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남북정상회담에 임하는 북측의 협상의도는 무엇일까? 과연 북측은 어떤 의제를 내놓고 또 어떤 내용의 합의문을 내고자 할 것인가? 지난 8월5일 남북이 합의한 ‘노무현 대통령의 평양방문에 관한 남북합의서’에 따르면 이번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는 ‘평화문제’, ‘민족공동의 번영문제’, ‘조국통일문제’ 등 세 가지다. 누구나 알 수 있듯이 여기서 ‘평화’와 ‘번영’은 노무현 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이, ‘통일’은 ‘조국통일3대헌장’을 강조해 온 북측의 입장이 반영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노무현 대통령은 2일 ‘서울 출발 대국민 인사’에서조차 “(정상회담에서) 여러 가지 의제들이 논의되겠지만, 무엇보다 평화 정착과 경제 발전을 함께 가져갈 수 있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진전을 이루는 데 주력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남측 대개의 언론도 주술에 걸린 듯 평화와 번영 두 가지만을 앵무새처럼 되뇐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처럼 그간 남측의 의제는 ‘평화와 번영’을 중심으로 숱하게 제시됐지만 북측은 의제와 관련 명확한 입장을 표명한 바가 없다. 다만 8.5합의문 중의 하나인 ‘조국통일문제’를 강조할 것이란 예측만 무성했다. 이제 이 예측은 두 가지 현상에서 거의 틀리지 않고 있다. 하나는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나흘 앞둔 9월 28일 북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선신보가 “로동신문을 비롯한 국내(북측)언론들은 최근 조국통일문제와 관련한 글들을 연일 게재하고 있다”고 보도한 것에서 감지됐다. 다른 하나는 남북정상회담 첫째 날인 2일 평양 목란관에서 열린 북측 환영만찬에서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낭독한 만찬사에서 명백히 나타났다. 김 상임위원장은 짧은 만찬사에서 요점만 간단히 통일문제만을 강조했다. 이번 회담에 임하는 북측의 의도를 강하게 시사한 것이다.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만찬사에서 “6.15공동선언의 정신인 ‘우리 민족끼리’는 화해와 단합, 통일과 번영의 길을 비는 민족 공동의 기념비”라고 주장했다. 김 상임위원장은 “이제 우리 앞에는 북남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조국통일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 나가야 할 성스러운 과제가 남아 있다”면서 “이 정확한 과제를 해결하는 것이야말로 오늘의 시대를 사는 우리 민족 성원 모두의 숭고한 사명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우리 민족을 중시하고 힘을 합치는 여기에 통일과 번영의 미래가 있다”고 덧붙이면서 “조국통일과 민족의 번영을 위하여” 잔을 들 것을 제의했다. 남측의 ‘평화와 번영’과 다소 차이가 있는 ‘통일과 번영’을 강조한 것이다.

이로써 이번 정상회담에 임하는 남북의 패가 다 펼쳐졌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남측은 ‘평화와 번영’이고 북측은 ‘통일과 번영’이다. 그러나 그 차이는 작지 않다. 결과는 번영이지만 그 시초는 각각 평화와 통일로 다르기 때문이다. 역대적으로 남측은 통일문제에 취약해 왔다. 어느 땐 제대로 된 통일방안조차 있는가, 의심받아 왔다. 그래서 늘 북측에 끌려 왔다. 북측은 통일문제를 선점해 오면서 평화문제에서는 남측을 배제해 왔다. 남측이 아닌 미국측과 평화문제를 풀고자 했다. 이른바 ‘북핵문제’의 해결책으로 나온, 북측이 해야 할 ‘한반도 비핵화’와 미국측이 보장해야 할 ‘평화협정 체결’은 그 본보기다. 이제 이번 회담에 임하는 남북의 차이가 명확해졌다. 대수라면 대수랄 수 있다. 3일에 있을 노무현-김정일 두 최고지도자의 정상회담 협상력에 기대를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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