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김양희 객원기자가, <겨레하나>가 주최한 북측 협력사업장 방문단 일원으로 5월4일부터 7일까지 3박4일간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지난해 11월달 이후 두 번째다. 평양방문 신청부터 소감을 정리한 김양희 객원기자의 평양방문기를 일기식으로 순차적으로 싣는다. 제목을 편의상 지난해와 구분하기 위해 <김양희 기자의 평양일기 Ⅱ>로 한다. / 편집자 주

“다른 곳은 안가도 평양은 가야하지 않나?”
2007년 5월4일

▲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평양참관단  일행이 출발전 김포공항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허둥지둥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로 가기 위해 택시를 잡아탔다. 9시까지 모여야 하는 시간은 좀 남아 있지만 그래도 마음이 바빴다. 잠을 설쳤지만 편히 앉지 못하고 창밖을 응시한다.

밖은 안개가 자욱하다.

류시화 시인은 ‘안개 속에 숨다’는 시에서 「안개 속에서는 가까이 있으나 그 가까움은 안개에 가려지고 멀리 있어도 그 거리는 안개에 채워진다 산다는 것은 그러한 것」이라고 노래하고 있다.

남북관계도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북은 바로 곁에 있는데 주변 상황에 의해 한치 앞을 못 볼 정도로 가까움이 안개에 가려지기도하지만 안개가 걷히면 하나임이 바로 보일 것이라고. 분명 지난해 미사일 발사, 핵실험 등으로 안개가 가득 껴 우리가 가까이 있는지를 몰랐지만 이제는 서서히 안개가 걷히면서 하나임이 보일 것이라고 기대해본다.

택시기사 아저씨가 “김포공항 국제선에 가는 것 보니 일본에 가냐”고 하신다. 지난해 오픈한 김포공항 국제선은 일본을 오가는데 주로 이용된다고 한다.

“평양에 갑니다.”
“평양을 간다구요?”

놀란 아저씨에게 2005년에는 ‘아리랑’이라는 공연을 보기 위해 5000명이나 되는 인원이 북에 가기도 했으며 그땐 일반 관광회사에도 사람을 모집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아울러 북핵 위기가 고조되던 지난해에도 10만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부지런히 남북을 오갔다고 설명했다.

“아저씨 앞으로 평양 관광이 시작되면 가실 생각 있으세요?
“그럼! 당연한 것을 뭐 물어보나?”
“혹시 무섭거나 그러신 건 아닌지 해서요”
“다른 곳은 안가도 그곳은 가야하지 않겠나?”

서울에서 평양까지라는 노래가 떠올랐다.

‘서울에서 평양까지 택시요금 5만원~ 소련도 가고 달나라도 가고 못가는 곳 없는데...
광주보다 더 가까운 평양만 왜 못가~ ’

그렇지. 아저씨, 그 맘 그대로 갖고 계시다가 노래가사 그대로 우리 택시타고 평양관광가요.

공항에서 만난 반가운 사람들

공항에 도착하니 아는 얼굴들이 보인다.

겨레하나 오종렬, 한상렬 공동대표와 통일연대 김영옥 조직강화 특별위원장 양심수후원회 권오헌 대표, 통일광장 권낙기 대표 등 어르신들과 함께 보이는 반가운 얼굴, 녹천주방의 주대원 대표다.

녹천주방은 북녘에 지원하는 콩우유 기계를 만드는 곳으로 주대원 대표는 틈나는 대로 평양에 찾아가 기계가 잘 작동을 하고 있는지, 또 혹시 불편한 점이 있는지 살피고 있다.

“나도 사업하는 사람이라 손해나는 일을 안 한다”고 말하지만 그저 기계 한 번 납품하고 뒤도 안돌아보는 사람들과 달리 그는 전력이 많이 소모되지 않도록, 또 여성들도 간편히 사용할 수 있도록, 세척이 간편하도록 등등 기계를 꾸준히 개조해와 거의 특허를 받을 정도라고.

주 대표 말고 또 반가운 사람이 한 명 있다.

▲ 탁무권 콩우유사업본부 운영이사가 북측에 전달할 짐을 부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바로 콩우유 사업본부의 탁무권 운영이사. 그는 지난해 11월 11일 평양방문 때 중국에까지 왔으나 여권을 잃어버려 공항 밖에도 못나가고 다시 되돌아왔어야 했다.

당시 보통강 근처가 고향인 아버지의 병세가 위독해 사진이라도 찍어 아버지께 보여드리고 싶어 왔다고 했는데 황당한 사건으로 평양에 가지 못하자 모두들 안타까워했었다.

이번에는 양심수후원회 회원들과 함께 지난 2000년 9월 북녘으로 송환된 비전향장기수 선생들에게 선물을 전달하러 간다고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비전향장기수 선생들을 직접 만나는 것이 아니라 북측 안내원 선생들에게 대신 전해달라는 방식의 전달이라 상봉을 하는 장면이 연출되지는 않는다.

이번에 평양에 가는 인원은 총 71명. 변호사, 교수, 선생님, 공무원, 의사, 노동자 등등 직업도 소속도 다양한 사람들이 평양과 인연을 맺는다.

3개조로 나뉘어 참관기간 내내 목에 걸고 다닐 이름표를 비롯, 방북증명서, 비행기표 등을 받고 핸드폰을 모아낸다. 처음인데도 손놀림들이 빠르다.

우리가 타고 가는 비행기는 전세기로 고려항공 JS616기이다. 김포공항 국제선에 서 있는 고려항공 비행기를 보니 반갑다. 김포공항에 서있는 고려항공 비행기란 그리 흔치 않은 풍경에 함께 가는 이들은 연신 사진을 찍고 있다.

그런데 반가워하는 이들은 또 있으니 바로 남녘의 명재환 씨와 북녘의 김철길 비행사다.

▲ 남녘의 명재환(왼쪽) 씨와 북녘의 김철길 비행사.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명재환 씨는 공항에서 탑승객들이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 주변 상황을 총괄하는데 김철길 비행사와는 여러 차례 만났다 한다.

몇 번이나 남녘에 왔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철길 비행사는 “김포도 서너 번 인천도 서너 번, 여러 번 왔다. 반갑다”고 한다.

이들의 모습을 찍고 싶어 “사진 찍어드릴께요” 했더니 “아~ 우리 사진도 여러 장 찍었어”한다. 그래도 또 한 장 찍으시라며 찍었다.

이륙시간이 다 되자 명재환 씨와 김철길 비행사는 또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인사를 나눈다.

“문제있구만”

▲ 평양참관단 일행이 북측 고려항공 비행기 트랩에 오르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50분 후면 평양에 도착한다. 지난해 중국에서 하루 자면서까지 경유해 평양에 갔던 것에 비하면 한결 수월해 진 것이다. 그만큼 남북 관계도 가까워진 것이겠지.

로동신문을 한 부 받아 읽어본다.

5월4일자 로동신문에는 지난 3일 김혁규 의원을 단장으로 한 열린우리당 동북아평화위원회 대표단들의 방문 소식이 있다.

또 미 버지니아주 총기 참사 사건을 보도하고 있는데 특이한 것은 ‘미국 사회의 악성종양 총기류 범죄’라는 제목으로 총기류 소지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지만 범인에 대한 언급 없이 그저 범죄자라 표현, 범인이 남녘에서 유학 간 조승희 씨임은 전혀 알 수 없다.

‘남녘에 대한 배려로 쓰지를 않은 것일까?’ 생각하는데 누군가가 “미국 사회에 환멸을 느껴 총기를 난사한 애국자라 보도하지 않았네” 농을 던진다.

냉전의 시대에는 남과 북 모두가 체제의 우월성을 경쟁이라도 하듯 서로를 헐뜯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을 것이다. 그러면서 과장되기도 하고 또 없었던 일도 만들어지곤 했을 것이다.

우리도 인혁당 사건을 비롯, 각종 사건 사고 등을 조작해 내지 않았던가?

로동신문에는 또한 ‘태양절에 즈음하여’라는 제목으로 말디브제도공화국 대통령, 부룬디공화국 대통령, 캄보쟈인민당 중앙위원회 위원장, 에집트쓰르아랍사회주의당 위원장, 수리아 알 아흐드 알 와타니당 총비서 등등 수많은 인사들의 축전이 실려 있다.

안내방송은 곧 있으면 순안 공항에 도착한다고 알리고 있다. 창밖을 보니 우리의 전형적인 농촌 풍경이 들어온다.

활주로에 들어서니 가장 먼저 우릴 반기는 것은 민들레꽃이다. 안개가 가득한 서울과는 달리 이곳은 화창해 푸른 잔디에 노란 민들레의 대비가 선명하다.

특별하지 않을 지라도 결코 빛나지 않을지라도 흔하고 너른 들풀과 어우러져 거침없이 피어나는 민들레, 박노해 시인의 말대로 거침없이 살아가며 생명력을 보여주는 순안공항의 민들레 들판은 ‘고난의 행군’ 등 수많은 어려움에 봉착할 때마다 ‘우리식대로 살아가자’며 단결된 모습으로 헤쳐 나가는 북녘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비행기에 내려서는 데 지난해 만났던 리동혁 안내원이 남측에서 보낸 명단과 참관단이 일치하는지 일일이 확인한다. 그 바쁜 와중에도 날 알아보고 아는 체를 한다.

“시집갔나?”
“아직...”
“문제있구만”

헉~그는 또 아무렇지도 않게 일을 한다.

이번에 평양에 와서 제일 처음 들은 말은 ‘문제있구만’이다. 너무한 거 아냐? 남녘이나 북녘이나 시집 안간 처녀들에 대한 처우는 똑같다.

남과 북 모두에게 호소한다. ‘짝 못 만난 것도 서러운데 제발 색안경(북녘에서는 먹물안경이라 한다) 끼고 보지 말라~ 우리 아무 문제없다!!!’

평양, 개성, 금강산 등 지난 방북이 모두 10월, 11월, 12월에 이뤄져서 그런지 이렇게 따뜻한 평양은 처음이다. 지금 평양은 계절로도 만물이 소생하는 활력 넘치는 봄이지만 2.13합의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하고도 힘찬 시기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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