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김양희 객원기자가, <겨레하나>가 주최한 북측 협력사업장 방문단 일원으로 5월4일부터 7일까지 3박4일간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지난해 11월달 이후 두 번째다. 평양방문 신청부터 소감을 정리한 김양희 객원기자의 평양방문기를 일기식으로 순차적으로 싣는다. 제목을 편의상 지난해와 구분하기 위해 <김양희 기자의 평양일기 Ⅱ>로 한다. / 편집자 주

‘통일의 주춧돌 될 창광유치원 아이들’

▲ 남측 손님을 맞는 창광유치원 아이들의 모습이 해맑다.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5월5일 어린이날 창광유치원으로 향하다보니 북녘에도 어린이날이 있는지 일행은 궁금해 했다.

이에 김영실 안내원은 “북에서는 6월1일이 국제아동절이라 하여 어린이를 위한 행사들이 열립니다. 그날은 유치원 아이들과 외국공관 자녀들끼리 체육 친선경기를 하기도 하고 아이들을 위한 행사들이 많습니다” 한다.

북녘은 어린이를 보배라 하여 사회에서 가장 먼저 배려를 하는 우선순위가 어린이이기 때문에 어린이에 대한 교육을 최우선으로 한다고 한다.

창광유치원에 도착하니 아이들은 버스가 들어서기도 전에 우리의 단일기를 보고 남측 손님인지 알아채고는 “우와~” 하는 함성으로 반갑게 맞는다.

아이들은 줄을 서서 행진을 하는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우리의 방문으로 일순 그 행진 대열이 무너진 것.

창광유치원의 원장선생은 이미 몇 차례의 방북으로 안면이 있는 한상렬 대표와 권오헌 양심수후원회장 등과 인사를 나눈다.

▲ 아이들은 모형기차를 타며 즐거워했다.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창광유치원에는 1~6살 어린이 800여명과 150여명의 교직원들이 생활하고 있다. 특히 5~6세 어린이들은 11년제 의무교육 중 1년을 이곳에서 받아 하루 2시간의 수업을 받는다.

이곳은 맞벌이 하는 가정의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월요일에 맡겼다가 금요일에 찾아가는 주중 탁아소의 개념이다.

창광유치원에는 “창광유치원 어린이들 가운데는 아버지, 어머니가 여러 날씩 출장을 나가 한 주일에 한 번씩 집에 가도 부모를 만나보지 못하는 어린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부모들은 자식을 유치원에 맡겨놓고 출장을 갔지만 사실은 당의 품에 맡겨놓고 간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그 어린이들을 잘 보살펴 주어야 합니다.”라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교시가 적혀있다.

남녘에서는 특권층이 이용한다는 유치원이라는 시선이 있으나 이곳은 주로 맞벌이 가정으로 아이를 돌볼 수 없는 노동자들이 학부모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한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이 무엇인지 알아 맞혀 볼까요?”

▲ 동물수업시간에 오종렬 의장이 임시교사로 나섰다.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아이들이 하루 5번 이용한다는 대형식당, 아이들의 운동을 위한 수영장, 학습실을 둘러보고 아이들 수업을 참관하기로 했다. 5~6세쯤 되었을까, 아이들은 동, 식물에 대한 수업이 한참이었다.

사과나무 배나무 등은 물론 곰, 늑대, 여우, 부엉이, 까치까지 실물과 비슷한 모형을 만들어 놓고 문답식 교육을 한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이 무엇인지 알아 맞혀 볼까요?”
선생님이 저요 저요~ 서로 손을 드는 아이 가운데 한 아이를 지목하자
아이는 곰을 가리키며 “곰 입니다” 한다.

▲ 오 의장이 정답을 맞추자 박수를 치며 기뻐하는 아이들.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맞았나요?”
(박수를 치며) “맞았습니다.”
“또 맞춰 볼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선생님은 갑자기 우리 일행 중 오종렬 대표에게 지휘봉을 넘기며
“우리 학생들, 이 선생님이 맞추는지 잘 보시라요” 한다.

오종렬 대표가 장난이 발동했는지 일부러 원숭이를 가리키자 아이들은 손으로 입을 막으면서까지 웃음을 참는다.

오종렬 대표가 다시 두꺼비를 가리키자 그제야 아이들은 “맞았습니다”하며 신나게 박수를 친다. 아이들은 오 대표를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있었다.

다음 방에서는 아이들이 둥글게 앉아 공부를 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도 실물을 축소한 모형 등을 이용해 아이들의 이해력을 돕고 있다.

▲ 한상렬 대표가 아이들 곁에 슬그머니 앉았다.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이때 한상렬 대표가 슬그머니 한 아이의 옆에 앉는다. 일행은 잠시 한 대표를 보고 웃음을 짓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전혀 아무렇지 않아 한다.

우리는 그 아이들을 그저 연극 무대에서 공연을 하는 배우들처럼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때문에 어른들은 공연에 끼어드는 한 대표를 어색해하는데 아이들의 동심은 남녘에서 온 손님들이나 그저 저희 동무들이나 똑같이 느끼기 때문에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분명 이 아이들의 동심이 갈라진 남과 북을 구분 없이 통일로 이끄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다.

강당처럼 큰 방으로 가니 아이들이 손을 잡아 이끈다. 남녘에서 온 손님들과 놀이를 함께 하자는 것이다. 일행들도 다시 동심으로 돌아가 두 편으로 나뉘어 아이들과 함께 이어달리기를 한다.

그 중 한 아이가 유독 눈에 띈다. 달리기 시작 전부터 준비 자세부터 육상선수이다. 낮게 굽힌 허리, 치켜 뻗은 손에 짝이 된 남녘 아줌마 선수를 비롯, 주변 사람들은 아이의 모습에 웃음 짓는다.

아이는 꼭 이 경기에 이겨 자신의 편 선수들에게 기쁨을 주고 싶었으리라.

마침내 달리기가 시작됐다. 육상선수인 이 아이의 속도에 남녘 선수는 열심히 뛰어보지만 금세 숨이 가쁘고 지친다. 날랜 아이에 이끌려 거의 끌려가는 수준이다.

그래도 기특한 것은 손을 놓고 뛰면 훨씬 빠를 텐데도 아이는 경기의 룰을 그대로 지키며 끝까지 남녘의 아줌마 선수의 손을 놓지 않고 경기를 마친 뒤에도 아줌마의 손을 다시 한 번 꽉 잡는다.

그래 세상을 참 잘 배웠구나, 아이야 그렇게 끝까지 손놓지 않고 옆 사람 챙기면서 배려해야하는 거야. 잊지 말렴.

콩우유 시설 참관

▲ 창광유치원에는 겨레하나가 후원하는 콩우유 시설이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창광유치원에는 ‘겨레하나’가 후원하고 있는 콩우유 시설이 있다. 콩우유 기계는 500만원이며 한 달에 재료비가 50만원 정도가 든다고 한다.

후원하는 단체 등이 가능하면 기계를 지원하면서 매달 50만원씩 비용을 마련, 함께 후원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나 중간에 어려운 문제가 생겨 기계만 지원하고 후원이 끊길 경우 겨레하나는 다른 단체와 인연을 맺어주는 역할을 한다.

현재 겨레하나 측은 55대의 콩우유 기계를 보냈으며 5월 중으로 25대를 추가로 보낼 것이라고 한다. 올해 중 102대가 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란다.

겨레하나는 현재 151군데의 북녘 유치원과 탁아소의 목록을 갖고 있는데 창광유치원의 경우 규모가 커 최소 4대 이상이 필요, 필요한 전체적으로 필요한 기계는 300여대 이상이 있어야 한다고.

지난해에 방문했을 때는 2대 중 한 대가 고장이 났었는데 어느새 녹천주방 주대원 대표의 손길이 닿았는지 말끔히 고쳐져 있다. 또한 여 선생님들이 일일이 닦기 힘들까봐 샤워기를 설치해 세척도 간편히 할 수 있다. 모든 것이 남녘과 실정이 다른 북녘에 맞게 조금씩 개조돼 있어 특허를 받아도 될 정도라고 한다.

김지영 콩우유사업본부장을 비롯, 전국금속노조 두산중공업 지회의 염주민 부지회장 등이 콩우유 기계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두산중공업 노조의 조합원들 100여명은 5000원씩, 만원씩 모아 이달부터 평양 인근의 경상탁아소에 콩우유를 후원하기로 했다.

창원에서 남과 북이 함께한 5.1절 행사 준비 실천단으로 활동한 염 부지회장은 조합원들을 대표해 지원하는 콩우유 시설을 직접 살펴보기 위해 평양에 온 것이라 했다.

창원에 왔던 북측 안내원들은 그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하기도 했다.

▲ 아이들의 공연. 줄다리기 하다 넘어지는 장면을 표현했다.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창광유치원의 꼬맹이들이 공연을 보여준다. 지난해와 비슷한 패턴의 공연으로 내용은 어느 정도 예상되지만 어린이들의 모습은 늘 예쁘고 새롭다.

아이들의 공연 중 운동회날을 표현한 극형식의 몸짓 공연이 있는데, 줄다리기를 하다 져 울고 있는 아이를 이긴 편 아이가 눈물을 닦아주고 안아주는 장면이 유독 맘에 든다.

남이나 북이나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은 언제나 즐겁다.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대표단의 현수막에 적힌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입니다’는 문구, 그리고 환영만찬 때 ‘남이나 북이나 가릴 것 없이 우리 아이라는 마음으로 함께 지켜야 한다’는 오종렬 대표의 말이 절로 끄덕여진다.

팔이 아프도록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아이들의 환송인사를 뒤로하고 다음 참관지인 을밀대로 향한다.

‘을밀상춘’ 즐기는 평양시민

▲ 화창한 봄날 을밀대 주변에는 평양시민들이 붐볐다.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가는 길, 일행 중 하나가 “평양역 근처의 식당에 ‘순대궁전’이라는 간판을 봤어. 이 사람들 궁전이라는 단어 되게 좋아하나봐” 하던 말이 생각이나 허일영 안내원에게 궁전의 의미를 물었다.

“궁전은 예전 왕들이 살던 집 아닙니까? 인민이 왕이고 어린이가 왕이라는 의미로 만경대학생소년궁전 등 궁전이라는 이름을 자주 붙입니다.”

“평양 역 근처에 순대궁전이라는 식당이 있다던데, 그럼 순대도 왕인가?(웃음)”
“(당황하며) 내가 평양역 근처에 사는데 그런 식당은 없는데....”
“우리 일행이 봤다던데...”

평양시인민위원회가 세운 표지석에는 「을밀대는 6세기 중엽 고구려가 평양성 내성을 쌓으면서 그 북쪽 장대(군사지휘처)로 세운 건물이다. 여기에 올라서면 사방의 경치가 한눈에 안겨온다고 하여 사허정이라고 불렀으며 을밀상춘(을밀대의 봄맞이)은 평양 8경의 하나로 꼽혔다. 을밀대는 우리 선조들의 창조적 지혜와 재능을 보여주는 귀중한 건축 유산이다」고 소개하고 있다.

▲ 을밀대에서 내려다 본 광경.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을밀대는 고구려시대 처음 세워졌으나 지금 있는 건물은 조선 숙종 40년인 1714년에 고쳐 세운 것이며 축대는 오랜 세월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고구려의 뛰어난 축성술을 나타내듯 솟아있다. 을밀대라는 이름은 옛날에 을밀 선녀가 이곳에 내려와 놀았다는 전설에서 생겼다고도 하고, 고구려 때 이곳을 지킨 을밀 장군의 이름에서 따왔다고도 한다.

을밀대, 부벽루, 칠성문 등이 있는 모란봉은 유원지로 조성돼 주말을 즐기려는 평양시민들이 많이 찾았다. 이들은 일행이 들고 있는 단일기를 보고는 남녘에서 온 손님들이라는 것을 알아보고는 쑥스러워 하면서도 손을 흔들거나 인사를 건넸다.

평양시 안에 조성된 공원이나 유원지가 150여 개에 이른다고 하며 평양시를 비롯한 북녘의 도시에는 600여 개의 공원과 유원지가 조성돼 있다고 한다.

특히 ‘수도의 정원’으로 불리는 모란봉 유원지는 하루 평균 1만 여명이 찾는다고 한다. 을밀대에는 예전 고궁 등에서 사진을 찍어주던 사진사가 있는지 몇몇의 사진과 함께 사진을 찍어준다는 내용이 있는 액자가 한쪽에 놓여 있다.

▲ 카드놀이를 하는 노인들도 눈에 띄었다.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우리 일행이 을밀대를 찾을 때도 노인들은 카드놀이를 하기도 하고, 아녀자들은 노래와 춤으로 흥을 돋우고 있었다. 또한 모란각 식당에서 냉면을 먹으려는 평양 시민들이 줄지어 서 있기도 하고 데이트를 즐기려는 남녀의 모습도 눈에 띄곤 했다.

을밀상춘이 평양 8경중의 하나라더니 을밀대에서 내려다보는 확 트인 평양 전경도 시원하지만 을밀대를 찾은 평화로운 평양 시민들의 모습이 진정한 비경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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