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민족통일대축전 취재차 방문한 평양거리는 초여름의 더위가 제법 기승을 부렸다. 그러나 기자의 눈길엔 평양거리가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평양을 더욱 평양답게 느끼게 하는 붉은 색 바탕의 선전구호들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초 같으면 새해 공동사설 관철 의지를 담은 다양한 구호들이 거리 곳곳에 나붙고, 정권 수립이나 인민군 창설 정주년, 이른바 꺾어지는 해의 경우 이를 경축하는 구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순방외교나 핵실험과 같은 현안을 담은 구호가 언제나 평양거리엔 넘쳐나곤 했다.

그러나 왠일인지 지난 14일 평양국제공항에 도착해 양각도호텔로 향하는 길에는 이같은 구호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저 주요 기관에 붙박이로 내걸린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와 같은 일상적 구호판 만 간간이 눈에 띨 뿐이었다.

이같은 궁금증은 6.15민족통일대축전 마지막 날인 17일에서야 풀렸다.

우여곡절 끝에 뒤늦게 열리는 6.15행사의 본대회 격인 민족단합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양각도 호텔에서 태권도전당으로 향하는 평양 시가지에서 먼저 눈에 띈 것은 작은 붉은 깃발들이었다.

노동자와 농민, 근로인테리를 상징하는 망치와 낫, 그리고 붓으로 디자인된 조선노동당 마크가 새겨진 붉은 깃발이 차도와 인도 경계선에 대열을 지어 내걸린 것이다.

또한 작은 구호판들도 눈에 띄었다. '결사옹위 - 6.19경축', '선군영도 - 6.19경축', '사상리론의 대가 - 6.19경축', '당을 따라 천만리 - 6.19경축', '위대한 당의 령도 따라 힘차게 앞으로 - 6.19경축'....

구호판은 윗줄에는 정치적 메시지를, 아랫줄에는 '6.19경축'을 예외없이 써넣었다.

17일 낮 민족단합대회를 마치고 모든 일정을 마감한 터라 편안한 마음으로 평양국제공항으로 향하는 길에서는 직접 작은 구호판을 내걸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북측 관계자는 "오늘은 명절 전야이고 17,18,19일이 경축 기간"이라며 "19일에는 중앙보고대회가 열리고 밤에는 청년들의 경축야회가 열려 춤도 춘다"고 소개했다.

6월 19일은 1964년 이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 지도원으로서 공식 당 업무를 개시한 날이며, 북은 이날을 기념하고 있다. 올해는 43돌이 되는 셈이다. 

북측 관계자는 "(김정일) 장군님께선 김일성종합대학 경제학부를 다니셨고 주석님 현지지도에 동행하기도 했지만 64년 6월 19일 당 조직부 지도원으로 첫 공식업무를 시작하셨다"며 "장군님께선 당 지도원부터 시작해 과장, 부부장, 부장, 비서를 거치셨다"고 소개했다. 그는 "그런데도 주변에서 후계문제가 제기됐을 때 사양하셨다"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 로동신문은 17일자에서 “43번째의 뜻깊은 6월이 왔다”로 시작하는 정론 ‘신념의 길’을 실었다.

정론은 “당중앙위원회청사 창공높이 당기발이 휘날린다”고 묘사해, 43년 전 6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당시 당중앙위원회에서 사업을 시작하던 때를 상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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