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전 미국 대통령 내외가 12일 청와대 관저에서 식사를 했다. 관저가 한옥인 탓에 신발을 벗어야 했는데, 고령에다 신발 벗기에 익숙지 않은 부시 전 대통령의 몸이 휘청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부축하자 부시 전 대통령이 “프렌들리 맨”이라고 인사했다. 비서관들 사이에선 “우리가 프렌들리 정부일 줄 어떻게 알았지?”란 농담이 돌았다.(joins뉴스 2008.3.17)

3월 11일부터 13일까지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이자 전직 미국 대통령인 조지 H W 부시가 한국을 다녀갔다. 선친 때부터 부시 가와 친분이 있다는 풍산그룹 류진 회장의 초청으로 12일 풍산그룹 창립 40주년 행사에서 축사를 하기 위해서이다.

풍산그룹은 부시가의 고향인 미국 텍사스에도 공장이 있는 방위산업체이고 부시 전 대통령은 방산부문과도 연관이 있는 칼라일의 고문을 맡기도 했다.

물론 아버지 부시는 한국에 머무는 동안 이명박 대통령 예방을 비롯해 국제교류재단이 주최하는 강연에 나서는 등 다른 일정들도 진행했다.

취임 직후 바쁜 일정을 빼서 이명박 대통령이 개인 업무차 방한한 아버지 부시를 만난 것은 평소의 지론인 한미동맹 강화론을 몸으로 보여준 것으로 보이며, 언론들은 4월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유용한 대화가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관측하기도 했다.

아들 부시(조지 W 부시)가 2001년 한참 연장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디스 맨(This man)'이라고 했던 것에 비하면 아버지 부시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프렌들리 맨(Friendly man)’이라고 칭찬한 것은 나쁘지 않은 변화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친절도 지나치면 부족함만 못한 법이다.

11일 전용기 편으로 제주도를 찾은 아버지 부시는 우리에게도 낯선 서귀포시 소재 정석비행장을 이용했다. 정석비행장은 대한항공 소유의 민간비행장으로 주로 대한항공 조종사들의 비행훈련장으로 이용되는 곳이다.

대한항공 홍보실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월드컵 때 (제주공항)수요가 넘쳐 임시 개항을 요청해 개행해 준 사례가 있을 뿐이다”며 이번 조치가 이례적임을 간접 시인했다.

이번 부시 전 대통령의 정석비행장 사용은 주한 미국대사관의 요청을 받은 외교통상부가 대한항공에 협조를 요청했고 대한항공이 국토해양부에 부탁했다는 것이 대한항공 측 설명의 요지이다.

이 관계자는 “미국대사관 쪽에서 자가용비행기 보안과 의전, 경호 때문에 요청이 온 것”이며 “외교통상부도 사사로이 허락한 것이 아니고 그런 사항(월드컵)이 있을 때나 큰 국빈이나 보안에 문제가 있을 때 허락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주한 미국대사관 측은 “저희 쪽이 어렌지 한 행사가 아니었다”며 “보안과 관련해서는 말씀드릴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부시 전 대통령이 왔다 하더라도 코멘트는 안 한다”고만 말했다.

아무리 전직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사적 목적으로 방한한 아버지 부시가 한국 정부의 특혜를 받아 정석비행장을 이용하고 청와대를 방문해 ‘프렌들리 맨’을 만나는 모습이 왠지 불안해 보이는 것은 기자의 기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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