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박현범 기자)

▲ 조선예술영화촬영소 내 문화성혁명사적관을 방문한 북측 아이들 [사진=통일뉴스 박현범 기자]
평양 시민들은 문화.예술을 어떻게 즐길까?

시민들의 문화.예술 생활상을 엿보기 위해 영화, 음악 등 문화.예술을 담당하고 있는 평양 소재 주요기관들을 탐방했다.

평양 시민 스트레스 날려주는 '평양교예단'

▲ 평양교예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각지에서 올라온 버스들. [동영상캡쳐=통일TV 조정훈]

11일 오후 5시, 만경대구역 광복거리에 위치한 평양교예극장 앞은 평일임에도 불구 공연을 관람하려는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지방에서 10여대의 버스를 타고 온 주민들도 극장 앞에 줄지어 있었다. 3천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평양교예극장에는 2천여 명에 가까운 주민들로 북적였다.

공연장 내에는 남녀노소를 불문, 다양한 계층이 관람을 하고 있어 평양교예단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평양교예극장은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후 5시 1회 공연을 한다. 평양교예단원은 총 300여 명으로 이중 인민예술가가 8명, 공훈예술가가 11명이다. 교예단은 몇 개의 팀으로 나뉘어 운영되고, 한 번 공연을 하는데 70여 명이 동원된다고 극장 관계자가 전했다.

▲ 3단 공중돌기를 하기위해 도약을 준비하는 공훈배우 문용녀 씨(43세, 맨위 여자). [동영상캡쳐=통일TV 조정훈]
▲ 평양교예단의 공연이 끝나자 시민들이 기립박수를 치며 환호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익흥 기자]

평양교예극장은 말 그대로 교예를 위해 설계됐다. 중앙 무대를 원형으로 둘러싼 관람석은 3층으로 구성됐고, 공연장의 높이는 120m이다. 평양교예단의 자랑인 공중곡예에 걸맞게 제작된 것이다.

각종 저글링 묘기에서 공중곡예까지 10여 개의 다양한 곡예가 펼쳐지는 120분 동안 공연의 배경음악은 관람석 오른편에 자리를 잡은 악단이 '라이브'로 연주한다. 120m 높이에서 뚝 떨어지는 아찔한 공중곡예의 긴장감을 더하는 음악에서부터 평양시민들의 배꼽을 잡게 하는 '슬랩스틱 곡예'에서의 장난기 어린 배경음까지, 바이올린 피아노 트럼펫 드럼 등으로 구성된 악단이 도맡는다.

공중곡예 등 대형 장비가 설치되는 시간에 펼쳐지는 2인조로 구성된 '슬랩스틱 곡예' 때는 관람석에 앉아 있던 주민들이 직접 동참하기도 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아찔한 곡예에서 '까르르' 웃음을 참지 못하게 하는 '코미디 곡예'까지 120여분 간 진행된 공연의 피날레는 평양곡예단의 '꽃' 공중곡예단의 공연으로 마무리된다.

올해 43살의 공훈배우 문용녀 씨의 마지막 3단 공중돌기 곡예로 공연이 끝나자 관람객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박수를 쳤다.

▲ 관중을 무대로 불러내 익살스런 공연을 펼치는 평예교예단 배우. [동영상캡쳐=통일TV 조정훈]

영화 한 편 보는데 5원, 조선국립교향악단 주 2회 공연
시민들의 문화.예술 생활 위한 평양의 공공기관들

▲ 조선예술영화촬영소 내 문화성혁명사적관  [사진=통일뉴스 김익흥 기자]
평양에는 서울과 같이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이나 소규모 극장들이 많지 않은 대신, 주민들이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 관련 공공기관을 통해 제도적 뒷받침을 해 놓고 있다.

지난 2월 미국 뉴욕필하모닉과 협연한 조선국립교향악단은 매주 2회씩 시민들을 대상으로 모란봉극장에서 공연을 펼친다. 391석 규모의 모란봉극장에선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오후 5시 조선국립교향악단의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영화 매니아'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 북조선 최대 규모의 영화 촬영소인 형제산구역 소재 조선예술영화촬영소에는 남측을 비롯해 일본.중국 등의 거리가 설치돼 있는 것은 물론 북조선 영화의 역사와 김정일 위원장의 영화에 대한 높은 관심을 엿볼 수 있는 '문화성 혁명사적관'이 마련돼 있다.

11일 <통일뉴스> 취재단이 조선예술영화촬영소를 방문했을 때에도 30여명의 아이들이 지도교사의 인솔 하에 사적관을 방문했다.

사적관에는 북조선의 대표적 영화 '꽃 파는 처녀' 주인공 의상을 비롯해 그간 영화제작에 쓰였던 각종 소품과 촬영기, 「영화필름가공」과 같은 영화기술서적 등이 고스란히 전시돼 있다. 특히 김정일 위원장이 청년기서부터 영화에 많은 공을 들여왔음을 알 수 있게 하는 사진, 그림, 문서 자료들도 빼곡히 들어차 있다.

김 위원장이 1971년 제작된 예술영화 '두 유가족에 대한 이야기'에 대한 의견을 연출가인 김영호에게 전달한 친서도 보관돼 있었다. 김 위원장은 친서를 통해 "영화연출대본의 제목과는 하등의 인연이 없고 설명들, 즉 전반에 있어서 작업반이야기와 분조이야기들만이 장황하게 널려져 있습니다"라며 "이보다도 제목과 같이 두 가정에 대한 이야기를 더 파면서 인간관계 등을 중점으로 더 잘 얽혀지게 설정하는 것이 좋겠다고 봅니다"고 영화의 내러티브 수정방향을 제시했다.

사적관측에 따르면 1964년부터 2003년까지 김 위원장은 1770차례 현지지도를 나와, 영화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

1950년대 남측, 일본, 중국 등의 거리를 고스란히 옮겨 놓은 야외 촬영장 세트는 실제 건물과 똑같이 제작되었으며, 춘향전 림꺽정 홍길동 등 옛 시대물이 만들어진 '관촌건물' 세트장에선 지난해 처음 남북합작으로 제작된 드라마 사육신도 촬영됐다.

▲ 조선예술영화촬영소의 야외촬영소에는 남측을 비롯해 중국.일본 등의 거리를 그대로 옮겨 놓은 세트장이 있다. 사진은 1900년대 초 중국거리 세트장. [사진=통일뉴스 김익흥 기자]
특히, 1937년 보천보 전투가 치러진 양강도 보천보 시가지를 그대로 옮겨놓은 세트장에는 실제 흰색 자태가 두드러지는 '양강도 봇나무'들이 빼곡히 심어져 있었다.

이 촬영소에선 연간 20여 편의 예술영화가 제작된다. 최흥렬(51) 해설강사는 최근에 제작된 영화 중 1992년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60편이 제작된 다부작 '민족과 운명'과 '평양 날파랑'(2005), 2006년 800만 명이 관람한 '한 여학생의 일기' 등을 수작으로 꼽았다.

현재는 평양에서 학업을 마치고 양강도로 내려가 해설강사로 일하는 청년의 모습을 담은 '인연'(가제)과 '지하막장에서 탄을 캐는 탄부의 이야기'를 그린 '탄부'가 이곳에서 제작중이다.

평양에는 이 촬영소 외에도 조선4.25예술영화촬영소, 조선기록영화촬영소, 조선과학교육영화촬영소 등에서 각종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영화제작과 관련해선 당국이 직접 지원해 준다. 최 강사는 대규모 인원의 엑스트라는 어떻게 모느냐는 질문에 "각 배역에 필요한 인원은 기관별로 맞춰서 보내주고, 국가가 보장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주민들이 영화를 볼 수 있게 하기 위해 관람비도 5원으로 싼 편이다. 최 강사는 "우리는 영화를 상품으로 이용하지 않는다. 사상 혁명의 무기로 하기에 값을 높게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 강사는 "하나의 민족으로서 영화를 만들 날을 고대한다"고 통일에 대한 염원을 전하기도 했다.

평양에는 이밖에도 인민문화궁전, 만경대학생소년궁전 등 시민들이 문화, 예술생활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공공기관들이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 조선예술영화촬영소의 야외촬영장에 있는 초가집 세트장 [사진=통일뉴스 김익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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