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강화미술회관에서 '이시우 사진전'이 열렸다. [사진-통일뉴스 이철화 통신원]
화창한 주말 오후 인천광역시 강화군에서 특별한 사진전이 열려 눈길을 끌었다.

‘사진작가 이시우 석방을 위한 강화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28일부터 30일까지 강화미술회관에서 개최한 ‘이시우 사진전’이 바로 그것.

주인공인 이시우 작가는 지난 19일 서울경찰청 보안수사대에 연행돼 22일 국가보안법과 국가기밀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돼 서울경찰청 옥인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그는 국가보안법을 전면 부정하며 묵비권을 행사하고 단식중이다.

▲ '이시우 사진전' 개막식에는 대책위 관계자와 가족 등 40여 명이 참석했다. [사진 - 통일뉴스 이철화 통신원]
28일 오후 3시 30분, 대책위 관계자와 시민사회단체 회원, 가족과 지인 등 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김정서 대책위 간사의 사회로 ‘이시우 사진전’ 개막식이 조촐하게 진행됐다.

▲ 김애영 대책위 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이철화 통신원]
김애영 대책위 위원장은 “멀리 강화까지 와주셔서 고맙다”고 인사하고 “이시우 씨는 어떻게 보면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들의 지지와 성원, 뜨거운 마음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전시회에 대해 “국가보안법이 여전히 살아있고 공안당국이 대한민국에 굳건히 뿌리 내리고 있음을 다시한번 확인하고 있다”며 “이 사건을 계기로 이 같은 사실을 알려내고 석방을 촉구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시우 작가가 그동안 작품을 팔라는 ‘압력’을 많이 받았지만 절대로 굴하지 않고 한 장도 팔지 않아 이시우 작가가 사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말을 안 해도 알 것이다”며 “그런 이 작가가 홈피에 사진을 팔아 가족을 위해 쓰라는 글은 남겨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어 외람되게 주인 없는 사진전을 열게 됐다”고 사진전이 열리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시우 작가는 지난 3월 30일 자신의 홈페이지(www.siwoo.pe.kr) 자유게시판에 “(부인)은옥씨와 우성이의 고생스러움이 항상 걱정입니다. 춘궁처럼 집을 맴돌 냉기가 봄기운을 무색케 할 것이 염려됩니다. 연리 작업실에 있는 사진들을 인연 닿는 대로 팔아서라도 돈을 만드시기 바랍니다.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나 급한대로 그렇게라도 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춘래불사춘’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바 있다.

대책위는 이날 사진전에 전시된 이시우 작가의 사진들을 처음으로 판매한다고 밝혔다.

▲ '길 위의 신부' 문정현 신부가 6시간을 허비하며 '길 위의 사진작가' 이시우의 사진전을 찾아온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사진 - 통일뉴스 이철화 통신원]
격려사를 한 문정현 신부는 “(평택) 대추리에서 2년 넘게 주민들과 살다가 주민들이 쫒겨난 것을 다 지켜보고 익산에 내려가 아직 마음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하고 “얼마전 이시우 선생을 조사한다는 소식을 듣고 염려는 했지만 구속이야 하겠느냐 생각했다”고 말했다.

문정현 신부는 “죽은 국가보안법을 다시 살려내서 '일심회'를 만들고 이시우 선생을 이렇게 만든 것은 절대로 청와대나 현 정권의 의지가 아니라고 본다”며 “그 뒤에 뭔가 힘이 있다. 물어보나 마나 미국이다”고 단정했다.

▲ 이날 전시회는 이시우 석방을 촉구하는 의미로 열렸고 사진들은 처음으로 판매되었다. [사진 - 통일뉴스 이철화 통신원]
문 신부는 대추리 투쟁 당시 훼손되기 십상인데도 이시우 작가가 망설임 없이 사진들을 내놓았던 일을 회상하며 “한 점도 팔지 않은 사진을 선뜻 내줬다는 것은 그분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고 말하고 “사진에 그대로 드러난 게 평화이고 이시우 선생 자신이 평화로운 분”이라며 구속의 부당성을 강조했다.

김영애 민주평통 강화지부 회장도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평화운동가이자 전국적으로 잘 알려진 '평화의 배띄우기' 창안자이자 논리적 근거를 제공한 분”이라고 평가하고 “평소 지역에 찾아오는 많은 분들을 안내하고 교육했고 앞으로도 많은 일을 해야 하는데 안타깝다”며 “6.15남측위원회 인천본부 공동대표들도 적극적으로 석방운동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격려했다.

▲ 이시우 작가의 김은옥 씨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사진 - 통일뉴스 이철화 통신원]
이 작가의 부인 김은옥 씨는 “어제(27일) 단식 8일째 면회를 갔는데 아직은 괜찮은데 걷는 것을 힘들어 한다”며 “완전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고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될 때 국가보안법을 끌어안고 대공분실 안에서 죽을 각오를 했다”고 전했다.

김은옥 씨는 “감사드릴 분들이 너무 많다”며 일일이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석방까지 긴 시간이 되겠지만 가능하면 시간을 단축해주자”고 호소했다. 김 씨는 감사의 말을 전하면서도 내내 울음을 참지 못했다.

이날 개막식에서 이시우 작가와 ‘평화의 배띄우기’를 함께 했던 윤여군 목사가 사건일지를 발표했으며, 사회자 김정서씨가 이시우 작가의 약력을 소개했고 이광구씨가 전날 발표된 대책위 성명서를 다듬어서 다시 발표했다. [대책위 성명서(수정본) 전문 보기]

▲ 그의 사진 아래 연필로 직접 쓴 문구들은 그의 사상과 예술의 깊이와 폭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이철화 통신원]
▲ [사진 - 통일뉴스 이철화 통신원]
참가자들은 성명서에서 요구한 △이시우 사진작가에 대해 국가보안법 혐의를 즉각 철회하라 △이시우 사진작가를 즉각 석방하라 △압수한 필름 2000여 통을 전문가에게 위탁보관하라 등을 외치며 개막식을 마무리했다.

한편 개막식을 마친 대책위 관계자들은 인근에서 모임을 갖고 이시우 작가 석방을 촉구하는 공동기자회견 개최와 서울지역에서의 사진전 개최, 부인 김은옥 씨의 1인 시위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대책위는 30일 오전 11시 (사)통일맞이 사무실에서 이 작가가 구속된 뒤 처음으로 서울지역에서 전체 대책위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 통일뉴스 : ‘이시우 사진전’이 열렸는데 소감은?

■ 김은옥 : 사진전을 주관해주신 대책위 위원장을 비롯한 관계자 분들께 너무 감사드린다. 직계 가족들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렇게 긴박한 시간에 전시회를 열어 남편의 상황을 알릴 수 있게 도와주셔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감사하다.

□ 이번 사진전에 전시된 작품들은 어떻게 마련했나?

■ 그동안 이 작가가 직접 발로 누비며 작품을 찍어서 기존에 전시했던 작품도 있고 최근 작품도 있다. 작업실에 있던 사진들을 모아서 대책위가 준비했다.

□ 어제(27일) 면회를 다녀왔다고 했는데 좀더 자세한 상황을 전해달라.

■ 어제가 단식 8일째인데 앉아서 대화하는 정도는 크게 무리가 없어 보이는데 서서 걸어갈 때 허리를 제대로 못 펴고 한걸음 한걸음 굉장히 어렵게 걷는 모습을 봤다.

내가 옥인동 대공분실에 도착하자 경찰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미음을 가져와서 단식을 중단하고 어떻게라도 사람을 살리고 봐야 하지 않겠냐고 미음을 먹을 수 있도록 해보라고 계속 요구했다.

그렇지만 이 작가는 저에게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된 순간 옥인동 대공분실에서 국가보안법과 함께 죽기를 각오했다고 계속 이야기하면서 가족을 이용해서 이런 식의 행위를 다시는 하지 말라고 말해줄 것을 아주 완강하게 이야기했다.

저 또한 경찰 측에 남편의 의식이 있는 한 강제적 수단과 방법으로 남편이 원치 않는 행위를 할 때는 저 역시 가만히 두고 보진 않겠다. 대공분실 앞에서 단식하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리고 남편은 압수된 필름의 훼손을 걱정하면서 전문적 기관에 위탁하는 문제를 변호사와 다시 상의하라고 했고, 경찰 측에 협조를 당부하고 왔다. 경찰 측에서는 지금까지 한번도 피의자 압수물품을 국가기관이 아닌 다른 곳에 위탁한 적이 없다며 쉽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변호사와 상의해서 계속 촉구할 것이다.

□ 가장이 구속됐는데 가족들의 상황은 어떤가?

■ (이 작가의)어머니는 충남 예산에 계시는데 다리를 다치셔서 아들이 감옥에 있어도 와서 볼 수 없는 상태여서 심정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고, 저 같은 경우 남편도 없는 상태에서 중학교 2학년인 아들과 생활을 해나가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직장까지 영향을 미칠까 걱정도 되고 하지만 남편 싸움에 동참할 시점이 오면 직장을 그만두고 같이 할 각오까지 하고 있다.

▲ 지난 19일 밤, 검거 당일 옥인동 대공분실에서 가족들이 처음으로 만났다. 부인 김은옥 씨는 "어디 있는 지라도 알게 돼 오히려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 아들 우성 군은?

■ 지금 감수성이 예민할 때인데 엄마를 걱정할 정도로 의젓하고 또래 아이답지 않게 어른스러워 참으로 다행이다. 아빠가 나쁜 사람이 아니고 좋은 일을 해온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아빠랑 평화대행진, 역사교실, 푸른 교실 등을 같이 했다.

아빠의 구속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잘 알아 담담하고 본인 일상생활에 전혀 타격 없이 잘 지내고 있어 너무나 감사하다.

아빠가 막연히 좋은 일을 했다는 것이 아니라 집안의 평화는 좀 깨뜨리고 다녔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많은 일을 해왔고 많은 분들이 돕기 위해 애쓰는 것 보면서 많은 것을 느낄 것이다. 이보다 좋은 교육은 없다. 이 작가에게 감사하고 착하게 커준 아들에 감사할 뿐이다.

□ 남편의 구속이 부당하다며 개인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했는데.

■ 남편이 오늘로 단식 9일째다. 개인적으로는 남편의 뜻을 함께 한다는 의사 표시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상황을 빨리 알리고 싶어서 회사가 1,2,3일 쉬어서 1인시위라도 민가협 간사와 협의해서 진행하려고 한다.

□ 부인으로서 가까이서 본 이시우는 어떤 사람인가?

■ 언젠가 둘째 형님 가게 개업식에 남편 이름으로 꽃을 전달할 때 ‘평화사진작가 이시우’라는 이름으로 선물했다. 진정한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평화통일 사진작가’라고 불려지길 바란다.

지금도 새벽 3,4시에 1시간 반이 걸리는 거리를 (연리 작업실까지)걸어 다닌다. 남편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집요하고 한 번 마음 먹은 것은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굴하지 않고 설령 죽음 앞에서도 굽히지 않을 사람이란 걸 알고 있다.

가정의 평화가 깨지더라도 반드시 평화를 위해 일할 사람이다. 때론 밉기도 하고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또한 그 길이 맞다는 이율배반적인 마음을 갖고 있다. 결국 남편 뜻이 맞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지만 남편이 돌아와 가정의 평화를 이룰 때까지 건강하고 씩씩하게 살려고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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