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미국 제44대 대통령 선거에서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가운데, 한국 보수진영의 '오바마 끌어안기'가 눈에 띤다.

조갑제, 전여옥 등 보수진영의 '스피커'들은 일제히 '오바마는 좌파가 아니다'는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조갑제닷컴'의 조갑제 대표는 5일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오바마를 '좌파'라고 불러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가 속한 민주당은 미국에서 '리버럴'(Liberal)이라고 불리지 '진보'(Progressive)나 '좌파'라곤 불리지 않는다. '리버럴'은 '자유파'로 번역하는 게 맞다. 좌파가 자유를 좋아할 리가 없다"는 논리인데, 느닷없이 오바마의 정치적 성향의 좌, 우를 논하는 이유가 옹색하기 그지없다.

"한국의 우파들이 오바마를 '좌파'라고 부르면 문제가 생긴다"는 것으로 "남한의 좌파들이 오바마를 '우리 편'이라고 우길 수 있도록 해준다"는 해괴한 논리를 폈다.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도 자신의 홈페이지에 "미국에는 좌파가 없다"는 글을 올렸다. 전 의원은 "오바마는 결코 좌파가 아니다. 그는 아메리칸 드림의 신봉자이다. 아메리칸 드림은 가족을 중시한다. 인권을 보다 더 높은 가치에 둔다"며 "북한 인권에 눈감은 비겁한 한국좌파들과는 결코 함께 할 수 없다. 북한 핵은 북한 자위수단이라고 어거지를 쓰는 한국의 사이비 좌파들과도 다르다. 그는 철저히 반핵의 입장에서 북한문제를 다룰 것이다"고 열변을 토했다.

전 의원은 또 "저는 오바마의 당선이 한나라당에 불리하거나 혹은 한미FTA에 특별히 불리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은 미국의 입장으로 이 협상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보수진영에서 이처럼 '미국 오바마 승리 = 한국 좌파 승리 = 한국 보수 패배'가 아니라는 것을 설파하고 나서는 것에선 '오바마 시대'의 개막을 목도하고 있는 보수진영의 당혹감이 엿보인다.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한 것에 이은 미국의 정권교체로 인한 보수진영의 '혼란'과 '내홍'이 어떻게 정리될 것인지는 이들의 발언에서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오바마 끌어안기'다. 한.미동맹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는 보수진영에서 오바마 정권과 척을 질 수는 없는 노릇. 보수논객이 오바마가 '좌파가 아니다'고 '설교'에 나선 이유다.

한편에선 '충격'과 '내홍'이 '돌발행동'으로 번지는 것도 확인된다.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지난 4일 대정부질문에서 쏟아낸 '핵보유' 등 '도'를 넘은 발언들이 그것이다.

이런 '돌발행동'에 비춰보면, 일부 보수논객들이 '오바마 끌어안기'에 나선 것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도 다행(?)인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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