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관 기자(ckkim@tongilnews.com)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는 반드시 눈에 띄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라는 것쯤은 상식에 속할 것이다.

지난 14-16일 금강산에서 열린 `6.15 공동선언 발표 1돌 기념 민족통일대토론회(대토론회)`는 남북, 해외의 각계, 각 단체의 대표들이 모인 자리인 만큼 그 무게가 실로 가볍지 만은 않은 자리였다.

그러나 역시 이 곳에서도 눈에 띄는 사람들은 있게 마련. 이번 행사에서 자신만의 개성으로 뭇 사람의 눈길을 끌었던 몇몇 사람을 소개해 본다.

▲ 북의 미소, `통일 모델` 장유진, 리혜옥

대토론회에서 가장 활기 넘치는 대오는 역시 남북의 청년학생들이었다. 항상 함께 어울려 이야기꽃을 피우며 젊음과 조국통일의 기개를 맘껏 자랑했다.

당연히 이들은 항상 사진기자들의 단골 모델이었다.

▶`통일 모델` 장유진 학생
[사진 - 통일뉴스 송정미기자]
▶`통일 모델` 리혜옥 학생
[사진 - 통일뉴스 송정미기자]

그 중에서도 남측 사진기자들의 눈길을 끈 사람 중의 한 명이 바로 장유진(20세, 김일성 종합대학 경제학과) 학생이다. 장 양은 자신도 모르게 월간지 `민족21`의 창간호 표지 모델로 등장해 이미 남쪽 사람들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심어준 바 있다. 행사장에서 장 양을 알아본 남측의 청년학생들은 물론 많은 참가단들이 함께 사진 찍기를 `강요`하여 장 양은 유명세를 단단히 치뤘다.

이번 대토론회에서 장 양 이외에도 사진기자들의 집중 플래쉬 세례를 받은 북측 여대생들이 많았다.

그 중의 한 명인 북측의 리혜옥(20세, 김책공대 유선통신 전공) 학생.

당찬 모습과 환한 인상으로 장유진 양에 이어 또 한명의 `통일 모델`의 탄생을 예고했다.

돌아온 선실에서 술잔을 기울이는 남측 참가단들은 남남북녀(南男北女)가 맞다고 우기는 사람들과 예쁜 사람만을 뽑아 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양보없는 `토론`이 끊이질 않았다.

 

▲ 열정의 `탤런트` 한상렬 목사

14일 대토론회 남측 참가단이 속초항에 도착해 승선하기까지는 6명의 방북 불허로 진통이 있었다. 이 과정 내내 한복 차림으로 눈을 지그시 감고 상념에 잠겨있는 사람이 있었다.

한상렬 목사(남측 추진본부 상임본부장).

▶한복 차림에 검정고무신을
신은 한상렬 목사
[사진 - 통일뉴스 송정미기자]
▶산행을 마친 후 즉석 연회
에서 절규하는 한상렬 목사
[사진 - 통일뉴스 송정미기자]

한복에 검정고무신을 신은 까닭을 물었다.

"우리 옷이기 때문이죠. 검정고무신은 5.18때 광주 상무대에서 군사재판 받을 때의 기억을 살려서"라고 답했다.

그러나 정작 그의 존재가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북녘 땅을 밟고서부터였다.

▶북측 허혁필 부회장과 상봉하고 있는 한상렬 목사
[사진 - 통일뉴스 송정미기자]

남측 대표단을 영접 나온 북측의 허혁필 민족화해협의회 부회장과의 첫 상면에서 그의 `탤런트`적 끼는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큰 웃음과 함께 허혁필 부회장과 인사를 나눈 한 목사는 `한몸`이라고 쓰여진 부채를 즉석에서 선물해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방북 기간중 한 목사의 행적에서 하이라이트는 단연 금강산 산행 뒤 점심을 마치고 마련된 즉석 무대에서의 `절규`였다. 갇힌 닭과 나는 새를 비유해 자유와 자주를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노래로 절규하고 통일에의 열정을 쏟아낸 그는 분명 눈에 띄는 `열정맨`이다.

▲ 본성적 `야술가` 이 반 교수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어딘가 달라 보인다. 옷차림이라든지 행동거지가 뭔가 달라도 다른 것이다.

화가 이 반 덕성여대 교수.

▶연회장에서 노래하고 있는 이 반 교수
[사진 - 통일뉴스 송정미기자]
뭔가 달라 보였던 그가 `본색`을 드러낸 것은 대토론회를 마치고 열린 연회 끝무렵이었다. 어디선가 커다란 목소리의 주인공이 한 잔 술에 흥이 겨워 노래를 토해내고 있었다. 누가 쳐다보던 말던 누가 말리던 말던 그의 노래는 온 연회장을 뒤흔들었다.

정작 그가 미술가로서 통일에 대한 열정을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은 금강산 산행 도착지, 구룡폭포 앞에서였다.

호랑이 모양의 한반도 지도를 밑그림으로 해서 참가자들이 서명을 할 수 있는 큰 그림을 남, 북 각각 1장씩 준비해온 그는 역사적 의미가 있는 이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신이 나 있었다. 이후에 서울에서 전시회에 내걸 것이라는 계획도 밝혔다.

▶이 반 교수의 독측한 명함, 복사지에 프린트해서 만들었다.

예술가가 아니라 통일을 염원하여 산상에서 즉석 퍼포먼스를 연출해 내는 `야(野)술가`인 셈이다. 그의 체취는 그가 내민 종이에 인쇄된 명함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나 있다.

▲ 선상의 `가수` 이명륜, 이인태

대토론회가 성과적으로 끝나 남과 북 참가단 모두가 기쁜 마음으로 행사를 마무리하고 아쉬움을 뒤로한 채 속초항으로 향하는 설봉호에 몸을 실었다.

갑판 위에서는 모두가 금강산에서의 추억으로 이야기꽃을 피우며 삼삼오오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때 모두의 귀를 사로잡는 청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명륜 원불교 중곡교구당 교무.

▶이명륜(우측) 원불교 교무. 단아한 외모만큼이나 청아한 목소리로
통일 노래를 들려주었다. [사진 - 통일뉴스 송정미기자].

단아한 외모와 달리 성악풍의 `그리운 금강산`은 앵콜에 앵콜로 이어져 3곡을 부른 뒤에야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원불교는 교리자체에서 통일을 주창하고 있다"고 이 교무는 통일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민족 종교인 갱정유도회 이인태(62세)씨는 한복 차림에 어울리게 `사철가`를 구성지게 뽑아 박수갈채를 받았다. "통일은 만물이 도와 때가 되면 이루어지게 되어있다"며 통일의 필연성을 확신했다.

 

▶갱정유도회의 이인태씨가 `사철가`를 열창
하고 있는 모습 [사진 - 통일뉴스 송정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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