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한반도 문제를 바라봄에 있어서 다소 어려움을 느낄 때가 있다. 바로 통일 문제와 평화 문제, 즉 문제는 두 개인데 그 해결 당사자가 남과 북 그리고 미국이라는 3자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통일 문제와 평화 문제의 해결 주체가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어쨌든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이들 3자의 관계, 즉 남북관계, 북.미관계 한.미관계가 변주곡을 울리면서 한반도 정세를 움직여 왔다.
◆ 이명박 당선자가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남북관계도 이제 실질적으로 발전해야 한다”면서 “특히 한.미관계가 돈독해지는 것이 북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한.미관계와 남북관계가 서로 발전하면 북.미관계도 함께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요지는 한.미관계-남북관계-북.미관계 순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당선자는 한반도의 3자관계 중에서 한.미동맹을 지렛대로 해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풀어갈 요량인 듯하다. 하지만 이는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이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 먼저, 한.미관계와 남북관계는 상호간 순작용보다는 역작용이 많았다. 아직까지는 한.미동맹과 민족공조가 양립하기 어려운 조건이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한.미관계는 그 동맹적(사실은 수직적) 성격 때문에 비교적 일관했으나 남북관계는 숱한 부침을 겼었다. 이는 남북관계가 한.미관계에 영향을 받는다기보다는 다른 관계에 의해 영향을 더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남북관계는 한.미관계보다는 북.미관계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아왔다. 물론 6.15공동선언 이후 남북관계의 독자성이 커진 점이 간과돼선 안 된다.
◆ 둘째, 한.미관계와 남북관계의 발전이 곧바로 북.미관계의 발전을 보장하지 않는다. 그 영향은 미미하다. 역사적으로 볼 때 오히려 북.미관계의 부침에 따라 남북관계가 종속되었고 한.미관계는 그에 관계없이 독립변수로 있었다. 따라서 이 당선자가 한.미관계를 고리로 해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순차적으로 발전시키려는 시도는 공염불이 되기 십상이다. 북.미관계를 어찌할 수 없는 조건에서 이 당선자가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려면 한.미관계로 에돌아 갈 게 아니라 직방으로 남북이 합의한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이행의지를 밝히면 된다. 그게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