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반북 대결주의적 요소는 전방면적이다. 그도 인정했듯이, 무엇보다도 현 정부 출범 전 인수위에서 ‘비핵 개방 3000’을 주도적으로 입안했다. 이는 결정적 하자다. 우리가 수차 밝혔지만 ‘비핵 개방 3000’은 북한의 의사나 의지와는 상관이 없을 뿐더러 대북 적대시정책의 일환인 ‘선핵포기’를 폐기한 부시 미 행정부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더욱이 지금 미국은 부시에서 오바마로 정권이 바뀐 상태다. 게다가 인수위 시절 통일부 폐지론과 관련한 논의에 관여했을 것이란 정황이 담긴 구체적 근거도 나왔다. 통일부 폐지론자에게 통일부장관이라는 감투를 주는 대통령이나 받는 당사자라니, 이 지독한 희극(?)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또한 그는 남북관계를 다루는 ‘북한통’이 아닌 한미관계와 안보분야를 전문으로 한 국제정치학자다. 따라서 그에게는 한미동맹만이 최고의 가치이지 민족공조는 눈밖에 있을 따름이다. 이같은 자질론만이 아니다. 도덕성에도 하자가 있다. 논문 이중 게재, 제주도 땅 편법 증여 문제, 자녀 위장전입 등 숱한 의혹도 여전히 남아있다.
이런 현 장관 임명을 두고 북한은 당장 <로동신문> 13일자에서 “반공화국 대결기도의 뚜렷한 발로”라고 못박고 나섰다. 북한은 이미 1월 25일자 <민주조선> 논평에서 “현인택이 주동이 되어 꾸며낸 ‘비핵, 개방, 3000’은 동족과의 대결을 골자로 하고 있다”면서 그를 대북 대결론자로 지목한 바 있다. 또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남북간 정치.군사 관련 합의사항 무효화 선언을 담은 ‘1.30성명’에서 “어리석기 그지없는 ‘비핵 개방 3000’을 철회하기는커녕 그 대결각본을 고안해낸 악질분자를 ‘통일부’의 수장자리에까지 올려 앉힌 것은 우리와 끝까지 엇서나가겠다는 것을 세계 면전에 선언한 것”이라고 극도의 불신감을 드러냈다. 첩첩산중이다. 더 나아가 북한은 이명박 정부를 아예 상종하지 말아야 할 대상으로 치부했다. 같은 조평통 ‘1.30성명’은 “이제 북남관계는 더 이상 수습할 방법도, 바로잡을 희망도 없게 되었다”며 기대를 접었다. 이는 그간 대화와 대결이라는 양면전술을 사용해온 여느 성명(담화)들과는 현저히 다른 것이다. 결국 북한은 사이트 <우리 민족끼리> 2월 11일자 논평에서 “이명박 정부가 김영삼 정부보다도 더 비참한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까지 극언했다.
이처럼 최악의 남북관계 상태에서 최악의 인사가 임명된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선수교체가 상황을 반전시키기는커녕 오히려 더 악화시키고 있다. 대통령이 왜 장관을 교체했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자질론과 도덕성에서 결정적 하자가 있다 보니 그가 장관이 된들 힘을 받을 것 같지가 않다. 이런 판에 현 장관은 12일 취임사에서 의욕적으로 통일관련 ‘6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특히 세 번째에서 “지속 가능한 대화와 협력을 통해서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를 제시했다. 이는 말이 그렇지 그 뜻은 ‘기다리는 전략’의 다른 표현으로서, 현 장관이 처음부터 이명박 정부의 겉치레를 철저히 닮고 있음을 자인할 따름이다. 누가 대화를 싫어하겠는가? 그런데 그 전에 할 일이 있다. 현 장관이 6가지 원칙을 제시하기에 앞서, 먼저 꼭 지켜야 할 하나의 원칙이 있다. 신임장관으로서 남북대화를 원한다면 그 첫 일성은 이래야 한다.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존중.이행한다.” 이외에는 백약이 무효다.
국내의 친미수구는 미국의 손발이다. 통일을 위한 외교와 정치를 친미수구에 기대어 해보겠다는 착상은 병적이다. 이명박은 우매한 민중을 속여 대통령이 되었다. 우매한 민중을 이용하고 탄압하는 악순환은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 현인택의 말바꾸기는 그가 환경을 얼마나 낮추어 보고 있는가 하는 증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