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뉴스>는 한국언론재단 후원으로 기획취재 '북한 IT 현주소는 어디'를 7회에 걸쳐 연재한다. 특히 <통일뉴스 방북 취재단>은 오는 7월 9-12일 북한 IT 관련 시설들을 직접 방문해 생생한 소식을 전할 계획이다. /편집자 주


▲ 10년 넘게 남북 IT협력 사업에 매진해온 유완영 (주)유니코텍코리아 회장을 서울 강남 소재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북한의 IT(정보기술) 인력이 풍부하고 수준이 높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남한도 북한의 IT 인력를 활용하기 위해 10년 가까이 다방면으로 노력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 비해 성과는 적은 형편이다.

1998년부터 평양에 모니터 조립공장을 설립해 남북 IT 협력에 의욕적으로 뛰어들었던 유완영 (주)유니코텍코리아 회장은 최근 '남북 IT 교육'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

남북 IT 교류협력 1세대 격에 속하면서 지금까지 꾸준히 다양한 모색을 시도하고 있는 유완영 회장을 5월 8일과 7월 2일 두 차례에 걸쳐 서울 강남 그의 회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유 회장은 "북측과 IT 교류를 하는데 왜 안 돼냐, 이것은 상용화에 대한 교육의 차이에 있다"며 "사전에 교감 없이 일방적으로 이런 것을 짜달라고 하니까 안 되는 것"이라며 남북 IT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음식 습관이 다른데, 재료만 주면 고유의 맛을 만들 수 있나"

▲그는 국제태권도연맹 마케팅 위원장직까지 맡으면서, 남북교류의 폭을 넓혀 가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북한 IT는 기초과학이나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 뛰어나지만, 이를 상품화할 수 있는 응용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 회장은 남북 IT 협력의 한계로 먼저 '생활상의 차이'를 꼽았다.

"일례로 초창기에 IT가 좋다고 해서 S사가 '다마꾸찌'처럼 평양의 애완견을 키우는 소프트웨어 개발 용역을 (북한에) 줬다. 그쪽에서 프로그래머들이 개발하는데 애완견을 키워본 경험이 상대적으로 없는 것이 문제였다. 평양 동물원에 가서 풍산개 동작을 보고 세밀히 연구해서 그림은 잘 그렸는데, 가정에서 애완견이 어떻게 움직여서 점수를 내고 하는 기본적인 생각을 못한 것이다. 제대로 안 되고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북에서도 가능한 생활상의 프로그램을 요구하면 쉽게 만들 수 있는데, 평양에서 애완견을 키우는 집이 몇 곳이나 되겠나."

유 회장은 북한에서 개발된 프로그램의 상품성이 한국보다 오히려 중국과 일본 시장에서 더 높다고 평가했다. 북한 IT인력들이 주로 중국이나 일본에서 교육을 받으면서 그 사회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 회장은 "북측 IT 교수 중 (일본) 귀화 동포들의 비중이 90% 이상"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독일 기업들이 항공관제 시스템과 관련된 소프트웨어를 북한에서 개발한 사례도 다수 있다. 유 회장은 "동독이랑 북한이 예전에 관계했기 때문에 그런 지역에서 상용화 할 수 있는 것"이라며, 남북 IT 협력에 대해서는 "서울 환경을 모르는데 개발해 주고 싶어도 그 생각을 못 따라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같은 남북 IT 교류의 모습을 "식생활 습관이 다른데 재료만 주고 우리 고유의 맛을 만들라고 하면 만들어 지지 않는다. 북측이 자랑하는 자신만의 시스템이 있는데 그 식으로 음식을 만들어 버리는 것"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사)남북IT협력본부 통해 대북 IT 교육 박차

▲ 사무실 한켠에는 그의 남북교류 사업 성과를 치하하는 상패들이 즐비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그렇다면 남북 IT 교육 분야의 교류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 2001년 8월 하나비즈닷컴이 중국 단둥에 '하나프로그램센터'를 설립한 것 외에 딱히 손에 꼽을 만한 사례는 아직 없다.

유 회장은 "이 곳(하나 프로그램센터)도 단순하게 자바와 같은 기본적인 기술에 대한 교육이지, 북측이 원하는 IT 협력이나 비즈니스로 연결되는 프로그램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그가 추진하는 IT 교육은 고급화 전략이다. 유 회장은 "남측에서도 대학을 졸업하면 기업에서 필요한 재교육을 시켜야 하지 않나"라며 "최근 북측과 협의하는 부분은 IT교류 분야에서 단순 교역보다는 우리 기업들이 필요한 교육을 통해서 실질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내 모기업과 협의 중에 있다"면서, "그 기업에 필요한 고난도의 프로그램을 북쪽 박사과정에 있는 고급 인력들에게 재교육을 시켜서 현업에 쓸 수 있는 고급 프로그램을 만들자 라는 제안을 하고 있고, 북측에서도 그런 분야에서 한번 해보자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 회장은 남북간 IT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2006년 5월 정보처리학회 등과 함께 북측에 IT관련 도서 3만권을 전달했다. 이후 남북 간 IT 교육을 지속적으로 펼치기 위해 지난해 1월 (사)남북IT교류협력본부(회장 오해석 경원대 교수)를 창립했다.

(사)남북IT교류협력본부는 9개 학술단체의 지원을 받아 올 4월부터 두 달에 한번씩 IT 학술지를 북측에 전달하기 시작했다.

유 회장은 "도서지원뿐만 아니라 교육까지 준비하고 있다"며 "단순하게 프로그램 언어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기업이 바로 상용화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 교육을 시켜서, 그 교육을 바탕으로 향상된 기술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주안점은 (북한이) 세계에서 돌아가는 최신의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니까 그런 부분을 교육시키고 서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자료를 지원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간 IT 용어 정리 작업도 진행된다. (사)남북IT교류협력본부 이사직을 맡고 있는 김현숙 한서대 교수가 지난 30년간 정리해온 IT 용어를 북측에 전달하고 있다.

유 회장은 "서로 용어를 알아야지, 용어를 모르는데 다음 단계로 갈 수 없지 않나"라며 "프로그램 개발 사업자끼리 제일 어려운 것이 대화가 잘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똑같은 영어표현이라도 "랜(RAN)선을 '란선'이라고 그러고, 그런 차이를 조금씩 줄여가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北 IT '인력'이 강점... 김책공대 컴퓨터 한 학과만 2,000명

▲ 그는 북한 IT의 강점으로 풍부한 고급 인력을 꼽았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10년 이상 IT 교류협력에 몸담아 온 유 회장은 북한 IT의 강점으로 풍부한 고급 인력을 꼽았다. 그는 "북한의 이과대학이든, 종합대학이든 IT에 대해 체계적으로 교육시키고 인력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책공대 컴퓨터 관련 학과의 한 학년 학생수가 2,000명 정도"라며 "우리의 경우 한 학과에 적게는 50명에서 200명을 넘기가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10개의 대학을 모아 놓은 것이 김책공대의 컴퓨터 학과"라고 전했다.

프로그램 언어를 활용하는 프로그램 개발자들이 국내에서 '3D업종'으로 꼽히는 것과 달리, 북한에는 이런 인력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 북한 IT의 장점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들이 시스템을 한번만 배우면, 개발 속도는 상당히 빠르다"며 "국내에서 소프트웨어를 주면 북측에서 호환성이 안 된다고 안 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직접 컨버전(변환)해서 쓸 정도"라고 전했다.

북한이 인력양성에 집중하면서 '하드웨어' 분야에 비해 '소프트웨어' 분야의 발전이 두드러졌다. 유 회장은 "하드웨어 부분에서는 미국의 제재조치가 있어서 활동성이 약하지만, 소프트웨어 부분은 이것과 아무 상관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남북 IT 협력도 소프트웨어 분야에 집중돼 있다. 그중 삼성전자는 2000년 72만 달러를 투자해 북한의 조선컴퓨터센터와 △문서요약 △리눅스용 소프트웨어 △휴대폰용 게임 및 응용 △휴대폰용 중국어 문자인식 △오피스 소프트웨어 등 5개 분야에 대한 공동개발을 합의하고, 중국 베이징 중관촌에 소프트웨어 공동개발센터를 설치, 운용 중이다.

또, KT(한국통신)도 2004년 조선컴퓨터센터와 소프트웨어 용역개발 사업 합의를 체결해, 전화음성데이터 수집, 연속음성인식, 무선망 지능망관리 시스템 등 소프트웨어 개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밖에 하나로통신과 북한 삼천리총회사의 3D애니메이션 '게으른 고양이 딩가', 북남교역과 삼천리총회사의 '독도를 지켜라', '고려 장기' 등 모바일 게임 공동개발 등이 소프트웨어 분야의 대표적 협력사업 사례다.

반면, 하드웨어 분야는 위축돼 있다. 유니코텍의 전신인 IMRI가 1998년 모니터 임가공 사업을 시작으로 하드웨어 분야에 대해 교류사업을 진행했지만, '바세나르 협정' 등 북한에 대한 국제규제로 인한 IT관련 설비 반입의 어려움으로 한계에 봉착한 상태다.

유 회장은 "남한이나 중국과 합작을 통해 PC나 LCD까지 일괄적으로 나올 수 있는 생산기지는 세팅되어 있는 상태"지만, "북한 하드웨어 부분은 엄밀히 따지면 실질적으로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서로 장점 융합하면 새로운 버전 나올 수 있다."

▲ 그는  최근 북.미관계의 호전으로 남북 IT분야의 교류 전망은 더 밝아졌다고 말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남북 IT 협력은 여전히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세계적인 기술수준을 보유하고 있는 남한과 IT인력이 풍부한 북한과의 교류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 유 회장의 생각이다. 더욱이 최근 북.미관계의 호전으로 남북 IT 분야의 전망은 더 밝아졌다는 전망이다.

유 회장은 북한이 IT 관련 최신 기술에 대해 목마른 상태에서 "우리의 IT 기술이 북측에게 상당히 업데이트 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서로가 가지고 있는 장점만 융합하면 새로운 버전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미관계가 조금씩 나아지면서 IT 분야는 상당히 급속히 발전할 것이라고 본다"며, 특히 미국의 적성국 무역법 적용 종료,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등 일련의 제재조치가 해제되면서 발전이 더욱 가시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 회장은 "테러지원국이 해제되면 IT 관련 장비의 반출을 막는데 명분이 없어지는 것"이라며 "EAR(미국수출통제법)이 적용된다 해도, 미국 스스로 금융시스템을 지원하려면 관련 컴퓨터 장비가 분명히 따라 가야하는데, 우리에게만 이것을 적용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같이 국제관계가 호전되고 있는 상황에서 남측 정부가 여전히 과거의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유 회장은 "IT 교류를 '군사기술을 돕는 것이냐'라는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어렵다"면서 이명박 정부에 대해 "북한이 미국과 가까워지고 있는데 구태의연한 포맷을 가지고 하는데 IT 교류가 빨리 갈 수 있겠나"라고 불만을 내비치기도 했다.

남북 간 IT 교류 관련 정부의 예산에 대해서도 "1억 몇 천이 무슨 예산이냐, IT 현황 조사 수준에서 끝나는 것"이라는 쓴소리도 이어졌다.

유 회장은 하반기에 평양에서 IT 관련 학술대회를 추진하고 있다. 이 역시 남북 간 IT의 차이를 좁혀나가기 위한 노력 중 하나다. 그의 이러한 노력들이 남북 IT 교류협력의 촉매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실용을 앞세우고 있는 남측 정부가 실질적 남북 경제협력의 진전을 바란다면 무엇보다 IT 교류협력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전격적 실행에 나서야 할 때가 무르익고 있다.

▲유완영 회장과의 인터뷰는 5월 8일, 7월 2일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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