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신 대체, 오후 11시> 민족단합대회 일단 '무산'
- 한나라당 의원 주석단 참석 '이견', 16일 개최도 '불투명'

 
15일 오전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열기로 했던 ‘민족단합대회’가 박계동 한나라당 의원의 주석단 배치 문제로 남북이 이견을 보이면서 일단 무산됐다.

남북은 저녁 8시께까지 절충점을 찾지 못하고 추후 협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 15일 민족단합대회 행사장인 인민문화궁전에서 고적대가 대표단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김철수 기자]

▲ 대표단이 입장하고 있다. 북측은 오전 10시40분경 주석단의 입장을 중지시켰다. [사진-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김철수 기자]

북측은 이날 오전 10시40분께 이번 축전의 본행사인 ‘민족단합대회’가 열리는 인민문화궁전에 들어서려는 남.북.해외 주석단의 입장을 갑자기 중지시켰다. 박 의원의 주석단 입장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에 남측은 이미 합의된 사항이라며 반발했다.

실무접촉을 통해 남측은 '특정 정당을 배제한 민족단합대회는 참석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였으며, 낮 12시 백낙청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와 안경호 6.15북측위원회 위원장 간 단독 면담에서도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이에 앞서 오전 11시를 전후해 최승철 북측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회담장에 나타나 사태가 심각하게 돌아간다는 관측이 한때 나돌기도 했다.

▲ 안경호 6.15북측위 위원장과 백낙청 6.15남측위 상임대표 간 담판에서도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사진-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김철수 기자]

▲ 백낙청 대표는 낮 12시25분경 민족단합대회 일단 무산을 발표하고 경위를 설명했다. [사진-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김철수 기자]

낮 12시 25분께 안 위원장과 면담이 끝난 뒤, 백낙청 대표는 남측 대표단 앞에서 “각 당의 의원들을 다 모시고 그분들을 어제 행사에서도 1명씩 주석단에 배치했다”며 “그러나 오늘 단합대회에서 북쪽이 한나라당 의원을 주석단에 받지 못하겠다고 밝혔다”고 그간 경위를 설명했다.

이어 "많은 남쪽의 주석단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어느 한 사람을 배제하면 나도 주석단에 오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며 “6.15 남측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런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남측위원회는) 정당.사회단체.종교가 연합해 만든 단체라고 규약에 명시돼 있다”며 “당연히 정당에서 오신 분을 주석단에 앉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6.15 남측위원회는 곧바로 1차 공동대표자회의를 열어 백 상임대표와 집행부에 모든 결정을 위임하기로 했고, 이후 남북은 실무접촉과 대표접촉을 잇따라 가졌다.

▲ 남측 대표단의 항의성 질문에 백낙청 대표가 괴로운 모습이다. [사진-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김철수 기자]
(낮 12시25분 인민문화궁전 1층 로비에서 남측 대표단에게 남북위원장 간 회의 결과를 설명했다.)

여러분, 오랜 시간 답답하게 기다리게 해서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사실은 오늘 아침부터 여러 가지 난관을 뚫고 왔는데 마지막 난관을 극복하지 못해서 오늘 민족단합대회는 일단 무산됐습니다.

그 경위를 잠깐 말씀드립니다.
어제부터 여러 가지 실무적인 난관이 있었고, 그래서 오늘 아침도 늦게 됐습니다.
그러나 하나하나 다 풀어왔는데 마지막으로 문제가 된 것은 우리가 이번에 각 당의 의원들을 다 모시고 왔습니다. 그리고 그 분들을 다 어제 행사에는 주석단에 결과적으로 한 분 씩을 배치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단합대회에서는 한나라당 의원이 주석단에 앉는 것을 북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 하는 것 대문에 실무진에서 오랫동안 얘기했고, 거기서 결론을 못 봐서, 북측 안경호 위원장과 제가 따로 만났습니다.

북의 입장은 한나라당 의원이 주석단의 어느 자리에 앉는 것도 절대로 용납 못하겠다는 것이었고, 저희 남측에서는 그런 식으로 어느 한 사람을 배제한다는 것은 우선 주석단에 참여하신 분들이 따로 회의는 안 했지만 많은 분들이 그런 상태로라면 나도 주석단에 안 올라가겠다는 의견이었고, 저 나름으로 6.15남측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입장에서는 만약에 우리가 이런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남측에 돌아가서는 남측에서 6.15운동을 계속하기가 참으로 어려워진다는 판단입니다. 그래서 우리 남측에서는 한나라당 의원이 이제 와서 배제되는 행사에는 참석할 수 없다하는 식으로 입장을 정리했습니다.

결국 두 입장이 전혀 좁혀지지 않아서 대회는 일단 무산이 됐고, 식사 후에 다음 일정을 추진하겠습니다. 그 후에 어떤 변수가 또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그렇게 알아주시고 또 양해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일문 일답>

질문 : 어제 민주노동당 이영순 의원은 주석단에 앉지 못했다. 국회의원들을 다 빼라.
질문 : 한나라당 의원이 한나라당 공식 대표 자격으로 왔나, 개인 자격으로 왔나?
(여러 사람들 동시에 질문)

답변 : 여러분이 저를 상임대표로 일단 뽑아 놓으신 이상 회의 진행을 제가 질서있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셔야 합니다.
지금 나온 질문에 대해서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 두 가지 질문에 대해서 답변 하겠습니다.
하나는 민주노동당 이영순 의원은 나중에 주석단에 올라오셨습니다.
그 다음에 정당 대표로 오지 않았는데 왜 주석단에 앉혔느냐는 것은 우리 6.15남측위원회는 정당, 사회담체, 종교가 연합해서 만든 단체로 규약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당에서 오신 국회의원들은 당연히 한 분씩을 주석단에 올리는 것입니다. 물론 그 문제를 우리가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거쳐서 3정당을 모두 제외하기로 한다고 했으면 할 수 있지만은 한나라당을 배제하겠다는 그런 북측의 입장 때문에 우리가 정당대표 3명을 다 뺄 수 없다는 것이 저 상임대표의 확고한 판단입니다.
여기에 대해 저는 책임을 질 각오가 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여기서 이 장소에서 큰소리로 하는 것 보다는 점심 직후에 부분별로 단위별로 차분히 의견을 정리해서 저에게 전달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평양=공동취재단)

북 수정제안, 남측 역제안 시도도 실패

▲ 본행사가 일단 무산되자, 대표단은 남북간 협의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즉석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사진-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김철수 기자]

북측은 오후 3시55분께 6.15공동위 남.북.해외 공동위원장 4명과 발표자 등 11명 만을 주석단에 올리자는 수정 제안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남측은 주석단을 없애고 민족단합대회를 열자는 안을 북측에 제안하기 위해 백낙청 대표가 직접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민주노동당 의원들을 설득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을 포함해 3당 의원들은 “한나라당 의원이 주석단 배제를 이유로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는다면 모든 당 의원들이 행사에 참석하지 않겠다”며 백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저녁 7시35분께 북측의 제안으로 남.북.해외 공동위원장 4명이 회동했으나 이 자리에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으며, “계속 협의를 통해 내일이라도 행사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수준에서 이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6.15 남측위원회의 한 핵심 관계자는 “남측 내부의 통일운동의 진로 결정과도 관계되는 문제로, 남북관계의 먼 장래를 보면 특정 정당을 빼고 갈 수 없다”며 “남남 갈등을 해소하느냐 증폭시키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집행부 입장에선 남남갈등을 최소화하고 누구를 제외하는 뺄셈의 통일운동보다는 많은 사람을 포용하는 덧셈의 통일운동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측이 남.북. 해외대표 4명만 주석단에 올라가는 방안 등을 내놨으나 우리는 이런 관점에서 어떤 형태로든 특정 정당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서동만 상지대 교수는 “북측이 무리한 요구를 했다”며 “북측이 구미에 맞는 사람과만 일을 하겠다면 과거 시대처럼 남측의 민간 통일운동운동이 축소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정세현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은 “6.15 남측위원회는 정당이 구성 요소인데 특정 정당을 배제하면 행사가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겠냐”고 말했다.

▲ 박계동 의원이 묘한 웃음을 띄고 있다. [사진-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김철수 기자]

한나라당 박계동 의원은 “북측이 초청했고 협의도 끝난 사안에 대해 북측이 이렇게 나오는 것은 절차상 원칙에 어긋나고 북측이 정치적 입장을 취사선택하는 것은 6.15정신에도 어긋나는 것”이라며 “한나라당을 배제하려는 것이면 행사 자체를 참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은 “당내에서도 반대했지만 부담을 안고 들어왔다”며 “뭔가 끈을 놓지 말자고 생각하고 여기에 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일부 남측 대표단은 “무슨 일이 있어도 행사는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정인성 6.15남측위 공동집행위원장은 “북은 특정 정당이 6.15공동선언 실천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고, 남은 6.15공동위원회 규약과 정신에 따라 6.15공동선언 실천에 찬성하는 정당을 배제할 수 없다는 원칙이 부딪쳤다”며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고 하루 밤 좀더 논의할 시간을 가진 것은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사송고. 방송송출도 파행

한편, 민족단합대회 무산의 여파로 남측 공동취재단에게 취재차량 제공도 이뤄지지 않아 하루 종일 연락이 두절되는 돌발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남측 공동취재단은 이날 오전 10시15분께 남측 대표단과 함께 숙소인 평양 양각도호텔을 출발, ‘민족단합대회’ 행사장인 인민문화궁전에 도착했으나 민족단합대회가 파행을 빚자, 낮 12시 40분께 북측 관계자들에게 기사송고와 위성송출을 위해 양각도호텔로 이동하기 위한 차량 제공을 요청했다.

이에 북측 관계자는 처음에는 바쁘게 움직였으나, 잠시 후 “상황을 좀 더 지켜봅시다”며 차량 제공을 거부했다. 수차례에 걸친 항의와 설득에도 불구하고 북측은 “행사 협의가 진전이 있을 수 있으니, 좀 더 기다려 보자”, “본대와 함께 움직여야 된다”며 끝내 취재차량을 제공하지 않았으며, 오후 8시 20분께 본 행사가 무산된 이후에야 취재차량을 제공했다.

이로 인해 행사 도중 수시로 관련 소식과 촬영화면을 남측으로 보내온 공동취재단의 발이 7시간여 동안 일제히 묶이면서 기사 송고 및 두 차례 예정된 위성방송 송출이 모두 단절돼 취재활동에 큰 차질을 빚었다. 이동과 연락이 쉽지 않은 북측의 특수한 상황에서 취재차량 운행 중단이 기사송고 및 화면 위성송출 중단으로 이어진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6.15 남측위원회 관계자는 “북측이 민간행사에서도 취재차량 제공을 전면 거부하는 것은 아마 처음인 것 같다”며 “아마 실무자들이 아닌 상부 차원에서 비판적 보도를 우려해 지침이 내려진 것 같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북측 관계자는 취재차량 출발 직전 “이번 6.15행사가 민족적 단합과 통일을 위한 행사인 만큼 취지에 맞게 보도해 줄 것을 호소한다”면서 “저녁에도 남.북.해외 공동위원장들이 만나 16일 행사를 개최토록 협의하기로 한 만큼 행사 개최에 지장이 없도록 잘 관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6.15대축전 둘째날 시간대별 상황>

10:15 : 양각도호텔 출발
10:35 : 인민문화궁전 도착
10:40 : 주석단 입장 도중 북측의 문제제기로 대기상황 돌입..실무접촉
12:00 : 6.15남측위 백낙청 상임대표와 6.15북측위 안경호 위원장 간 회동
12:25 : 백낙청 상임대표, 남측 참가단에게 상황 설명한 뒤 의견수렴
14:22 : 실무접촉, 시작 20분만에 결렬
19:00 : 김희선 의원, 안경호 위원장 면담. 김 의원 "원칙을 주장했다"
19:15 : 지관 스님, 권호경 목사 등 한나라당 의원 설득
19:35 : 남북해외 공동위원장 회의.."계속 협의해 내일이라도 행사를 갖자"
20:25 : 기자단 버스 출발
(평양=공동취재단)

<6.15대축전 둘째날 민족단합대회 파행 이모저모>

화창한 날씨 속에 15일 오전으로 예정됐던 6·15민족통일대축전 본 행사가 북측의 한나라당 의원 주석단 배제 방침으로 파행을 빚었다.

남·북·해외 대표단 참가자들 3000여명은 이날 오전 10시께부터 오후 8시까지 약 10시간을 행사장 안팎에서 기다리며 본 대회가 이날 중으로 열리기를 바랐으나, 결국 무산되는 바람에 아쉬운 발길을 돌려야 했다.

◆ 공동주석단 입장 직전 돌연 저지당하며 파행

남측 대표단 300여 명은 이날 오전 10시15분께 출발, ‘민족단합대회’ 행사장인 인민문화궁전에 도착했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평양시민 2300여 명의 뜨거운 박수와 환영 속에 입장한 남측 및 해외대표단이 자리를 정돈하자 곧 행사가 이어질 듯했다.

그러나 백낙청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와 안경호 6·15북측위원회 위원장 등을 포함한 공동주석단이 무대 뒤에 줄지어 서서 입장하려는 순간, 북측 행사요원들이 갑자기 주석단 입장을 저지하고 나선 것이 결국 이날 본 행사의 파행의 시작이었다.

행사가 진행되지도 않고 주최측의 안내방송도 없이 1시간여가 지나자 영문을 모르고 대기 중이던 남·북·해외 대표단 참가자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해외 대표단 일부는 갑자기 박수를 치면서 공동주석단 입장을 재촉하기도 했다.

오전 8시부터 입장해 기다리던 북측 평양시민들은 상황이 마무리된 오후 8시까지 꼬박 12시간을 대회장에서 자리를 지켜야만 했다. 반면 남측 및 해외대표단은 대회장 밖으로 나와 곳곳에서 삼삼오오 의견을 주고받거나, 지친 참가자들은 땅바닥에 주저앉아 잠을 청하기도 했다.

‘행사 무산’ 발표에 남측 대표단 일대 혼란

행사가 지연되던 중 낮 12시20분께 갑자기 남측 대표단이 모두 대회장 밖으로 빠져 나갔고, 이어 백낙청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가 경과 설명과 함께 행사 ‘일단 무산’ 소식을 전하자 일순간 대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백 상임대표가 ‘북측이 한나라당의 공동주석단 참가를 거부해서 무산됐다’고 설명하자 남측 일부 참가자들은 거칠게 항의하며 “국회의원 때문에 대회가 무산될 수는 없다. 국회의원 빼고 하자”, “각 당 대표들이 양보하라”는 등 행사 개최를 촉구하는 고성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백 상임대표는 “여러분이 저를 상임대표로 뽑아주신 이상 제가 이 결정에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며 “6·15남측위원회는 종교 사회단체 정당 등이 공동으로 구성된 단체로 규약에 명시돼 있고, 정당 대표들을 모두 빼고 진행할 수는 없다”며 수용하지 않았다.

이어 지역별, 부문별로 논의를 하자는 등 의사진행 발언이 제기됐고, 결국 공동대표자 회의에서 방침을 결정키로 하고 회의에 돌입했다. 나머지 참가자들은 부문별로 나뉘어 토론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 지친 참가자들 즉석 이벤트에 환호

기약 없는 기다림에 지친 남북해외 참가자들은 즉석에서 노래자랑 등 자체 이벤트를 열며 속타는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랬다. 오후 2시40분께 6.15 미주지역위원회 대표인 노길남 민족통신 대표가 즉석 사회로 나서, 각 지역 대표들의 노래와 소감을 듣는 시간이 30분 동안 이어진 것.

중국 요녕성에서 온 재외동포 김연주 씨의 노래에 이어 캐나다 토론토 한인회 이상훈 씨가 박연폭포를 멋들어지게 부르자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뒤이어 민주노동당 유럽지역 오복자 대표는 수줍어하면서도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민족의 노래’인 아리랑을 부르자 순간 대회장 안의 남·북·해외 참가자들은 모두 손을 잡고 아리랑을 합창, 숙연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노씨는 능숙하고 익살스런 몸짓의 지휘자로 나서 ‘우리는 하나’ 노래 합창을 유도했고, 참가자들은 한 때나마 즐겁고 밝은 표정을 짓기도 했다. 노씨는 “지난 90년 8.15 당시 남측 임수경 대표가 이곳 인민문화궁전에 왔었다”며 “조국통일” 등 연호를 이끌기도 했다.

이날 주최측의 파행으로 본 행사는 결국 열리지 못했으나, 잠시나마 일반 참가자들이 연출한 즉석이벤트가 ‘민족단합대회’를 대신했다.

◆ 북측의 행사 파행 초래배경 추측 분분

이날 북측이 갑작스럽게 행사 시작 직전 한나라당의 공동주석단 참석 문제를 제기하며 파행을 초래하자, 북측이 왜 그랬을까에 대한 갖가지 추측이 난무했다. 백 상임대표가 밝힌 표면적 이유는 한나라당의 공동주석단 배제 문제였고, 이에 남측이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혀 결국 파행됐다는 것.

그러나 근본적인 이유와 관련해 북측이 한나라당을 겨냥한 정치적 노림수가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핵심관계자는 “북측이 뜻깊은 6·15행사를 파행시킨 원인을 한나라당 탓으로 돌려 올해 말 대선에서 한나라당을 곤경에 빠뜨리겠다는 계산을 한 모양”이라며 “그러나 정말 그리 생각했다면 북측이 크게 오산한 것”이라며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또 한편으로는 최근 북핵문제를 이유로 지난 1일 종료된 제21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남측이 대북 쌀 차관 40만톤 지원을 유보한 데 대해 북측이 불만을 제기한 것이라는 해석도 일부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북측이 한나라당을 겨냥한 정치적 ‘액션’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 여야 국회의원들 엇갈린 입장

북측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거론한 ‘한나라당의 공동주석단 배제’ 때문에 이목이 집중된 한나라당 박계동, 진영, 정병국 의원은 이목이 자신들에게 집중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면서도, 한나라당이나 자신들은 이 문제와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을 되풀이 강조했다.

즉 한나라당 의원들은 북측이 초청해서 올 수 있었고 전날 개막식과 환영연회에서 박계동 의원이 공동주석단에 포함됐다는 점, 또 행사를 파행으로 몰고 갈 무슨 특별한 원인 제공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참석한 의원들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본행사에서 한나라당을 배제하는 것은 수용할 수 없으며, 그럴 경우 행사에 불참하겠다는 입장은 분명히 했다.

박계동 의원은 “우리가 무슨 주장을 하거나 고집을 피운 것도 아닌데 북측이 갑자기 배제하겠다고 나선 이유를 도저히 모르겠다”며 “특정정당을 배제하고 무원칙한 기준으로 행사가 진행되면 6·15행사의 진정한 정신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정병국 의원은 “왜 가만히 있는 우리를 잡고 늘어지느냐”며 “아무리 싫어도 남한의 절반을 차지하는 한나라당을 배제한다면 앞으로 이 6·15행사가 취지와 정신에 맞게 진행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나라당이 빠진 상황에서 열린우리당 의원들만 참석해 행사가 진행된다면 귀국 이후 쏟아질 비판이 우려됐기 때문.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남측 준비위측에 한나라당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것을 누누이 강조했고, 최근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김희선 의원은 안경호 북측 위원장을 직접 찾아가 당초 계획대로 행사를 진행하자고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이영순 의원은 정치인들 때문에 민간행사 전체가 차질을 빚어서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측은 전날 북측이 개막식에서 공동주석단에 한라나당과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포함시키면서도 민주노동당을 포함시키지 않아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결국 이들 정당 대표들은 논의 끝에 “상임대표와 공동대표단 회의 결정을 따른다”는 것으로 결론을 냈으나, 공동대표단 회의에서도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일단 이날 회의는 파행으로 마감됐다.

◆ 점심도 굶은 참가자들 “빵을 달라”

애초 일정대로라면 민족단합대회 이후 대동강변에 위치한 옥류관에서 냉면을 먹을 것으로 기대했던 참가자들은 대표단들이 점심식사도 거른 채 행사 개최 여부 숙의에 들어간 탓에 따라서 굶을 수밖에 없었다.

오후 3시가 넘어서면서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생수로 겨우 목을 축이던 참가자들 속에서 급기야 “밥은 먹고 하자”며 ‘생리적 불만’들이 표출되기 시작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오후 4시30분께 북측이 준비해온 도너츠와 생수를 겨우 접하게 된 참가자들은 부족하지만 빵 한 조각을 서로 나눠주며 허기를 달랬지만, 일부 양이 부족한 참가자들은 직접 ‘보급투쟁’에 나서기도 하는 처량한 신세가 되고 말았다.
(평양=공동취재단)

<1신, 오전 11시> 6.15대축전 이틀째, 민족단합대회 등 개최 예정
   
6.15공동선언 발표 7돌을 기념, 평양에서 열리고 있는 ‘6.15민족통일대축전’에 참가 중인 남.북.해외 민간 대표단은 15일 민족단합대회를 비롯해 축전 이틀째 일정을 소화한다.
 
남.북.해외 대표단은 오전 10시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본 행사인 ‘민족단합대회’를 열어, “민족애와 민족자주정신에 기초하여 민족적 단합을 적극 실현해 나간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민족대단합선언’을 채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남북 간 연설문 문안 조정이 길어져 행사가 예정 시간보다 늦어져 11시경에 ‘민족단합대회’가 치러질 예정이다.

대표단은 오후에 대동강 유람선 탑승, 만경대학생소년궁전 참관 등의 행사를 열 계획이다.

사흘째인 16일에는 개선문·주체사상탑·김원균명칭평양음악대학을 참관하며, 태권도전당에서 열리는 폐막식 및 청년학생들의 무도회에 참가한다. 남쪽 대표단은 17일 오전 평양을 출발해 남쪽으로 귀환한다.

앞서 14일 저녁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북측 주최 환영연회에서 정세현 남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상임대표 의장은 답례 연설을 통해 “우리는 왕래·교류·협력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한시라도 빨리 이 땅의 평화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이어 “이 땅에 통일에 도움이 되는 평화가 뿌리내리도록 하기 위해서는 주변 국가들이 아니라 민족이 주축이 되는 평화논의를 먼저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경호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장도 환영 연설에서 “6.15가 열어준 우리 민족끼리의 길은 통일로 가는 지름길”이라며 “이 길이 끊어지면 이 땅에는 또다시 대결과 분열의 어둠이 깃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14일 오후11시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 감독이 북측 공항안내원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김철수 기자]
“이번 겨울엔 제주도에서 남북 마라토너들이 합동훈련을 진행했으면 좋겠습니다.”
 
마라톤으로 세계를 제패했던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씨는 평양 방문 소감을 묻자, 이런 포부부터 밝혔다.

황씨는 현재 차세대 마라토너를 키우고 있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의 감독으로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황 감독이 북쪽에 건네줄 구체적인 제안을 마련해 온 것은 아니다. 그러나 황 감독은 “겨울에는 북측 선수들이 제주도에 내려와서 훈련을 하고, 여름에는 남측 선수들이 올라가 평양이나 개마고원 등지에서 훈련을 하면 좋지 않겠냐”며 아이디어 수준을 넘어선 ‘구상’의 일단을 비추기도 했다. 그는 뜻이 맞는 북측 관계자들을 만나면 이런 의사을를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 황 감독의 평양 방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4월 평양에서 열린 ‘4.15 만경대상 국제 마라톤 대회 때 선수단을 이끌었으며, 앞서 3월에 북측과의 실무접촉에 참여한 바도 있다. ‘6.15 체육본부’ 소속 일원으로 이번 ‘6.;15민족통일대축전’에 참가하면서 그의 평양 방문도 세 번째를 기록하게 됐다.
 
그는 4월 마라톤 대회 참석 때 남북간 마라톤 협력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천혜의 조건’을 가진 평양 시가지를 보고 단숨에 반해버렸다는 것이다.

황 감독은 “남측에는 평양 시내만한 직선코스가 거의 없다”며 “4km 정도의 구간이 직선코스인 곳에서 뛰어보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마라톤 분야에서 남북이 힘을 합치면 대단할 것 같다”며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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