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인공위성’을 쏘겠다고 공식 발표를 했다.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는 24일 대변인 담화를 발표하여 “현재 시험통신위성 ‘광명성 2호’를 운반로켓 ‘은하-2호’로 쏘아 올리기 위한 준비사업이 함경북도 화대군에 있는 동해위성발사장에서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로써 궁금해 하던 인공위성 명칭(광명성 2호), 운반로켓 명칭(은하-2호), 발사 장소(화대군) 등이 밝혀짐에 따라 이제 발사는 기정사실화되고 오직 언제 쏠까라는 발사 시점만 남게 되었다. 사실 북한은 이번 달 들어 <로동신문>(2009.2.7)을 통해 최근 이란의 인공위성 발사를 예로 들면서 북한도 우주이용 권리가 있다며 우주진출에 강한 의욕을 나타냈으며, 또한 <조선중앙통신>(2009.2.16)은 “무엇이 날아올라갈지는 두고 보면 알게 될 것”이라면서 “우주개발은 우리의 자주적 권리이며 현실발전의 요구”라고 밝혀 발사체가 사실상 인공위성임을 알린 바 있다.

이 정도라면 ‘빈말하지 않는’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할 것이라고 봐야 한다. 북한이 하겠다고 하고나서 하지 않은 적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미국 등은 장거리 로켓을 장거리 미사일(대포동 2호)로 보면서 우려 표명과 함께 발사 중지를 요청하고 있다. 미국의 우려는 간단하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에 인공위성을 실어 발사에 성공한다면 이는 곧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이 인공위성 발사 중지를 요청하고는 있으나 그 수위와 방법이 매우 부실하다. 일부에서 대북 제재론을 이야기하나 이는 사후약방문이고 실효성도 없다. 북미간 전쟁분위기로까지 치달았던 2006년을 상기해 보라. 북한은 그해 7월 미사일실험을 하고 10월엔 지하핵실험을 했다. 그때에도 미국과 일본, 한국 등이 떠들면서 대북 제재를 따지고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까지 나왔으나 그리 효험을 발휘하지 못했다. 북한이 그 정도로는 눈 하나 꿈쩍거리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검증된 바다. 제재설이 아니라 인공위성을 막으려면 실제적인 방법으로 막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한편에서는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 성공을 통해 ‘2012년 강성대국건설’의 현실화를 알리거나 또는 ‘3월8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 - 4월초 김정일 국방위원장 재추대’라는 자축 분위기 등을 위한 국내정치용이나 체제결속용이라 본다. 다른 한편에서는 인공위성 발사로 탄도미사일 기술을 과시함으로써 오바마 행정부가 대북 협상에 조기에 나서도록 압박하는 ‘대미 협상용’이라고도 본다. 모두 일말의 타당성이 있지만 본질로는 부족하다. 요지는 북한이 ‘군사강국’임을 알리려는 것으로 봐야 한다.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그것도 대북 라인이 설정되기도 전에 ‘미사일 발사’라는 대미 협상 카드를 소진시키면서까지 인공위성을 쏘겠다는 것은 그 어떤 자신감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어쨌든 인공위성 발사가 성공한다면 북한은 지난 2006년 핵실험 성공과 함께 ‘핵+(탄도)미사일’이라는 강력한 무력을 갖추게 된다. 이는 미국의 어떤 군사적 위협, 즉 적대시정책에도 맞설 수 있는 자위력을 갖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 힘을 바탕으로 북한은, 미국과 한편으로 대화를 할 수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 대결을 할 수도 있게 된다.

이제 미국의 선택이 중요하다. 앞에서도 밝혔듯이 미국은 북한과 대결 분위기가 극한점으로 치닫던 2006년에도 대북 제재에 나서겠다고 했으나 결국 북한이 핵실험을 하자 대화로 돌변한 적이 있다. 이번에도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하면 미국은 2006년 핵실험 때와 마찬가지로 대화 테이블에 나갈 수밖에 없다. ‘대량살상무기’인 핵과 미사일을 겸비한 북한과의 대화는 필연적이다. 그렇다면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하고 나서 대화에 나서느니 그 전에 대화에 나서는 게 비용이 덜 들 수 있다. 일단, 미국이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대화를 제의하는 것이다. 북한이 지난 1999년 9월, 미국과의 협상이 지속되는 것에 한해서 ‘미사일 시험발사 모라토리엄(유예)선언’을 한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북한이 대미 대화 유도를 위한 발사가 아니라 군사강국을 시위하기 위한 발사인 만큼 그 발사를 중지시키려면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대협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게 뭘까?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라는 큰 그림 아래 북한과 관계정상화라는 본격협상에 들어가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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