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대 대통령선거에서 국민들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선택했다. 이명박 당선자는 19일 열린 대선에서 11,492,389(48.7%)을 득표, 6,174,681표(26.1%)로 2위인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에 압승했다. BBK 의혹을 비롯한 여러 가지 도덕성 문제가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이 당선자가 경쟁자를 500만표 이상의  차이를 벌리며 압승할 수 있었던 것은 한마디로 지난 5년간 노무현 정부에 대한 심판론이 작용한 것이라고 본다.

결과론이지만 이번 대선은 노무현 정부의 실정(失政)에 대한 심판, 좀 더 정확하게는 심판 정도가 아니라 응징이라고까지 할 만하다. 이는 대선 기간 내내 국민이 보여준 참여정부에 대한 냉소적 태도와 아울러 압도적인 표 차이가 말해준다. 참여정부에 대한 무능정권 심판론에 이 당선자의 BBK 의혹 등 숱한 도덕성 시비가 묻혔다고 볼 수 있다. 이로써 김대중-노무현 정부로 이어진 개혁 성향의 정권이 10년만에 보수 성향의 정권으로 바뀐 것이다.

대선 승패의 갈림길, ‘무능정권 심판론’과 ‘경제문제’

‘무능정권 심판론’과 함께 대선 승패의 갈림길은 단연코 ‘경제문제’였다. 노무현 정부는 권위주의 타파와 함께 특히 숱한 우여곡절 속에서도 6자회담과 북미관계의 개선과 함께 남북정상회담을 실현하는 등 남북관계 등에서 일정 부분 성과를 이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이들 문제가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

오히려 노무현 정부가 신자유주의 양극화와 불평등 심화에 따른 부동산, 주택, 교육문제 등에서 난맥상을 보임으로서 대다수 서민대중들에게 피해를 입혔고, 이에 대응해 일찌감치 ‘경제 슬로건’을 내건 이명박 당선자가 선두를 지켰다. 이번 대선에서는 그전에 꼭 나왔던 이념대결이나 세대대결이 나오지 않았고 지역대결도 상대적으로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대선의 의미를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경제문제가 도덕성과 이념문제를 압도한 선거였다고 볼 수가 있다. 물론 이뿐만이 아니라 BBK 의혹을 둘러싼 네거티브가 만연하다보니 모든 방면에서 정책선거가 되지 못했다. 정책이슈가 사라진 이상한 선거가 되어 버렸다. 대부분의 후보들이 BBK 수렁에 빠졌고 막판에는 BBK 특검이 국회를 통과하는 등 아직 이명박 당선자의 앞길에는 지뢰밭이 놓여있다.

어쨌든 선거는 끝났다. 우리는 이번 대선 결과에 대해 청와대의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국민의 선택을 존중한다”와 패배자인 정동영 후보의 “국민 여러분의 선택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그리고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꿈을 이루고 싶었지만 국민의 선택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한 인정과 패배선언을 받아들이면서도 이 당선자에게 두 가지를 부탁하고자 한다.

아직 끝나지 않은 BBK 문제

하나는 BBK 문제다. 우리는 대선이 끝났고, 대선에서 이 당선자가 승리했고 또 표 차이가 크게 났다고 해서 BBK 문제가 저절로 해결됐다고 보지 않는다. 마침 BBK 특검이 기다리고 있다. 이 당선자는 그간 “나는 BBK와 전혀 관계 없다”면서 “만약 BBK와 관계가 있다면 대통령 후보직을 사퇴하고, 또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사퇴하겠다”고 말해왔다. 그런데 아주 단순히 말해 이른바 ‘이명박 동영상’에서는 생생한 육성으로 “내가 BBK를 설립했다”고 말했다.

어느 쪽이 진실인가? 이 문제는 이 당선자가 고백하든 아니면 BBK 특검을 통해서든 진실이 규명되어야 할 사안이다. 우리는 이 당선자가 하나의 입으로 서로 다르게 말했기에 둘 다 옳다고 보지는 않는다. 서로 다른 말인 만큼 어느 하나는 참이고 다른 하나는 거짓일 것이다. 우리는 이 진실 규명을 위해 이 당선자가 당선자 신분이더라도 또 한나라당도 특검에 진지하고 성실하게 임할 것을 촉구한다.

6.15선언과 10.4선언, 역행돼서는 안 돼

다른 하나는 대북정책이다. 우리는 민족의 장래와 관련 그래도 남북관계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는 이상하게도 각 후보들의 대북정책이 드러나거나 비교되지 않았다. 이 당선자의 대북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해서 이 당선자의 대북정책이 그대로 용인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 당선자가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을 거쳐 어렵사리 진전시켜온 남북관계를 한층 발전시켜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이 당선자는, 이회창 후보가 이 당선자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면서 갑자기 출마선언을 하자 한때 극도로 보수화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한마디로 이 당선자는 유세 과정에서 남북문제에 대해 발전적 입장은커녕 일관된 입장조차 보이지 못했다. 우리가 이 당선자의 대북관을 우려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앞의 두 정부가 북측과 합의한 6.15공동선언과 10.4공동선언을 이행해야 하고, 역행시켜서는 안 된다고 본다.

지난 11월 김양건 북측 통일전선부 부장의 서울 방문을 통해서도 나왔지만, 마침 북측의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내년 1~2월중 남측을 방문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영남 상임위원장의 남측 방문이 이뤄질 경우 노무현 대통령과 만날 것은 당연하다. 우리는 이때 이명박 당선자도 함께 김 상임위원장을 만날 것을 촉구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대리역으로 서울에 올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당선자가 함께 만난다면 모양도 좋을 뿐만 아니라 6.15공동선언과 10.4공동선언을 이행하겠다는 의지의 표현도 될 것이다. 그리고 한반도 정세의 안정과 남북관계의 발전이 이 당선자가 대선에 승리할 수 있었던 경제문제에도 절대적 도움이 될 것임은 불문가지이다.

당선자 시절에 BBK 문제와 6.15선언, 10.4선언 이행 명확히 해야

우리는 이 당선자의 대선 승리를 축하한다. 그러나 온전한 승리를 위해서는 이 당선자가 당선자 시절에 명확히 할 일이 있다고 본다. 이 후보는 당선이 사실상 확정된 직후 “매우 겸손한 자세로 매우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다”면서 “국민의 뜻에 따라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경제를 반드시 살리겠다”고 말했다.

전자는 BBK 문제를 명쾌하게 밝히는 것과 연관이 있고 후자는 남북관계의 안정 및 발전과도 연관이 있다. 이명박 당선자가 진정한 승리자가 되기 위해서는 당선자 시절에 이 두 가지 문제를 명확히 하길 기대한다. 그래야 내년 2월 당선자 꼬리를 떼고 영예롭게 대통령직에 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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