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주(통일뉴스 기획위원)

▲ '통일, 우리민족의 마지막 블루오션'(전상봉, 시대의창, 2007). [자료사진 - 통일뉴스]
노란색은 예쁜 색이기는 하지만 막상 옷에 코디를 해본다던지 물건에 칠하게되면 적응하기 쉬운 색깔은 아니다. ‘시대의 창’에서 새로 출판한 ‘통일, 우리민족의 마지막 블루오션 - 전상봉 지음’은 신기하게도 노란색으로 예쁘게 디자인 되어 있어 눈길을 잡아끈다.

마찬가지로 ‘통일’이라는 주제로 대중적인 책을 만드는 것도 쉬운 것은 아니다. 노란색과 마찬가지로 그냥 놓고 보면 해야 될 것 같고 당연한 것 같지만 막상 구체적으로 들어가고자 하면 너무나 많은 역사적 사실과 정치적 쟁점, 가치관의 충돌 등에 휘말리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통일’을 주제로 한 책이 나올 경우 보통 두 가지로 경향성을 띄게 된다. 하나는 민족적 분노를 촉발하는 것을 중심으로 통일의 당위성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아주 아카데믹하게 근현대사를 짚어보며 소여시기별로 있었던 과정들을 나열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전자의 경우는 통일을 향후 우리가 맞이해야 할 ‘기회’로서 받아들이기보다는 과거의 역사를 바로잡는 역사청산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현재를 살아가고 미래를 기대하는 대중들에게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후자의 경우에는 저자가 객관적이고자 하면 할수록 분단체제가 강요하는 편견을 벗어나지 못한다. 분단체제라고 불리는 남북의 특수한 상황이 초래하는 기이한 현상인데 아주 학술적인 통일연구논문에서도 근거없는 저자의 주관적인 편견이 개입해있는 것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통일, 우리민족의 마지막 블루오션’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된 이 책은 그 양쪽의 치우침에서 자유롭게 서있다. 그 이유를 필자의 서문을 보면 알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관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민족적 관점’, ‘6.15시대의 특징’, ‘한반도 정세의 중심축은 북미관계’, ‘정치군사적 문제의 중요성’등 네 가지의 전제가 이 책이 서술하고 있는 전반적인 논리와 근거, 그리고 주장들과 잘 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전반부에서 근현대를 거치며 통일운동의 역사를 개괄하고 있다. 그리고 이어서 이북의 통일정책의 변화를 시대별로 그리고 한반도 정세의 변화에 맞추어 설명하고 있다.

괄목할 만한 점은 이 책은 현재 남북의 통일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의 쟁점사안들에 대해서 차분하고도 명확하게 정리하고 있다. 또한 사이사이에 각종 쟁점사안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마련된 ‘쉬어가는 페이지’의 내용들은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어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독자를 배려한다.

이 책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부분은 그 다음에 이어진다. 바로 ‘분단체제론’과 ‘적대적 공생관계론’에 대한 비판적 검토이다. 저자 역시 기본적으로 한반도에 구축되어 있는 체제가 ‘분단체제’라는 것에는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의 자유주의자들이 주장하는 ‘민족자주’적 관점이 결여된 반쪽짜리 ‘분단체제론’에는 세부적인 논리와 근거를 대면서 반박하고 있다.

또한 90년대이후 학계를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유포된 ‘적대적 공생관계론’에 대해서도 분단이래 정치군사적 전선은 ‘북미’간에 펼쳐져있기에 남과 북이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주장은 그 근거를 상실한다고 비판한다.

이는 매우 주목할 만한 지적인데 자유주의자, 또는 소위 개혁적 성향을 표방하는 통일운동진영의 한계를 명확히 지적하고 통일과정의 현실화 단계에서 정치군사적 쟁점들을 진보진영이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에 있어서도 매우 실천적인 기준을 제시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독일, 베트남, 예멘의 통일과정을 보면서 남북의 통일과정에서 고민해야할 지점들을 도출한 것은 통일이 정말 우리민족의 ‘블루오션’될 수 있는지에 대한 국제사례를 통한 검토가 될 수 있다.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보면 블루오션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1. 차별화와 저비용을 통해 경쟁이 없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려는 경영전략.
2. 블루오션(푸른 바다)이란 수많은 경쟁자들로 우글거리는 레드오션(red ocean:붉은 바다)과 상반되는 개념으로, 경쟁자들이 없는 ‘무경쟁시장’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 한반도에게, 그리고 우리민족에게 ‘레드오션’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것은 아마도 냉전체제, 또는 분단체제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는 예속적이고 반통일적인 체제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우리민족의 블루오션은 무엇일까? 이것은 ‘차별화’라는 블루오션의 전략 측면에서 보면 당연히 ‘한반도의 통일’일 것이다. 그 어떤 나라와도 차별화할 수 있는 전략이 될 수 있다는 확신 하에 저자는 민족의 미래를 전망하고 현재 우리에게 주어져있는 상황을 분석한다.

그러나 한반도의 통일이 경쟁자들이 없는 ‘무경쟁시장’이 되지는 않을 듯 하다. 각종 국제적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복잡한 동북아정세를 논외로 치더라도, 적어도 남측에서는 앞으로 한반도의 통일을 두고 각 정치세력간의 치열한 각축이 벌어질 것이며 이것은 남측의 정치경제, 문화등 모든 근본구조들을 바꿀 것인가 말 것인가의 싸움이 될 것이다. 아마도 우리 민족의 ‘블루오션’은 우리 민중에게는 ‘변혁’의 강력한 ‘무기’가 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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