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파고가 심상찮다. 남북관계가 군사적 위기 상황으로까지 번져온 듯하다. 지난 17일 북한의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북한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명박 정부가 반북 대결책동을 펼치고 있다고 하면서 △남측에 대한 전면 대결태세 진입 △남측의 대북 선제타격에 맞선 대남 군사적 대응조치 △서해해상 군사분계선(MDL) 고수 등 세 가지를 선언했다.

이는 북한이 사실상 준전시상황으로 들어가면서 특히 남북간 최대 약한 고리인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대해 경고를 한 것이다. 담화는 “조국이 통일되는 그날까지 조선서해에는 불법무법의 ‘북방한계선’이 아니라 오직 우리가 설정한 해상 군사분계선만이 존재하게 될 것”이라며 NLL 무력화 의지를 ‘노골적으로’ 밝혔다. 게다가 이번 담화 발표에는 군복 차림의 총참모부 대변인이 TV에 직접 나옴으로써 북측 인민군의 결연한 의지를 강조했다.

바야흐로 남북관계가 경제적 위기에서 군사적 위기로 이전되고 있다. 지난해 말 개성관광 중단 등 남북간 육로통행 제한.차단 등을 담은 북측의 ‘12.1조치’가 경제적 위기의 산물이었다면, 이번 ‘군복 성명’은 남북간 군사적 위기의 첫 출발을 알리고 있다. 위기가 진화, 발전한 것이다. 왜 이렇게 됐는가? 북측이 이번 담화의 모두(冒頭)에서도 지적했듯이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 발언이 그 빌미가 됐다.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은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존중과 이행을 요구하는 북측의 대남 파상공세에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며 ‘남북관계 방관전략’을 구사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말일인 12월 31일 통일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과거와 같이 북한에 뭔가를 주고 경제협력을 하는 것으로 남북관계가 개선됐다고 생각하는 것은 안 된다”며 남북협력 불가론에 따른 ‘남북관계 무시전략’을 밝혔다. 이어 새해 국정연설(1.2)에서는 “남북관계는 의연하면서도 유연하게 풀어나갈 것”이라면서 “북한도 이제 시대 변화를 읽고 우리와 함께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며 사실상 ‘북한 변화론’을 촉구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관이 최근에만 ‘기다리는 것’에서 ‘무시하는 것’으로 바뀌었고, 또 ‘무시하는 것’에서 아예 ‘북한이 변해야하는 것’으로 바뀌어 온 것이다. 북한의 진화, 발전하는 공세에 반비례해서 정체, 퇴행하는 이 대통령의 대북 발언에 북한이 민감해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표시로 북한은 이번 ‘군복 성명’을 통해 이 대통령의 발언 하나를 콕 집어서 “새해 벽두부터 협력으로는 북남관계를 개선할 수 없다고 서슴없이 공언하였다”며 “이것은 민족적 화해와 단합에 대한 노골적인 부정이며 6.15통일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공공연한 대결선언”이라고 규정했다.

이번 북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의 메시지는 단순하고 명확하다. 이명박 정부가 대북정책을 전환해 6.15와 10.4선언을 존중, 이행하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특히 서해 해상에서 군사적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에 대해 북측 군부의 상대인 남측의 국방부 대변인은 “대개 상투적이고 지금까지 주장해왔던 내용”이라고 축소 평가했다. 마침 통일부 장관에는 ‘비핵 개방 3000’의 입안자 중 한 사람이자 NLL 문제에 강경한 입장을 갖고 있는 현인택 고려대 교수가 내정됐다. 서해 해상에 너울파도가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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