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양론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비준동의안이 13일 상정됐다. 아울러 이날 소관 상임위인 통일외교통상위원회(위원장 김원웅)에는 한.미FTA와 함께 지난해 11월 남북간 합의된 총리회담의 비준동의안도 함께 올라왔다.

통외통위 전문위원과 소관부처의 장관들이 나와 양당 국회의원들과 함께 토론을 벌인 자리에서 한나라당은 한.미FTA는 가급적 2월 국회안에, 늦어도 17대 국회안에는 처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총리회담 합의서의 국회 비준동의안에 대해서는 신중할 것을 거듭 촉구하면서 18대 국회로 미룰 것을 주장했다. 즉 한.미FTA는 '빨리빨리', 총리회담은 '철저한 검증'인 셈이다.

한나라당이 양 사안에 대해서 다른 입장이 나오는 이유는 검증문제에서 이중잣대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빨리빨리'를 외친 한.미FTA는 지난해 국회의원 80여 명이 국정조사를 발의해 놓은 사안이다. 아울러 민주노동당을 비롯해 시민사회단체는 한.미FTA가 국가 경제를 좌우할 중대사안인 만큼 공청회, 청문회 등 철저한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비준동의안 상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 문제가 결부돼 있어 국회의 비준동의 여부는 4, 800만 국민들의 건강에 직결돼 있기도 하다. 농업, 의약품 등 총 17개 분야에 걸친 광범위한 내용을 담고 있어 공청회와 청문회를 하는데도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빨리빨리' 하고 싶어도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국정조사가 발의될 만큼 '철저한 검증'이 요구되고 있음에도, 검토할 것은 이미 다 했으니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비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심지어 한나라당의 김광원 의원은 신당측에서 공청회를 비롯해 청문회도 개최해서 검토작업을 벌여야 한다고 제기하자 "질질 끌자는 얘긴지... 공청회라는 것이 빈소리 듣자는 것인가?"라고도 말했다. 한.미FTA로 인한 국익 여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것을 차치하고서라도 국민 건강과 직결된 문제에서 '경솔하다'는 지적이 나올 법하다.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총리회담 합의서의 국회 비준동의 문제에선 '철저한 검증'을 요구했다.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에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이해봉 의원은 "(총리회담 비준동의안이) 오늘 상정됐다. 제대로 국회에서 논의를 한다던지, 절차도 없이 비준동의를 하라는 것은 국회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국민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며 "이 문제야 말로 심도있게 검토해서 다음 국회에서 논의하는 것이 맞다"고 잘라 말했다. 국정조사와 공청회 등 한.미FTA의 철저한 검증을 요구하는 쪽에서 '적반하장'이란 말을 나올만 하다.

'국민적 합의' 문제로 치면, '철저한 검증'이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한.미FTA 문제이다. 한.미FTA에 대한 국민여론은 찬반이 팽팽하게 양분돼 있다. 정부가 대대적 홍보전을 펼치기 전에는 반대여론이 더 높기도 했다. 국론분열이란 말을 실감케 하는 사안이 한.미FTA 문제이다. 반면 총리회담의 경우, 남북정상선언과 함께 70%이상의 전 국민적 동의가 이뤄져 있다.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철저한 검증 절차 없이 '빨리빨리' 처리하는 것은 이해봉 의원의 말처럼 국회와 국민에 대한 예의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이다. 국가적 중대사를 다루는 입법부에서 과학적 검증절차와 국민여론 수렴 없이 정치적으로 이중잣대를 들이대는 모습에 국민들은 불안은 커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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