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저녁부터 6일 아침까지 '광우병 촛불'이 점령한 광화문 네거리는 시민들의 공간이었다. 경찰도 이순신 동상 앞에 버스로 선을 긋고 광화문 네거리는 일찌감치 포기한 모양새였다.

'72시간 릴레이 국민행동'의 근거지가 된 광화문 네거리는 한홍구 교수의 '국민 엠티'라는 표현처럼 텐트가 들어서고 삼삼오오 모인 시민들이 자발적인 공연을 이어갔다.

방송차량 주위로 수천 명이 모여든 자유발언대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성토의 장을 그대로 이어갔다. 5시간 넘게 진행된 자유발언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뿐만 아니라, '왜 돈 없는 사람들 쥐어 짜냐'고 목 놓아 외치던 한 서민도 갑갑한 마음을 풀어냈다.

광화문 네거리는 '이명박은 물러가라'는 구호와 음악소리, 시민들의 웃음소리로 뒤섞였다. 도로 위에 신문지를 펼쳐놓고 잠이 들어도, 술판이 벌어져도 아무 문제없었다. 이 순간만큼 이곳은 시민들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자신들의 공간을 스스로 꾸려나갔다. 폭력진압으로부터 시민들을 지키기 위해 인터넷에서 조직된 '예비역'은 충돌이 없자, 스스로 경계선을 만들고 차량통행을 도왔다. 시민들은 이리 저리 흩어진 휴지조각을 치우는 일도 잊지 않았다.

광화문을 점령한 시위대를 위해 또 다른 시민들은 김밥과 초코파이를 제공했고, 시위대는 이 김밥과 초코파이를 차벽 너머 경찰들에게 던져주는 너그러움까지 발휘했다.

1980년 광주에나 어울릴 법한 '해방구'가 2008년 서울 광화문에서 재현되고 있었다. 28년 전 '해방구'에 감돌았던 비장함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기발한 놀이문화에서 분출되는 즐거움이 비장함을 대신했다.

이날 밤 시민들은 광화문에서 '21세기 해방구'를 맛보지 않았을까. '21세기 해방구'는 또 어디에 생겨날지 모른다. 그곳이 서울 시청광장일수도, 청와대 앞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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