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이자 평화활동가, 통일뉴스 전문기자이기도 한 이시우.

그의 창작활동의 폭이 넓은 만큼 그의 탐구와 사색의 폭과 깊이도 만만치 않음은 이미 널리 알려져있다. 그의 산문집 『민통선 평화기행』(창비, 2003)은 한국을 대표하는 100권의 저작에 뽑혀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출품됐고, 독일어와 영어로 번역 출간되기도 했다.

지난해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구속수감돼 목숨을 건 48일간의 옥중단식을 결행한 끝에 보석으로 감옥문을 나서는 그의 손엔 두툼한 한뭉치의 원고가 들려있었다.

<통일뉴스>에 이미 연재를 거쳤지만 이 원고가 한 권의 책으로 엮이기까지는 또다시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내용이 방대할 뿐만 아니라 감옥 밖에서도 바쁜 일상을 보내는 저자가 마지막까지 첨삭을 계속했기 때문이다.

▲ 이시우 작가의 신간 『한강하구』(통일뉴스) 표지. [자료사진-통일뉴스]

7.27 정전협정 55주년을 앞두고 간신히 기일을 맞춰 <통일뉴스>에서 출간된 이시우 작가의 『한강하구』는 그만큼 실천적 견지에 서있지만 막상 책을 접하고 보면 그 두툼한 무게감과 학문적 탐구의 흔적에 놀라게 된다.

<정전협정의 틈, 유라시아로의 창>이라는 부제가 붙은 『한강하구』는 한강하구의 역사적, 사회문화적 배경을 광범위하게 서술한 독특한 저작물로 한강하구의 과거로부터 현재의 관할권 문제까지를 자세히 살피고 있다.

<Ⅰ한강하구 숲의 역사>의 경우만 보더라도 고대, 신석기시대, 고조선, 점토대토기문화, 고조선, 삼국시대, 조선시대, 일제기, 한국전쟁 이후 시기의 한강하구의 숲을 통사적으로 고찰했으며, ‘한강하구 숲의 미래’까지 제시하고 있다.

한강하구의 숲의 역사, 갯벌과 간척사, 항행의 역사 등은 지금껏 역사적으로 조명된 적이 없는 모두 새로운 탐구영역이며, 저자의 집요한 연구와 추적에 의해 복원돼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전문 학자들도 엄두를 내기 어려울 정도의 광범한 역사 문헌 검토와 꼼꼼한 자료 인용은 물론, 철학이 담긴 그만의 시적 문장은 이처럼 광범위한 주제를 독특한 방식으로 생생하게 드러내 보여준다.

특히 한강하구의 군사사는 고려시대 대몽전쟁시기부터 양대 양요기, 한국전쟁기, 한국전쟁 이후 시기까지의 한강하구를 배경으로 펼쳐진 군사적 활동을 상세히 고찰하고 역사적 의미를 짚어보는 돋보이는 연구성과라 할 수 있다.

한강하구와 같은 특정지역을 대상으로 통사적으로 군사사를 서술한 경우는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시도로 평가되며, 생생한 자료인용과 해석이 돋보인다.

저자의 한강하구에 대한 역사적, 사회문화적 고찰은 결국 ‘한강하구의 근본문제- 관할권’으로 귀착된다. 한강하구에 대한 정전협정과 ‘한강하구에서의 민용선박 항행에 관한 규칙 및 관계사항’에 대한 세밀한 해석은 학술적 성과는 물론 오랜 시간 실천을 통해 체득한 저자만의 시각이 담겨있다.

정전협정의 틈을 비집고 한강하구를 평화수역으로 만들기 위해 ‘7.27 한강하구 평화의 배띄우기’ 행사를 시작해 올해로서 네 번째를 맞게 되었고, 저자의 튼튼한 이론적 배경과 실천적 경험을 담은 ‘한강하구 비행’, ‘열기구 띄우기’, ‘100톤급 바지선과 다리통행’, ‘유도’ 등은 상상력을 넘어 실천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같은 그의 상상력은 남북의 통일과 대륙으로의 진출을 넘어 ‘유라시아’라는 역사적 실체를 새로이 모색하는 단초를 제공해주고 있다.

이 책은 기존 이시우 작가의 책들과는 달리 사진보다는 텍스트 위주로 편집됐고, 광범한 문헌들을 고찰한 다소 학구적인 책이다. 인내력 없이는 465쪽에 달하는 이 책을 완독하기도 만만치 않을 정도다.

그러나 한번 보고 잊혀지는 책이 있는가 하면 늘 곁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들춰보아야 하는 책이 있게 마련이라면, 이시우 작가의 『한강하구』는 분단시대는 물론 통일시대까지도 가까이 두어야할 교과서이다.

6자회담의 진전으로 한반도 평화체제에 관한 논의가 현실성을 획득해가고 있고, 새 정부의 등장으로 빛이 바래긴 했지만 10.4선언에 포함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가 남북간에 합의되는 시대에 ‘한강하구’는 이제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현재의 화두가 되고 있다.

이시우라는 특별한 존재가 빚어낸 특별한 역작 『한강하구』와 함께 우리 민족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천착해보는 것도 좋은 피서가 될 것이라 확신하며 일독을 권한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