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라면 흡사 전쟁전야의 분위기라 할만하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남북관계는 험악한 분위기가 다단계로 상승하면서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육상에서 해상으로, 해상에서 공중으로, 그리고 공중에서 우주로까지 남북이 대립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말 군사분계선(MDL)을 통한 모든 육로통행을 엄격히 제한, 차단하는 12.1중대조치를 발표해 사실상 육로를 막았으며, 올해 1월 17일 군부는 ‘전면대결태세 진입’을 선언하면서 서해해상 군사분계선 고수 입장을 밝힌데 이어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1월 30일 북방한계선(NLL) 폐기를 선언해 해로를 막았다. 더 나아가 조평통은 3월 5일 ‘키리졸브/독수리연습’ 군사훈련 기간 동안 북한의 동해상 영공 주변을 통과하는 남측 민간 항공기의 항공안전을 담보할 수 없게 됐다고 발표해 공중을 막았다. 이번에는 인공지구위성에 대한 요격은 곧 전쟁을 의미한다고 밝혀 전선을 우주로까지 확장시켰다. 게다가 이제 남북간 유일한 연락통로인 군통신마저 단절됐다.
통신의 차단은 무엇을 말하는가? 육상, 해상에 이어 공중, 우주로까지 전선이 쳐지더니 군통신마저 단절된다면 이는 한반도 어디에서건 어떤 일, 무슨 수작이 일어나도 그것을 알리거나 제어할 수 있는 마지막 수마저 상실됨을 의미한다. 그렇게 된다면 지금 거미줄처럼 전방면적이고 입체적으로 쳐져있는 남북 대결구도 속에서 언제든지 우발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고, 그 우발적 충돌이 국지전으로, 국지전이 전면전으로 비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북한은 이미 전면전까지 내다보며 그 성격까지 규정해 놓았다. ‘통일대전’이라는 것이다. 북한은 앞의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보도를 통해 “만약 우리의 거듭되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호전광들이 감히 침략전쟁을 강요한다면 우리의 혁명무력은 단호하고도 무자비한 정의의 통일대전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한미연합의 ‘침략전쟁’에 대해 ‘통일대전’으로 맞서겠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이 1950년 한국전쟁을 ‘조국해방전쟁’으로 규정한 것을 상기시킨다.
원칙과 개념의 나라 북한이 이 정도로 말한다면 이는 모든 것을 예상하고 각오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지금 남북 사이의 정치군사적 대결이 이처럼 ‘전쟁접경’으로까지 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가 이를 막기 위한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더 놀라운 것은 북한이 ‘침략전쟁’이라 규정한 ‘키리졸브/독수리연습’ 군사훈련을 미국 주도하에 한미가 버젓이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전면전 각오를 막으려하지 않고 오히려 북의 오판과 도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키리졸브/독수리연습’은 당장 중지되어야 한다. 한쪽이 ‘키리졸브/독수리연습’ 군사훈련을 침략전쟁으로 경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한쪽이 이를 무시한다면 이는 최소한 전쟁을 방치하거나 유도하는 것이며 나아가 사실상 전쟁을 거는 것과도 마찬가지다. 전쟁이 통일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통일은 ‘통일대화’로 이뤄야지 ‘통일대전’으로 이룩해서는 안 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