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뉴스> 취재단은 북측 조선륙일오편집사와 민족화해협의회의 초청으로 7월 9-12일 방북해
북한 IT분야 교육시설 등을 참관, 취재했다.
이번 방북취재는 한국언론재단의 후원을 받았음을 밝혀둔다. /편집자 주



▲ 10일 오후 금성학원을 찾은 <통일뉴스> 취재단은 오전에 배운 컴퓨터 수업을 복습하고 있는 중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사진-통일뉴스 이재흥 기자]
"큐티라는 프로그램으로 사진편집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어려울 때는 선생님들이 많이 도와주시고 컴퓨터를 다루는 게 재밌습니다."

기초과목 수업이 끝난 시간, 앳된 얼굴의 학생들이 컴퓨터 삼매경에 빠져있다. 마우스와 키보드를 움직이는 손놀림이 심상치 않다.

금성학원 중학교 6학년 2반 최경일(16) 군 앞에 놓인 모니터에는 일반인들이 알아볼 수 없는 컴퓨터 언어로 가득 했다. 남측이라면 게임에 빠져 있을 나이에 최군은 프로그래밍을 하고 있었다.

소학교 4학년 때부터 컴퓨터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최군은 "앞으로 컴퓨터 관련 프로그램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고 당당한 목소리로 말했다.

10일 오후 3시 <통일뉴스> 방북 취재단이 찾은 금성학원 컴퓨터실에는 50여명의 학생들이 컴퓨터 화면에 몰두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설계프그램인 '마야 7.0'을 이용한 실습 등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를 자율적으로 학습 중이었다.

▲ 사진편집기 프로그램을 짜고 있는 금성학원 중학교 6학년 2반 최경일(16) 군. [사진-통일뉴스 이재흥 기자]
평양시 만경대구역, 연건평 2만3천 평방미터, 총부지 15만 평방미터에 이르는 '금성학원'은 영재예술학교로 남측에 많이 알려져 있지만, 최근들어 IT 영재교육을 집중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IT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만 500여명. 100여명의 교원이 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컴퓨터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박룡길 교원은 "어린 나이에 IT기술을 배워주니까 학생들의 학습속도가 빠르다"며 IT분야는 업데이트 속도가 빨라 교원들도 연수하는데 바쁘다고 전했다.

그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5시간 수업을 하는데 절반정도는 IT수업"이라며 "능력이 좋은 학생들은 가르치지 않아도 스스로 습득해서 앞서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금성학원 IT교육을 참관한 '코리아센터닷컴' 김기록 사장은 "어린 나이의 학생이 프로그래밍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며 "어린 나이에 IT 분야에 전체 분야를 경험해보고 자기 적성을 가지고 교육하는 것이 체계적인 것 같다"고 평했다.

김책공대 전자도서관, 북 IT 기술의 집적지

▲김책공업종합대학 전자도서관 1층 도서목록 검색대.  [사진-통일뉴스 이재흥 기자]
이에 앞서 북한 IT 인력의 중심지인 김책공업종합대학(김책공대) 전자도서관을 찾았다. 금성학원에서 차량으로 15분 정도 떨어진 중구역에 위치한 김책공대 전자도서관은 2005년 11월에 완공됐다.

김책공대는 북한의 IT 기술이 집중돼 있다. 국가망과 대학 본청사에 1GB 케이블 4선이 연결돼 있으며, 과학기술자료에 한해서 세계 각지와 인터넷이 연결돼 있다.

안내를 맡은 김성일 김책공대 전자도서관장은 "중국에서 들어온 광게이블로 1GB 이상 받고 있다"며 북한 내부 인트라넷도 광케이블로 연결돼 있고, "백본망도 교육성이 따로 하나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전자도서관 1층은 도서목록 검색 위주로 구성돼 있으며 2층부터는 원격교육관 등 대부분의 시설에 정보화 기능이 갖춰져 있다. 도서목록 검색 프로그램도 김책공대에서 자체 개발한 것이다.

김 관장은 "검색 프로그램 소스를 사려고 하니까 약 40만달러를 요구하고, 업그레이드를 위해 1년에 5-6만달러 더 내야 하더라"며 "사는 것은 큰 문제 아니지만 우리 자체 역량을 키워야 겠다고 해서 달라붙어 했는데 그 때 고생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 프로그램은 3년 프로젝트로 개발이 완료된 상태며 계속해서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 김책공대 전자도서관에서 살펴본 김책공대 홈페이지 첫 화면. [사진-통일뉴스 이재흥 기자]
2,000명 수용 규모의 전자도서관은 470명이 동시에 전자열람이 가능하다. 특히 자체 서버에 1,200만건의 과학원문이 전자파일로 입력돼 있어 세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전자도서관은 일반 시민들에게도 개방돼 '지역적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김 관장은 "1,200만건이나 되는 것을 스캔해서 입력하는 작업이 아주 힘들었다"며 "우리는 도서관이 완공되기 전에 학생들, 박사원생들, 도서관 직원들이 3년동안 작업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김책공대 정보과학대학에 2,500명의 IT 인력들이 있다고 전했다.

원격교육관에는 학생들이 동영상 자료를 통해 학습을 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리상'이라는 원격교육 사이트에 접속해 1,800편의 과학영화를 볼 수 있다. 과학영화도 분야별로 편집하는 과정을 거쳤다.

IT '큰 프로젝트' 추진중... "앞으로 알게 될 것"

전자도서관 1층 로비에는 개관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형상화한 그림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서 김일성 주석의 그림으로 변경돼 있었다.

▲김책공대 전자도서관 김성일 관장. [사진-통일뉴스 이재흥 기자]
김책공대의 전자도서관은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높은 관심 아래 건설됐다. 김 관장은 "1만5천명의 학생, 2천명의 교원을 수용하 만한 도서관을 대학 부지에 만들기 어려웠는데, 2001년 9월 9일 위대한 김정일 동지께서 전자도서관을 지으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말씀이 계셔서 추진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평양에서 개최된 ‘제18차 전국프로그람 경연 및 전시회’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0년만에 현지지도를 나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때 전시된 프로그램에 대해 <조선신보>는 '동체가 큰 프로그램'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 관장 역시 "큰 덩어리, 큰 프로젝트라는 것이다. 비밀은 아니지만 앞으로 알게 될 것"이라고 말을 아끼며 "몇 년 걸리는 프로젝트지만 기본적으로 완공해서 시험도 돌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북은 OS(운영체계)도 자체 역량으로 해결하고 있다. 김 관장은 "리눅스를 우리 실정에 맞게 전반적으로 개조해서 지금은 '붉은 별', 즉 '레드스타'라는 운용체계를 사용한다"며 "마이크로 소프트는 배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말했다. ‘붉은 별’은 계속 업그레이드 되면서 2년전 '붉은 별 1.1'버전이 개발된 상태다.

한성덕 전자도서관 대외사업처장은 "마이크로 소프트가 소스를 공개하지도 않지만, 뭘 어떻게 프로그램을 짰는지, 무엇을 해킹하기 좋게 됐는지 모르기 때문에 우리 것으로 했다"고 말했다.

김책공대IT 분야는 2개의 정보센터, 원격교육센터, 컴퓨터센터에서 주도한다. 여기서 자체 OS 개발이 이뤄지며, 특히 기계번역 프로그램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 김책공대 전자도서관을 취재 중인 <통일뉴스 방북단>. [사진-통일뉴스 이재흥 기자]
김책공대의 IT 인력은 3가지 방법으로 공급된다. 김 관장은 '중학교 단계에서 선발해서 금성학원을 거쳐 오는 체계', '금성학원이 아닌 일반 중학교에서 올라오는 체계', '각 대학의 전공을 거쳐 올라오는 체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곳을 졸업한 학생들은 조선컴퓨터센터(KCC), 평양정보센터(PIC)의 주요 IT 인력으로 활용된다.

공화국 창건 60돌을 맞는 올해는 김책공업대학 창립 60주년, 도서관 창립 60주년이 되는 해다. 이를 두고 김 관장은 "삼복이 겹쳤다"며 미소를 띄었다. 북한 IT산업도 '국가 최고 지도자의 관심', '풍부한 IT인력', '북.미관계 호전으로 인한 제재조치 해제' 등 '삼복'이 겹쳤다.

북한이 IT 산업의 문을 활짝 열 때 어떤 '동체가 큰 프로그램'을 세계시장에 선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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