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관 기자(ckkim@tongilnews.com)

 


지난 14일부터 16일에 걸쳐 남과 북은 통일 여정에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될 `6.15 공동선언 발표 1돌 기념 민족통일대토론회(대토론회)`를 성공적으로 치뤘다.

▶민족의 명산 금강산 자락이 손에 잡힐 듯이 가까이 보이는 금강산
여관에서 민족대토론회가 열렸다. [사진 - 통일뉴스 송정미기자]

남측의 `6.15공동선언실천을위한 2001민족공동행사추진본부(추진본부)`(단장 이돈명, 박순경)와 북측의 `6.15-8.15 민족통일촉진운동을 위한 북측준비위원회(북측준비위)`(위원장 김영대)는 남북, 해외 대표단 240여개 단체 6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15일 북한의 고성군 온정리 금강산호텔에서 `6.15 공동선언 발표 1돌 기념 민족통일대토론회(대토론회)`를 갖는 등 역사적인 만남을 가졌다.

이번 대토론회는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정부간 대화가 다소 소강 상태에 접어든 상황에서 민간차원의 분단사상 최대 규모의 각계각층이 결집한 행사라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대토론회 행사장에는 북측 의례원들이 나와 금강산 샘물, 룡성 콜라
신덕 탄산물, 룡성 오미자 단물, 딸기향 사이다 등을 제공했다.
[사진 - 통일뉴스 송정미기자]

1948년 `남북제정당사회단체대표자연석회의(48년 연석회의)` 이래 최초이자 최대의 남북 민간 대표들의 회합으로 불리울 이번 대토론회에 대해 신창균(94세, 48년 연석회의 참가자) 옹은 "48년 연석회의 이후 처음있는 일로서 감개가 무량하다. 김구 주석과 김일성 주석이 그때 통일 방안을 예언한 셈이 됐는데 53년만에 성사됐다. 6.15 남북 정상회담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민 전체가 대화합을 해서 남북통일의 물꼬가 콸콸 터지도록 국민들이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남북측 각계, 각 단체 대표들도 48년 연석회의를 많이 거론했다.

특히 남측 대표단의 경우 7대 종단(종단),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615남북공동선언실현과한반도평화를위한통일연대(통일연대)라는 3축이 단일한 추진본부를 구성하여 남측 자체행사와 북과 함께 하는 금강산 대토론회를 이끌었다. 통일연대측 실무를 담당했던 한충목 전국연합 상임집행위원장은 "종단, 민화협, 통일연대 등 함께 해본 적이 없는 조직이 20일 동안 6.15선언 실천을 중심으로 하나의 추진본부를 구성한 것은 좋은 일"이라며 "종단에 계신 분들이 애를 많이 썼다"며 연대사업 성공의 공을 돌렸다.

▶남측의 갱정유도회 등 남북의 종교계 참석자들이 대토론회를 마친
후 열린 오찬 연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송정미기자]

사실 종단이나 민화협, 통일연대도 하나 하나가 연대조직으로서 내부 조율도 결코 쉽지만은 않은 조직이다. 김종수(추진본부 상임집행위원장) 신부는 "종단의 경우만 봐도 종교인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개인이 아닌 종단이 합치다 보니까 구성원에 대한 배려를 전부 해야"했고, "사회단체들도 참가 단체들이 자체의 구조를 그대로 가져가는 방식으로 돼서 지분주장이 특히 많았"다고 어려움을 호소했으나 "종단, 민화협, 통일연대 등 성격이 다른 단위들이 조율해가며 함께 가는 과정"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94년 이후 남측에서 한번도 단일한 대오와 목소리로 통일행사를 치뤄보지 못한 상황에서 이번 행사는 6.15선언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만들어낸 남남(南南)간의 첫 연대사업의 결실로 기록될 것이다.

▶대토론회에 참석한 남북 참가단이 토론자들의 발제에 귀기울이고
있는 모습 [사진 - 통일뉴스 송정미기자]

이번 대토론회의 전체적인 기조는 6.15 공동선언 이행에 초점이 모아졌다. 이돈명 남측 단장은 "6.15 공동선언은 민족화해의 대장정이며, 온 세계에 우리의 통일의지를 알린 민족의 쾌거"라고 평했으며, 대토론회 북측 토론자로 나선 김세민 사회과학원 부원장은 "외세에 의하여 우리 민족앞에 새롭게 조성된 불안정한 정세앞에서 우리 겨레는 6.15 공동선언을 더욱 소중히 여기고 그것을 민족공동의 조국통일지침으로 확고히 고수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주한미군철수나 연방제 통일방안 등 예민한 사안에 대해서는 토론 발제문은 물론 대토론회의 결과가 담긴 `공동보도문`에서도 단 한차례도 언급되지 않았다. 이것은 남과 북 주최측이 다양한 구성원을 갖는 민간차원의 남북공동행사에서 단결을 해칠 수 있는 과격한 주장이나 구호가 나오는 것을 삼가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대토론회가 남북 해외의 각계 대표자들의 발제문 낭독으로 끝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행사 기간 내내 화제를 몰고 다녔던 남북
의 청년 학생들. 남측의 한총련은 이번 행사에
5명 이 참여함으로써 사실상 합법화 됐다.
[사진 - 통일뉴스 송정미기자]
이천재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공동의장은 "연방제나 미군철수 이야기를 안했는데 이는 모두 함께 하기 위해 사려깊게 배려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고영대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 집행위원장은 "토론회 내용이 대체적으로 일반적인 것으로 민족자주의 관점에서 실천해야될 구체적이고 생생한 보고가 안돼 아쉬웠다"고 평했다.

이번 행사에 대한 남측 정부의 입장도 상당히 전향적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정부측이 북측 초청장까지 받은 참가단 중 6명을 출발 당일에서야 방북 불허 조치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사안임에 틀림없으나 이들은 대부분 현행법상 사법적으로 문제가 되어 법무부 측에서 방북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는 달리 범민련 남측본부와 한총련이 통일연대 소속으로 대표단을 파견한 것은 사실상 범민련과 한총련의 합법화로 이해될 수 있다. 한총련 소속 박우람 경희대 총학생회장은 "한총련 깃발을 내걸지는 못했지만 한총련 대의원이자 당연직 중앙위원인 제가 방북했다는 것은 한총련이 방북했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비전향 장기수 권낙기(통일광장 공동대표)씨의 방북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지금까지 비전향 장기수가 북으로 송환된 적은 있지만 북의 땅을 밟고 돌아오기는 처음이다. "정말 참 특별한 일이다. 이름하여 비전향 장기수가 합법적으로 갔다 온다는 거, 아 바로 통일은 이렇게 한걸음 한걸음 과감한 결단 속에서 오는구나 하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토론회에 참가한 남측 대표단은 그 구성도 다양했고, 통일에 대한 관심이나 견해도 달랐으나 모두가 통일을 기원하는 마음은 한결 같았다. 성균관 하유집(70세) 부관장은 이번 행사 참여 소감을 "기쁨은 말할 수 없다. 남북이 체제를 생각하지 말고, 모든 것을 양보하고 하나를 만드는데 신경쓴다면 통일이 안될게 뭐가 있겠냐"고 말했다. 심재환(43세) 변호사는 "6.15 공동선언을 이행하는 데서 법조인으로서 참가한게 너무 기쁘고 이행의 길에서 작은 보탬이라도 되었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금강산 구룡연 산행에 오른 남북측 참간단들. 김영대 북측단장(왼쪽)
과 이돈명 남측단장 (가운데)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송정미기자]

이번 대토론회는 15일 오전에 열린 대토론회, 문예공연, 오찬 연회, 모란봉 교예단 공연과 부문별 간담회, 16일의 금강산 구룡연 산행, 공동 점심식사, 송별회 등 시종일관 남과 북 참가자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특히 부문별 간담회나 공동산행은 북측이 과감히 수용하여 이루어진 특별한 행사였다. 2차 실무접촉 남측 대표를 맡았던 변진흥 추진본부 집행위원장은 "북측은 남북 연석회의 이후 처음으로 각 단체.계층별 대중적 만남을 매우 뜻깊게 생각"하고 있다며, "6.15 선언이 실질적 만남과 접촉의 물꼬를 튼 계기가 되었고, 실천적으로 보여주는 첫 번째 행사이므로 북은 성의있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15일 밤에 열린 남북 부문별 간담회는 정치, 통일운동, 농민, 노동, 청년, 종교, 여성, 경제, 문화, 학계 등 10여 부문으로 나눠 열렸으며, 각 부문별로 남북측 각 10명 내외가 참가했다.
다양한 부문별 전문가들이 남북간에 머리를 맞대고 대화를 나눈 것은 획기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간담회에서는 부문별로 북측의 공식 접촉 창구를 개설해 줄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가장 많았으나 구체적 토론의 진전은 부족한 편이었다.

▶구룡연 금강산 산행에는 이례적으로 북측
대표단 전원이 함께 했다.
[사진 - 통일뉴스 송정미기자]
▶남북 참가단 모두가 함께 관람한
모란봉 교예단의 공중묘기
[사진 - 통일뉴스 송정미기자]

대토론회와 오찬 연회에서의 좌석배치도 최대한 남북간 부문별 대화가 가능하도록 배려했으며, 이런 만남의 과정은 금강산 산행으로 이어져 그 어느 행사 때보다도 남북간 교감의 시간과 폭이 컸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번 토론회를 마친 남측 참석자들은 대체로 만족감을 표시하였으며, 북측의 호의에 감사를 표했다. 남측의 이돈명 공동단장은 "행사는 만족스러웠다"며, "민족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문제를 부각시키고 강조하고 서로 다짐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며, "북측의 친구들이 성심성의껏 대해줬으며,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금강산 산행에서 개인 해설원을 배려받은 박순경 공동단장은 "북측의 잘 준비된 대접을 받았다"고 인사했다.

북측 역시 이번 대토론회를 성과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수 추진본부 상임집행위원장은 "북측이 토론회 성공에 고무돼 산행 인원을 100명 늘렸다"고 말했으며, 북측 단장인 김영대 민족화해협의회 회장은 "아주 성과적으로 잘 됐"다며, "공동선언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또하나의 큰 자욱"을 남겼다고 평했다. 북한의 평양방송과 조선중앙텔레비전도 15일 저녁 8시 정기뉴스를 통해 대토론회 소식을 전하면서 "성대히 진행되었다"고 보도했다.

▶송별식을 마치고 남측 참가단이 버스에 승차하여 북측 대표단의
환송인사를 받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송정미 기자]

이번 대토론회는 그간 소강상태를 보여온 남북관계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며, 이후 8.15 남북공동행사와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으로 이어지는 통일 흐름을 형성하는데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순경 공동단장은 "이 여파가 정부에도 민간, 국민에게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 전망했으며, 북측 김영대 단장은 이번 행사의 성공적 개최가 "6.15 선언 이행의 추진력이 될 것"이라며, "이 분위기를 8.15에는 더욱 고조"시키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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