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용 담임선생님께 졸업장을 받겠습니다"

일제고사 대신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체험학습 등의 학습권을 인정해 줬다는 이유로 파면 조치를 받은 정상용 구산초등학교 선생님의 제자들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22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피켓을 들었다.

초등학교 6학년 세 여학생들의 입에서 "선생님을 도우려고 왔어요", "너무 억울해서요", "선생님은 피해자예요"라는 말이 속사포처럼 잇달아 터져 나왔다.

볼이 새빨개지고, 입까지 얼어붙은 추운 날씨에 "체험학습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선택했는데 왜 징계는 우리 선생님이 받아야 되나요?"라며 뜨거운 입김을 내뿜는 학생들에게 답을 줄 수 있는 어른들은 아무도 없었다.

"오늘도 야외 수업 때문에 반 애들이 밖에 나와서 정상용 선생님을 만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는데, 다른 선생님들이 '이러면 안 된다, 선생님이 힘들어진다'고 그러는 거예요. 겉으로는 우리 편 들면서 뒤에서는 교감 선생님 말만 듣는 거 저희가 다 알아요"

"성추행한 교감은 3개월 정직인데, 일제고사 한번 안 봤다고 파면 당하는 것이 이해가 안 가요"

"저희도 선택할 권리가 있는데 일제고사를 꼭 보라고 하는 것은 말도 안 돼요"

13살 아이들의 눈에는 당최 이해가 안 되는 것 투성 인가 보다. 아니 초등학생들이 보기에도 말이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10일 일제고사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초등교사 6명과 중등교사 1명에 대해 3명은 파면, 4명은 해임이라는 중징계를 내리면서 사회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더구나 1989년 전교조 창립을 둘러싸고 대규모 '해직 폭풍'이 불어 닥친 뒤 전교조 소속 교사 7명이 한꺼번에 해임. 파면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어서 MB 정부의 '전교조 죽이기'에 대한 반대 여론도 거세게 불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교육청 앞은 매일 해직. 파면 교사들의 징계 철회를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으며, 인권단체, 종교단체 등 각계 시민사회단체들도 징계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한 노력들을 계속 벌이고 있다.

학생들의 말마따나 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 '죄'라면, 학생들의 선택권은 과연 누가 지켜줘야 하는 것인지, 또 경쟁력 강화와 학생들의 선택권을 위해 사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서울시교육청은 얼마나 큰 '죄'를 지고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말 짜증나고 분노가 나요. 한이 맺히고 (징계를 내린 사람들에게) 커서 복수하고 싶어요"라며 담임선생님의 부당한 징계 처벌에 당돌하게 목소리를 내는 아이들.

해직된 선생님과 하는 '마지막' 수업에서 선생님을 부여잡고 눈물을 흘리며 "제가 일제고사를 안 봐서 선생님이 수업을 못하시는 건가요?"하고 절규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정녕 어떤 교육이 이들을 위한 것인지는 뻔하다.

"왜 그래, 아마추어 같이...아이들도 다 아는데"

요즘 한 TV 프로그램에서 유행하고 있는 말처럼 정말 '아마추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