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우. 그는 원래 사진작가다. 사진이란 예술의 한 영역이다. 예술은 창작활동을 통해 이뤄진다. 그런데 그 예술의 영역에 법이나 관습이 끼어드는 순간 창작은 습관화되고 자기검열을 받게 된다. 특히 그 법이 국가보안법이라면 더할 나위가 없다. 언제부턴가, 사진작가인 그가 국가보안법의 상징으로 되었다. 지난해 4월 19일 그는 ‘운명적으로’ 국가보안법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거됐다가 그해 9월 14일 보석 허가로 석방되었다. 그리고 이번 1월 31일 제1심 공판에서 ‘역사적으로’ 무죄판결을 받았다.

아무튼 그는 사진작가다. 그는 언젠가 자신의 창작관에 대해 “사진은 ‘90%의 학문과 9%의 실천과 1%의 영감’으로 창작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그 소신에 따라 사진을 찍었고 그의 첫 창작공정은 ‘비무장지대에서의 사색’(1999)이라는 사진시집을 통해 형상화되었다. 그 사진시집을 들춰보면 두 번 놀란다. 한 번은 일관된 평화 메시지를 주는 생생한 사진을 통해서, 또 한 번은 시와도 같은 사진글을 통해서다. 이후 그는 산문집 ‘민통선 평화기행’(2003)도 발간했는데 이 책은 2004년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출품작 한국의 책 100권에 선정되기도 했다. 게다가 비무장지대에 관심을 갖기에 대인지뢰 일도 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아마도 그는 민통선과 비무장지대와 관련된 사진작업을 하다가 필히 유엔사 문제에 맞닥뜨린 것 같다. 그는 유엔사 문제를 다루기 위해 주한미군기지와 주일미군기지를 찾아다녔다. 유엔사 문제에 천착하고자 해제된 기밀문서를 뒤적거렸고, <통일뉴스> 전문기자도 했고 또한 미군(유엔군)의 군사훈련에도 전문기자로서 취재를 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유엔사의 화학무기 보유와 주한미군의 열화우라늄탄 보유에 대한 특종 기고를 하기도 했다. 또 2004년에는 ‘유엔사 해체’를 몸에 부착하고 서쪽 강화도에서 휴전선을 따라 동쪽 강원도 고성으로, 고성에서 동해안을 따라 남쪽 부산으로 1천km를 한 달에 걸쳐 걷기명상을 해 왔다. 이때쯤 어느 지점에선가 미군이 그를 눈엣가시로 삼았을 것이라는 예측은 그리 어렵지 않다.

또한 아마도 그는 지난해 6자회담 2.13합의 이후 촉발될 한반도 평화협정 논의에서 ‘유엔사 해체’의 기미를 선점한 듯하다. 이때 우연이었을까 아니면 필연이었을까? 그때를 전후해 그에게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 공안당국이 그를 내사하고 있다고 한 언론이 보도한 것이다. 이후 그는 선점한 유엔사 문제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 잡혀선 안 되겠기에 집을 나섰고 내부 수배상태에 있던 중인지 피신중인 지난해 4월 19일에 결국 검거됐다. 그때 그는 “국가보안법을 끌어안겠다”고 말했다. 이 한마디가 그의 운명을 연장시킨 것일까 아니면 변환시킨 것일까? 검거 후 그는 곧바로 묵언과 단식에 들어갔다. 장장 48일간의 단식은 이후 그가 행한 치열한 국가보안법 폐지 투쟁에 비한다면 차라리 후일담에 가깝다.

남들이 보기에 그는 무리한 일만 추진했다. 전문가도 변변찮은 분야이자 금기영역인 유엔사 문제에 매달렸다. 그는 유엔사 해체를 대중화하기 위해 한 달간 걷기명상도 했다. 검거 후 국가보안법에 맞선 법정투쟁 내용은 하나의 교과서다. 출소 후 최근에는 엄동설한에 국가보안법 폐지를 내걸고 삼보일배로 임진각을 향했고 이후 고성을 향해 ‘국가보안법 폐지 걷기명상’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인가? 그의 이러한 진지함과 치열함 때문일까? 역사적인 일이 일어났다. 검찰이 징역 10년에 자격정지 10년, 압수물품 몰수라는 중형을 구형했지만 사법부가 1심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이번 일로 그가 다시 창작을 할 수 있게 될까? 물론 알 수는 없다. 분명한 건 이번 무죄 선고와 관계없이 그의 관심 주제인 민통선과 비무장지대는 여전히 유엔사 관할 하에 있고 또한 이번 무죄 선고로 자신은 보안법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여전히 한국사회는 그 악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더 분명한 건 어느샌가 그는 ‘유엔사 해체’와 ‘국가보안법 해체’라는 자리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창작이든 학문이든 활동이든 이 모든 것이 그에게는 이제 비슷한 개념으로 되어있을지도 모를 터이다. 이시우 사진작가는 언제쯤 ‘유엔사 해체’와 ‘국가보안법 해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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