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더비’로 관심을 모았던 남북축구 월드컵 예선전이 끝났다. 결과는 남측의 1 대 0 승리. 남과 북이 정치적으로는 파탄 일보직전에 있으면서도 이처럼 스포츠 경기가 열릴 수 있다는 것은 월드컵축구가 갖는 국제적 성격과 함께 스포츠가 갖는 어떤 정치적 독립을 느끼게 해 준다. 어쨌든 1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0년 남아공월드컵 예선 남북전은 월드컵 진출의 관문이었던 만큼 시종일관 박진감이 넘친 경기였다. 그런데 단순한 축구경기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 경기 후 북측 김정훈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번 남북전이)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진행된 경기”라며 두 가지 이의를 제기했다. 하나는 “골키퍼 리명국과 스트라이커 정대세가 (3월) 31일 식사를 했는데 토하고 설사를 해 경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후반 2분 정대세의 헤딩슛은) 공이 골라인을 넘은 것 같은데 이를 무시했다”며 심판 판정에 강하게 불만을 나타낸 것이다. 배탈이 난 거야 그렇다 치고 또한 설사 오심이라 하더라도 스포츠 시합에서 왕왕 있는 일이니 그렇다손 치자. ‘패장의 변’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 유감스러운 일은 경기장 안이 아닌 스탠드에서 일어났다. 이날 ‘붉은악마’는 일방적으로 남측을 응원했다. 이번 남북전에서 처음으로 ‘태극기 카드섹션’을 선보였고, 90분 내내 태극기 깃발을 흔들며 ‘대~한민국’을 연호했다. 여기까지는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붉은악마는 북측이 공을 몰고 가는 장면에서 ‘우~~’하고 야유를 보냈다. 특히 북측이 코너킥 등 세트피스 상황에 놓였을 때 더 크게 야유를 보냈다. 축구 국가대표팀의 공식 서포터스로서 남측을 일방적으로 응원하는 것은 그렇다 쳐도 부러 북측을 야유하는 것은 좀 심하지 않았나 싶다.

◆ 그런데 진정으로 유감스러운 일이 일어났다. 이날 한국진보연대, 민주노총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 700여명이 ‘남북 공동응원단’을 꾸렸다. 통상 공동응원단이 사용하는 응원도구로는 한반도가 그려진 ‘단일기’(통일기, 한반도기)와 남북이 하나의 민족임을 알리는 현수막 정도다. 그런데 이번에 단일기는 수기(手旗)든 대형이든 경기장 반입이 불허됐고, 그나마 공동응원단석에 내걸린 ‘우리는 하나다’라고 쓰인 현수막마저 강제철거를 당할 뻔한 수모를 겪었다. ‘정치성 표현물’이라는 것이다. 정치가 스포츠에 개입한 것 같아 씁쓸하다.

◆ 지금 ‘인공위성’ 정국에서는 남북이 정치적으로 첨예하게 맞붙을 수 있다. 그래서는 안 되지만 스포츠도 하릴없이 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번 남북전에서 이긴 남측은 3승 2무(승점 11)이고, 진 북측은 3승 1무 2패(승점 10)가 되었다. 그러나 아직 승부가 끝나지 않았다. 남과 북의 목표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 본선 진출이다. 이번 남북전에서는 남측이 이겼지만 남북이 모두 이길 수 있는 길이 있다. 남북이 함께 월드컵 본선에 동반진출하는 것이다. 남과 북이 축구를 통해 정치적 갈등을 넘어서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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