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진보연대가 16일 여의도 공원에서 출범식을 개최하고 출범을 선언했다. 한국진보연대는 “노동자·농민·빈민·청년·학생 등 계급계층별 대중조직들과 진보정당이 결집한 진보민중운동진영의 단일연합체”임을 표방했다. 남쪽에서는 태풍 소식이 올라오고 비가 뿌리는 가운데 3천여명의 참가자들은 비옷과 우산을 걸치고 한국진보연대의 첫출발을 축하했다. 한국진보연대의 출범은 21세기 한국적 상황에서 새롭고 단일한 형태의 연대투쟁체의 필요성 그리고 직면한 12월 대선투쟁과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돌이켜 보면 이번 진보연대의 출범은 이 나라 재야운동권과 민족·민주·민중운동 진영의 맥을 잇는다고 볼 수가 있다. 한국진보연대에는 이날 출범일을 기준으로 해서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전국빈민연합(전빈련), 한국청년단체협의회(한청),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21세기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등 주요 계급계층별 대중조직과 민주노동당, 그리고 부문, 지역단체를 포함 37개 단체가 가입해 있다. 이는 한국진보연대가 군부독재시대 때 결성한 민통련(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 1985)을 시작으로 전민련(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1989)-전국연합(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1991)-통일연대(6·15 공동선언 실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통일연대, 2001) 및 민중연대(민족자주 민주주의 민중생존권쟁취 전국민중연대, 2001)로 이어져 온 ‘단일연합체’의 역사를 계승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러나 말이 ‘단일연합체’이지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그간 어려운 점도 있었고 아쉬운 점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진보연대 발기와 논의가 시작된 지 2년여만에 출범하게 되었다는 것은 그간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음을 웅변한다. 게다가 지금 모든 진보진영이 합해진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도 아직 민주노총이 결합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민주노총이 대의원대회에서 가입 결정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이긴 하지만 일정을 넘기고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이외에도 시민단체나 입장을 달리하는 세력들도 온전히 참여하지 못한 것도 커다란 부담이다.

한국진보연대는 16일 ‘출범 선언문’에서 “평화와 통일, 자주의 새 시대로 나아갈 수 있는 다시 올 수 없는 기회를 맞고 있다”면서 “갑오농민전쟁, 일제하 항일투쟁, 4월 혁명과 5월 광주민중항쟁, 87년 항쟁 등 면면히 이어져 온 우리 민중의 위대한 투쟁의 역사는 고스란히 한국진보연대의 뿌리”라고 밝혔다. 게다가 한국진보연대는 이날 ‘11월 총궐기 특별결의문’을 통해 한미FTA저지, 비정규직 철폐, 평화협정 체결-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철폐 등 4대 과제를 제시하고 이를 11월 ‘민중 총궐기’와 12월 대선투쟁에 적극 관철하기로 했다.

한국진보연대가 첫출발인 만큼 이처럼 유리한 정세 인식과 정체성을 한껏 뽐낸 것도 이해가 간다. 게다가 구체적인 투쟁지침을 제시한 것도 당연하다고 본다. 그러나 지금 이 땅의 운동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운동이란 앞서 가기는 쉽지만 함께 가기가 어려운 법이다. 혼자서 선도투쟁을 할 수는 있지만 여럿이 함께 대중투쟁을 벌이기는 만만치 않은 일이다. 진보도 중요하지만 통합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먼저 이 나라 모든 운동진영이 통합되고 이어 국민과 함께 가는 운동체가 되어야 한다. 한국진보연대가 이제 갓 출범을 했지만 여러 세력들을 묶어 통합하고 진보하는 명실공한 ‘통합진보연대’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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