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한반도의 근본 문제라 할 경우 통일 문제와 평화 문제 두 가지를 말한다. 그렇다면 이 두 가지 문제의 해결 주체는 누구인가? 통일 문제의 해결 주체는 당연히 남과 북인데, 평화 문제의 해결 주체는 묘하게도 북한과 미국이다. 전자는 1945년 해방과 동시에 진행된 분단을 극복하는 통일의 문제이고 후자는 6.25 한국전쟁에 따른 1953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한반도 문제에 개입해 있는 것이다.

◆ 그런데 한반도 문제를 바라봄에 있어서 다소 어려움을 느낄 때가 있다. 바로 통일 문제와 평화 문제, 즉 문제는 두 개인데 그 해결 당사자가 남과 북 그리고 미국이라는 3자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통일 문제와 평화 문제의 해결 주체가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어쨌든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이들 3자의 관계, 즉 남북관계, 북.미관계 한.미관계가 변주곡을 울리면서 한반도 정세를 움직여 왔다.

◆ 이명박 당선자가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남북관계도 이제 실질적으로 발전해야 한다”면서 “특히 한.미관계가 돈독해지는 것이 북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한.미관계와 남북관계가 서로 발전하면 북.미관계도 함께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요지는 한.미관계-남북관계-북.미관계 순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당선자는 한반도의 3자관계 중에서 한.미동맹을 지렛대로 해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풀어갈 요량인 듯하다. 하지만 이는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이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 먼저, 한.미관계와 남북관계는 상호간 순작용보다는 역작용이 많았다. 아직까지는 한.미동맹과 민족공조가 양립하기 어려운 조건이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한.미관계는 그 동맹적(사실은 수직적) 성격 때문에 비교적 일관했으나 남북관계는 숱한 부침을 겼었다. 이는 남북관계가 한.미관계에 영향을 받는다기보다는 다른 관계에 의해 영향을 더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남북관계는 한.미관계보다는 북.미관계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아왔다. 물론 6.15공동선언 이후 남북관계의 독자성이 커진 점이 간과돼선 안 된다.

◆ 둘째, 한.미관계와 남북관계의 발전이 곧바로 북.미관계의 발전을 보장하지 않는다. 그 영향은 미미하다. 역사적으로 볼 때 오히려 북.미관계의 부침에 따라 남북관계가 종속되었고 한.미관계는 그에 관계없이 독립변수로 있었다. 따라서 이 당선자가 한.미관계를 고리로 해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순차적으로 발전시키려는 시도는 공염불이 되기 십상이다. 북.미관계를 어찌할 수 없는 조건에서 이 당선자가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려면 한.미관계로 에돌아 갈 게 아니라 직방으로 남북이 합의한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이행의지를 밝히면 된다. 그게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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