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5일부터 이틀간 금강산에서 열리는 '6.15민족통일대회'의 참가신청자 중 이규재 범민련 남측본부 의장 등 6명에게 방북 불허를 한 것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상임대표 백낙청, 이하 6.15 남측위)는 15일 오전 '6.15민족통일대회'를 위해 출발하기에 앞서 발표한 성명에서 "정부는 어제 대표단 6인의 방북을 불허했는데 이는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심지어는 지난 5월에 평양을 방문한 인사에게 공공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새로운 기준을 적용, 다시 방북을 막는 것은 정부의 기준이 갖는 자의성을 증명한다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방북이 불허된 인사 중 통일광장의 권낙기 공동대표는 지난 5월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의 대북지원사업인 빵공장 견학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 바 있다.

정부는 지난 4월 이명박 정부 들어 첫 민간공동행사였던 남북청년학생단체대표자회의에서도 이같은 '고무줄 잣대'로 '선별배제'해 논란이 됐었다. 당시 8명의 불허자 중 한청 소속 회원이 6명이었지만, 6.15남측위 청학본부의 상임부대표를 맡고 있는 박희진 한청 부의장 등 2명은 방북했었다.

4월에 이어 이번에도 방북이 불허된 이승호 의장은 지난해 6.15민족통일대축전에 남측대표단의 일원으로 평양을 방문했었다. 이 의장은 "통일부에서는 공식 발표가 국가의 안보에 대한 위협이 있을 수 있다는 투의 얘기를 하는데, 이적단체 혐의를 걸고 한청의 방북을 불허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한청은 아직 이적단체가 아니라 재판이 계류 중인 단체다. 납득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정치적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진보연대 역시 방북대표단 출발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정부의 반통일성을 숨김없이 보여주는 폭거"라고 강하게 규탄했다. 이들은 "명박 정부가 진정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공동번영, 통일을 위해 힘쓸 의사가 있다면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대한 지지와 이행의사를 분명히 천명하라"면서 "또한 방북불허조치와 같은 반통일적 행동을 즉각 중단하라"로 촉구했다.

이규재 범민련 남측본부 의장은 "선별배제는 사실상 6.15 공동선언을 이행하겠다는 의지가 없는 것"이라며 "선별배제를 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가 결국은 백만 촛불의 목소리를 컨테이너로 막는 것과 마찬가지로 남북간 대화를 콘크리트로 막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노동당도 논평을 내 "정부가 앞서지는 못할망정 쪽박 깨고, 찬물을 끼얹고 있는 것"이라며 "범민족 평화와 통일의 의지를 방해하는 이명박 정부의 선별불허 조치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6.15 남측위 청년학생본부도 규탄성명을 통해 "남과 북, 해외에서 살고 있는 우리 민족이 하나로 모여 통일을 이야기하고, 6.15공동선언의 지지 이행을 결심하는 자리에 정부당국이 지지는 해주지 못할망정 방북을 불허했다"고 성토했다.

한편, 북측이 <데일리 NK> 기자의 방북초청을 취소한 것에 대해서도 규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동취재단은 이날 남측 출입경사무소를 넘기 전 통일부 출입기자단 명의 유감성명을 발표해 "매우 일방적이고 비상식적인 조치"라며, 특히 "특정 언론사의 기자 자격이 아니라 공동 취재단의 일원이라는 점"에서 "이번 초청 취소를 남측 공동 취재단 방식에 대한 북측의 이해 부족과 협력 미흡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남측이 북측 언론을 남측의 기준으로 재단하지 말아야 하듯, 북측 역시 남측 언론을 자신의 기준만으로 판단해서는 곤란하다"며 재발방지를 강력 촉구했다.

6.15 남측위 역시 '출발성명'에서 남측 정부의 '선별배제'와 함께 북측의 방북 불허 조치에 대해서 "자의적 기준의 문제는 북당국에게도 적용되는 것"이라며 "이번 6.15통일대회를 앞두고 북측에서 취한 여러 임의적 불허조처들에 대해서도 우리는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615 민족통일대회 출발성명>

화해와 협력의 길을 이어 가겠습니다

오늘은 남북이 겨레 앞에 내놓은 큰 약속인 6.15공동선언 8돌이 되는 날입니다. 남북정상이 뜨겁게 손을 맞잡은 2000년 6월 15일을 전환점으로 남북은 냉전과 대결의 역사를 뒤로 하고 여러 방면의 화해와 협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민족공동체의 전망을 활짝 열었습니다. 2007년 10.4선언은 그동안 진전되어온 남북 간 협력사업의 미래를 더욱 구체적으로 밝혀놓음으로써 평화와 통일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냉전시대의 오랜 관행과 악습 때문에 우여곡절이 없지 않았지만 이제 남북관계의 회복을 통해 민족공동체의 새로운 전망과 공동발전을 모색하는 것만이 민족이 함께 사는 유일한 방안임이 명백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6․15공동선언 8돌을 맞는 오늘, 남북 간 협력의 중심축이 되어야 할 당국 간 관계는 경색되고 있습니다. 민족이 주축이 되어 본격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논의해야 할 시점에 남북 당국이 역사의 때를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 그럼 점에서 우리는 6․15공동선언 8돌을 맞아 남북 당국이 대화와 협력을 복원하기 위하여 각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을 거듭 촉구합니다.

이번 금강산 민족통일대회는 민족의 화해와 협력을 쉼 없이 이어가려는 민간운동의 결실로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실천하는 의지를 밝히는 결의의 장입니다. 남측 대표단은 화해를 바라는 국민 모두의 통일 열망을 가슴에 안고 이번 대회가 남북간에 조성된 일시적 장애를 걷어내고 평화와 공동번영의 큰 길을 다지는 뜻 깊은 자리가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입니다.

오늘 민족화해의 길을 떠나면서 또 다시 봉착하는 장애에 대해서도 우리의 뜻을 밝히고자 합니다. 정부는 어제 대표단 6인의 방북을 불허 하였는데 이는 시대에 역행하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지난 5월에 평양을 방문한 인사에게 공공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새로운 기준을 적용, 다시 방북을 막는 것은 정부의 기준이 갖는 자의성을 증명한다 할 것입니다. 일관성도 없는 이런 조치는 절대로 국민을 설득할 수 없습니다. 자의적 기준의 문제는 북 당국에게도 적용되는 것입니다. 이번 6.15통일대회를 앞두고 북측에서 취한 여러 임의적 불허조처들에 대해서도 우리는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화해와 협력의 길은 멀지만 우리 겨레가 반드시 가야할 길입니다.
국민여러분의 성원과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2008년 6월 15일
서 울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방북 대표단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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