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말의 대통령이 대선을 앞둔 시기에, 지난 정상회담에 이어 또다시 평양이라는 장소에서 밀행적 절차를 통해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한 것에 대해 심히 우려를 표시한다. 시기, 장소, 절차가 모두 부적절한 남북정상회담에 반대한다.”

역시 한나라당다운 2차 남북정상회담 발표에 대한 첫 반응이었다.

한나라당이 지난 7월 이른바 ‘한반도 평화 비전’이라는 새로운 전향적 대북정책을 내놓았던 일이 엊그제지만 남북정상회담이라는 결정적 사안 앞에서는 ‘도로 한나라당’에 불과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셈이다.

이어 한나라당이 연이어 내놓은 논평이나 현안관련 브리핑, 정책성명 역시 큰틀에서 대동소이하다.

특히 한나라당은 9일 오후 ‘남북정상회담 대책을 위한 국방.통외통.정보위원 연석회의’에서 “정부의 공식요청을 받은 바는 없지만 회의에서 첨여여부에 대한 입장을 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 논의끝에 불참하는 쪽으로 정리됐다”고 김충환 공보담당 원내부대표 입을 빌어 밝혔다.

한마디로 전민족적 차원의 남북 정상회담을 당리당략적 차원에서 보이코트한 것이다.

물론 이후 거센 비난 여론이 일자 10일 현안관련 브리핑에서 “남북정상회담 의제도 정해지지 않았다. 방북단 참여와 관련한 어떠한 구체적인 제안도 없다. 이 시점에서 방북단 참여 여부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한걸음 물러섰다.

10일 국회에서 열린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도 한나라당은 ‘뒷거래 설’ 등을 집중 부각시키며 남북정상회담을 흠집내는데 주력했고, 북핵문제의 가시적 성과나 납북자.국군포로 문제의 가시적 해결 등 일방적인 요구사항만을 쏟아냈다.

한나라당이 그간 1차 남북정상회담 결과 채택된 6.15공동성명을 깎아내리고 정부의 대북 화해협력 정책을 비판해온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평양에서 열린 6.15민족통일대축전이 한나라당 의원이 주석단 착석 문제로 파행을 겪자 북측의 태도변화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 것도 사실이지만 6.15공동선언에 비판적인 한나라당 의원을 굳이 6.15기념대회의 주석단에 앉혀야 하느냐는 강력한 항의가 터져나왔던 것도 이같은 연유 때문이었다.

10일 6.15공동선언실천연대와 범민련남측본부 등 통일운동단체들이 한나라당을 ‘남북정상회담 반대하는 반통일 정당’, ‘집권야욕에 눈 먼 정치모리배 정당’으로 낙인찍고 “한나라당이 남북정상회담에 계속 반대해 나선다면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적 심판의 날은 '대선'이 아니라 '오늘'이 될 것”이라고 강력하게 경고하거 나선 것은 주목할만한 일이다.

아직 한나라당에게도 기회는 남아있다. 먼저 한나라당 대선 후보들부터 남과 북, 해외를 넘어, 여와 야를 초월해 전민족의 지혜와 열의를 모아야할 2차 남북정상회담에 힘을 보태는 진지한 자세를 보여야할 것이다.

한나라당은 민족의 열망과 시대의 대세를 거스르기 보다는 ‘한반도 평화 비전’에서 제시하려고 했던 새로운 대북정책을 2차 남북정상회담 과정에서 실천으로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온 겨레가 두눈 부릅뜨고 한나라당을 주시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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