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정상회담 후 한 달이 지났다. 이 기간 동안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온 정상회담 관련 토론회의 주종은 ‘남북경협’과 관련한 내용이다.

‘남북경협을 새로운 단계로 올려놓았다’는 평가와 함께 ‘평화와 경제의 선순환’이라는 새로운 접근으로 인해 남북경협에 대한 대북전문가 그룹의 분석과 연구는 구체적 재원마련에서 향후 남북경제공동체를 구상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개성공단으로 대표됐던 경제협력 차원을 넘어, '서로 다른 체제의 경제공동체 형성이 어떻게 가능한가', '북한을 두고 주변국가와의 경제경쟁을 어떻게 할 것인가?' 등 ‘남북경협에 대한 새로운 페러다임’, ‘남북경제공동체에 대한 구체적 전망’이 연구되고 논의돼야 한다는 주장이 대북 전문가들 사이에서 일고 있다.

그러나 남북 간 정치군사적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제공동체'를 논의한다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과 함께 현재 논의되고 있는 '경제공동체'의 개념이 '시장경제로의 통합'을 내포하고 있어 오히려 남북관계 발전에 장애로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남북경협’ 놓고 남북 동상이몽

실제 2007남북정상회담 이후 노무현 대통령의 ‘역지사지론’에도 불구하고, 남측 대북 전문가 그룹의 '남북경협'과 '남북경제공동체'에 대한 구상의 방향이 ‘흡수통일론’으로 기울어져 있어 정치군사적 대결에 이은 새로운 남북갈등의 우려를 낳고 있다.

“북한체제의 마지막을 보는 듯한, 한 체제의 마지막 위기에서 마지막 국면의 마지막 지도자의 초췌한 모습을 봤다.”(조한범,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평화나눔센터 주최 '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 전망과 대북지원 발전방안' 토론회)

“북한이 문제가 무엇인가? 그것은 평화의 문제에 있어서도 그렇고 경제개발에 있어서도 문제가 되는 것은 ‘개혁개방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회담에서 얘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 북한이 싫어한다하더라도, 입에 쓴 약처럼 설득하고, 기본방향은 개혁개방을 촉진하기 위한 부분에서 이뤄져야 한다. 북한 체제가 정말 우리와 하나가 되어야 한다면, 촉진하고 도와 줘야 한다.”(유호열 고려대 교수, 국가안보전략연구소 학술회의 ‘2007 남북정상회담 평가와 대북추진 방향' 토론회)

“우리는 이제까지 경협을 통해서 ‘북한 경제를 개혁개방해서 우리 시장경제와 굉장히 친화적인 체제가 될 것이다’였다. 그런데 북한 최고 지도자들이 이런 부분에 불편한 심정을 얘기했고, 물론 단순한 용어상의 문제일 수 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런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이다.”(이석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국가안보전략연구소 학술회의 ‘2007 남북정상회담 평가와 대북추진 방향' 토론회)

“북한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로 갈 수밖에 없다. 북한은 그리로 가야 한다. 그래야 민족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다.”(제성호 중앙대 교수, 한국자유총연맹.6.15 남측위 주최 '2007 남북정상 선언과 국민통합' 토론회)

대북 전문가들은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개혁개방’을 점치면서 ‘자본주의 시장경제’로의 체제 전환을 전제하고 있다. 이는 기존에 정치군사적 문제를 사이에 둔 상호 체제인정 문제가 향후 경제문제를 꼭지점으로 새로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논란이 인 ‘통일비용’ 문제에 대해서 “그것(통일비용)은 흡수통일을 전제하는 것 아닌가?”라며 “그러나 이번에 가서 보니까 북한이 붕괴할 가능성은 없는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노 대통령 역시 정상회담 이후 불거져 나오는 ‘흡수통일론’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이다.

북한은 한해 국정운영의 목표를 설정하는 ‘신년사설’을 통해 ‘경제 강성대국 건설’을 내세웠고, 이는 구체적으로 남북정상회담과 그 이후 베트남 정부와 교류를 통해서 드러나고 있다.

‘개혁개방’에 대해서 ‘밖에서 걸어 잠금 자물쇠를 주체적으로 풀고 나온다’는 북한의 입장과 ‘체제 결함으로 안에서 잠근 자물쇠를 스스로 풀 수밖에 없다’는 일부 남측 전문가들의 입장 충돌은 정치군사적 대결 못지않은 우려스런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사실상 1국가 1정부 1체제를 고집하는 남측 일부 세력의 입장과 1국가 2정부 2체제를 주장하는 북측의 입장은 6.15공동선언의 2항으로도 ‘봉합’할 수 없는 문제이다. 특히 남측 사회에선 ‘북한의 실체는 인정하지만 체제는 인정하지 못한다’는 정서가 팽배해 있다.

분단 60여 년 만에 찾아온 정치군사적 해빙기를 맞이하는 지금, 대결을 넘어 6.15공동선언의 합의대로 상호체제를 인정하는 연합.연방의 기틀을 마련해 나가기 위한 논의에 주력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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