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난맥상을 보이다 못해 비정상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남북관계의 금줄을 넘나들고 성역마저 침범하고 있다. 특정 사건과 민간교류를 분리해 다루지 못하고 또한 민족문제를 국제문제로 가져가는 우를 범하고 있다. 이는 모두가 금강산 피격사건에 대한 잘못된 이해와 이를 대북 공세의 빌미로 활용하려는 그릇된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금강산 피격사건에 대한 북측의 입장은 명확하다. 민간 차원의 대응이고, 다른 사안과의 분리대응이다. 북측이 오직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담화를 통해서만 응답하는 게 그 증좌다. 이에 비해 남측정부는 통일부에다 외교부까지 총동원됐다. 북측의 금강산 피격사건이 ‘우발적으로 과잉대응’한 혐의가 짙다면, 남측은 그 해결과정에서 ‘의도적으로 과잉대응’한 격이 되었다. 우발성은 단발성이지만 의도성은 연속성과 닿아 있다.

우선, 정부의 대북정책이 금강산 피격사건을 계기로 화해에서 강공으로 바뀌었다. 보다 정확하게는 막 화해로 분위기를 잡으려다가 그만 강공으로 표변한 셈이 되었다. 금강산 피격사건이 발생한 날 이명박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6.15선언과 10.4선언을 거론하면서 대북대화를 제의했다. 이어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도 남북정치회담을 북측에 공식 제안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당-정이 이명박 정부 출범 초부터의 대북 강경책을 거두고 대북 화해로 가자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충분히 읽힐만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 사건의 의혹이 해소되지 않자 급작스레 강공으로 원위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엄밀히 따져서 진상규명을 위한 합동조사란 원초적 한계를 갖고 있었다. 현 정부가 북측과 핫라인은커녕 비공식 라인마저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남북당국간 합동조사란 애초부터 난감한 일이었다.

대북 라인이 없는 초조한 상태에서는 의도적 강공이 나오기 마련이다. 정부는 금강산 피격사건을 민간교류와 연계시키는 강공책을 썼다. 이번 사건이 발생하자 한나라당이 곧바로 남북간 이념갈등으로 확대되지 않고 또한 경협사업과 분리 대응할 것을 지적한 초기 대응책은 그나마 적절한 듯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정부당국은 이상하리만치 강공책으로 나왔다. 개성관광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고, 남북경협에 적신호가 켜지다가 급기야 민간단체의 대북교류에 제동을 걸었다. 통일부는 금강산 피격사건 해결 전에는 북측과의 사회문화 교류나 아리랑공연 참관 등을 위한 대규모 방북을 허용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교류는 남북관계에 있어서 탯줄과도 같은 존재다. 남북 당국간 관계가 단절되어 있을 때 민간교류는 유일한 끈이다. 남측 당국이 민간교류를 막는다는 것은 남북관계의 탯줄마저 끊겠다는 자해적 행위라 아니할 수 없다.

의도적 강공은 악순환의 고리를 낳는다. 정부는 금강산 피격사건이라는 민족내부문제를 국제문제로 가져가는 범죄적 행위를 강행했다. 애당초 외교부가 이 사건에 끼어드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외교부가 금강산 피격사건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가져가서 해결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남북관계의 성역을 훼손하는 일이다. 사실 7.4남북공동성명 때부터 남북간 문제는 스스로 푼다는 관행이 대체로 유지돼 왔었다. 그런데도 이 문제를 ARF로 가져가겠다는 것은 냉전시대 때 대결국면으로 복귀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결국 이러한 무리수가 ARF 의장성명에서 10.4선언과 금강산 피격사건을 동시에 삭제하는 일로 나타났다. 이 동시삭제사건의 본질은 단순히 10.4선언의 국제적 지지를 막기 위해 금강산 피격사건을 동반 희생시켰다는 것이 아니다. 애초부터 국제문제화 되지 말았어야 할 사건이 ARF 의장성명에까지 들어갔다가 삭제되면서 10.4선언에까지 타격을 주었다는 것이다.

그간 남측 정부는 10.4선언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NCND정책으로 그나마 남북관계를 연명해가던 참이었다. 그러나 이번 망신외교로 남측 정부의 대북정책은 총체적 파탄을 맞게 되었다. 남북관계의 금줄마저 넘고 성역까지 훼손하는 이명박 정부의 비정상적인 대북정책이 어디까지 갈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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