 문제일 뿐이다.

북측의 인공위성 발사 의도가 국가적 차원의 전략적 선택이라면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는 인공위성 발사 이전과 이후 시대로 나눠질 것이다. 인공위성 발사 이전은 북한과 국제사회가 대립과 갈등의 시기였다면 인공위성 발사 이후 시기는 대화와 타협의 시기로 전변될 것이다. 이 말은 인공위성 발사를 기점으로 북미관계를 비롯한 남북관계와 북일관계 등 동북아 국제사회의 역학관계가 변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국제사회의 선택

국제사회는 유엔을 통해 대북 대응조치를 마련하고자 할 것이다. 당장 미국과 일본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1718호 위반이며 도발행위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인공위성이냐 미사일이냐에 따라 안보리 결의안이 달리 적용될 수 있고, 무엇보다도 중국과 러시아의 태도가 미온적이라서 대북 결의가 실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따라서 북한 인공위성의 유엔 안보리 회부는 인공위성 발사에 따른 국제적 열기를 일정 기간 식히는 자리가 될 공산이 크다.

무엇보다 미국의 입장이 중요하다. 다행히도 미국은 인공위성 발사 이전부터 그 이후를 염두에 둔 발언을 많이 해 왔다. 로켓이 미사일이 아니라 인공위성이고 또한 그 로켓을 요격하지 않겠다고 한 것 등이 그렇다. 미국은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가 다른 차원에서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의 보유를 의미하므로 긴장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는 역으로 북미관계가 잠시 냉각기를 거친 뒤, 미국이 핵과 미사일이라는 대량살상무기(WMD)를 가진 북한과 직접 대화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일본이 어려워졌다. 인공위성 발사 이전 국면에서 일본은 너무 대책 없이 앞서 나갔다. 일본이 ‘인공위성’의 파편일지라도 일본 영역에 낙하할 경우 즉시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을 이용해 요격에 나서겠다는 것이 그렇고 또한 인공위성 발사 하루 전에는 ‘일본 정부의 로켓 탐지시스템 오작동-NHK 오보’로 이어져 국제적 망신거리가 되기도 했다. 취약한 아소 다로 내각이 취할 수밖에 없는 한계이기도 하다. 그러나 큰 범주에서는 향후 북미관계가 대화국면에 들어서면 일본도 이번 인공위성 소동을 통해 국내 정치공학적으로 선방을 한 만큼 대북 분위기가 바뀔 여지는 있다.

남과 북에 거는 기대

인공위성 발사 이후 정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남북관계다. 정확하게는 남측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에 왔다. 북측의 몸값이 높아진 만큼 남측도 덩달아 그 역할이 높아가고 있다. 다행히 남측도 인공위성 발사 이후를 대비해 왔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북한의 로켓 발사 움직임과 관련해 군사적 대응에 반대한다고 말한 것과 또한 3일 G20 금융정상회의 참석차 영국방문 중에는 “북한이 수용하면 특사를 파견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 그렇다. 아예 이참에 PSI(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 참가를 유보해야 한다. 인공위성 발사 이전의 대결국면에서는 PSI 참가를 압력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어도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다시 말해 대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번 인공위성 발사 전후 정세에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데 성공했다. 인공위성으로 세계를 들었다 놨다 했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인공위성 발사 이후 정세가 중요하다. 북측은 그 첫 해결고리로 남측과의 관계부터 푸는 게 순리다. 이제 북측은 남측과의 ‘전면대결태세 진입’과 ‘전쟁접경’을 풀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이 단서를 달았던 “북한이 수용하면 특사를 파견할 것”에서 특사 수용 의사를 밝혀야 한다. 그리하여 인공위성 발사 이후 달라질 정세에서 남과 북이 정세의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 남측은 미국이 북측과 대화에 나서기 전에 먼저 남북대화에 나서라. 아울러 북측은 남측이 대화에 나설 수 있는 입지를 마련해 줘라. 인공위성 발사 이후 정세에서 남과 북에 거는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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