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16일 통일부를 폐지하고 외교통일부를 신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 개편안을 확정했다. 인수위는 통일부 폐지 근거에 대해 “‘남북화해 시대’를 맞아 통일부의 기능을 경제교류 활성화와 남북대화 중심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면서 “남북교류와 경제협력은 더 이상 특정부처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부처가 추진할 과제”이며, “대외정책의 틀 속에서 조율해 일관성을 유지”하면 된다고 밝혔다. 알쏭달쏭한 얘기다. 남북대화와 경협을 통일부가 아닌 모든 부처가 함께 해야 한다는 의미인데 아무튼 이에 따라 외교부와 통일부를 통합하여 ‘외교통일부’를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에 대해 몇 가지 우려를 밝히지 않을 수 없다.

먼저, 통일부를 폐지하겠다는 발상 자체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인수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통일부와 외교통상부를 통합한 것은 통일 정책을 보다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변했다. 통일부 폐지가 통일을 위한 것이라는 말장난은 마치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식의 3류 소극(笑劇)에도 끼지 못하는 유치한 언어의 유희일 뿐이다. 게다가 우리는 이번 통일부 폐지 결정을 이명박 당선자가 직접 내렸다는 대목에서는 경악을 금치 못한다. 인수위가 당초 존치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던 통일부를 외교통상부에 통합하기로 결정한 것은 ‘대북정책도 대외정책의 큰 틀 안에서 결정돼야 한다’는 이명박 당선자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라는 평가다. 그렇다면 이는 이 당선자가 통일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 표현으로 봐야 한다. 분단시대의 대통령이 헌법상 대통령의 직무인 평화통일을 포기한다는 것은 반헌법적 처사라 아니할 수 없다.

또한, 통일문제를 외교문제로 다루겠다는 심사 자체도 문제다. 통일문제는 민족문제다. 통일은 남과 북이 하는 것이지, 미국이나 일본과 하는 것이 아니다. 민족문제는 남북이 풀어야지 외교적으로 외세와 풀 수는 없다. 분단문제를 독일, 중국, 대만도 외교부에서 다루지 않고 각각 자기 나라 특성에 맞는 부처를 내와 다뤘다. 또한 이번 사안은 7.4남북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공동선언 그리고 10.4선언에 이르기까지 전임대통령들이 이룬 남북 합의의 공적마저 갉아먹는 것이다. 특히 남북기본합의서에 나오는 남북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유지하는 ‘특수관계’로 규정한 매우 중요한 합의를 뒤집는 반통일적 행위이다.

그리고, 이번 결정은 북측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이다. 남북화해를 얘기하면서 그 주무부처를 없앤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북측은 이제 통일문제의 유일한 당사자가 아니라 외교적으로 다뤄야 할 무수한 나라들 중에 하나가 되어버렸다. 통일부 폐지에 접한 북측은 황당하다 못해 남측의 남북대화 단절의 신호로 받아들일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주의를 기울이던 북측이 이를 계기로 강공으로 선회할 공산이 커졌다. 창졸간에 6.15공동선언 이후 쌓아온 남북 신뢰와 성과에 빨간 불이 켜졌다. 북측을 통일문제와 남북대화의 파트너에서 빼버리는 인수위의 조처는 반민족적 행위이다.

이처럼 인수위의 통일부 폐지 결정은 대통령의 신성한 헌법상 평화통일 직무를 저버리는 것이자 민족의 바람인 통일을 포기하고 통일의 상대인 북측을 한갓 제3자로 내모는 반통일적 반민족적 행위라 아니할 수 없다. 이명박 정부는 이래저래 통일을 원치 않기에 통일부를 폐지한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분단상태에서 정권이나 정부보다 더 중요한 건 통일과 민족이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민족은 유구하다. 고작 5년짜리 대통령이 5천년을 이어온 하나의 민족을 다시 잇고자 하는 통일부를 폐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편에 차라리 통일부가 아니라 대통령직을 폐지하는 게 낫겠다. 한 순간의 대통령보다 ‘하나의 민족’이 더 가치있음은 불문가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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