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가 마치 폭풍전야와도 같다. 12일 북측은 연달아 두 개의 의미있는 내용을 발표했다. 먼저, 북측 군부는 전통문을 통해 “오는 12월 1일부터 1차적으로 군사분계선을 통한 모든 육로통행을 엄격히 제한, 차단”하겠다고 알리면서 아울러 “현 북남관계가 전면차단이라는 중대기로에 놓여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또한, 북측 조선적십자회도 “판문점적십자연락대표부를 폐쇄하고 북측 대표들을 철수시키며 판문점을 경유한 모든 북남직통전화통로를 단절한다”고 선포했다. 군사적 차원과 인도적 차원이 동시에 폭발한 것이다. 이번 북측 군부와 조선적십자회의 입장 발표는 지난 10월 16일 <로동신문> 논평원의 최후통첩성 발언이 현실화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다가는 남북관계가 전면차단 되는 것도 시간문제다.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됐는가? 우리는 이명박 정부에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북측은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존중하고 이행하자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북측의 이같은 주장은 결코 무리한 게 아니다. 두 개의 선언은 금세기 들어 남북의 최고지도자들이 번갈아가며 합의한 것이다. 더구나 두 개의 선언은 정권의 차원이 아닌 민족의 차원에서 합의한 것이다. 따라서 어느 정권이든 관계없이 존중하고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두 선언에 대해 일관되게 애매한 입장을 취해왔다. 어느 땐 두 선언을 7.4남북공동성명과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 슬쩍 끼워 넣는다든지, 또 어느 땐 두 선언의 ‘정신’을 존중한다든지, 또 어느 땐 ‘두 선언을 존중한다고 하지 않았냐’는 식으로 요리조리 피해왔다. 이제 그 피신책이 파탄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번 북측 군부의 “역사적인 두 선언에 대한 남측 당국의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가 최종적으로 확인되었다”는 표현이 그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이같은 애매한 입장은 안이한 태도에 기인한다. 지금 남북간 최대 현안인 대북 전단(삐라) 살포 문제만 봐도 그렇다. 북측은 지난 10월 2일 열린 남북군사실무회담에서 남측 민간단체의 전단 살포 중단을 요구했다. 전단 살포 중단은 2004년 6월 남북간 군사분계선 일대의 상호비방 선전활동 중단 합의에 따른 ‘타당한’ 요구다. 그런데도 남측 정부는 전단 살포 행위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다. 이때 북측은 전달 살포 행위가 계속될 경우 개성공단사업 및 개성관광에 대한 ‘후과’(나쁜 결과) 등을 경고했다. 손바닥도 마주 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북측의 이같이 계속되는 경고와 <로동신문> 논평원의 최후통첩성 발언에도 남측은 무대응으로 나왔다. 그렇다면 북측이 취할 입장은 뻔하다. 말(경고)을 행동으로 옮기는 수밖에 없다. 다단계로 상승해 온 것이다. 그러다 결국 여기까지 왔다. 그런데 이번 북측 군부의 전통문에는 시한이 못박혀 있다. 그만큼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의미다. 12월 1일까지 ‘대화냐 전면차단이냐’는 양자택일을 하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당국의 대처는 여전히 한가롭기 짝이 없다. 북측 군부의 전통문에 대해 통일부는 “6.15선언과 10.4선언의 이행을 위하여 현실적인 기초위에서 구체적으로 협의할 용의가 있음을 밝히는 바이다”고 밝혔으나 이 역시 군더더기가 많다. 게다가 이명박 대통령은 “기다리는 것도 때로는 전략”이라고 생뚱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뭘 어떻게 대북정책을 바꾸라는 건지”하며 번지수를 잘못 찾는 말까지 했다. 모두가 사태의 심각성을 회피하려는 안이한 자세라 아니할 수 없다. 어쨌든 이 달 말까지 이명박 정부가 두 선언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면 북측이 전면차단 1단계 행동에 들어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당장 군사분계선이 차단된다면 이는 개성공단이 멈추고 곧이어 남북교류가 파탄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마냥 ‘기다리는 전략’이나 ‘대답하지 않는 전략’ 또는 ‘딴말하는 전략’ 등은 결국 남북관계 ‘파탄의 전략’으로 직결될 것이다. 이제 한 번쯤은 북측 경고에 진지하게 답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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