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아닌 ‘민족’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1974년 긴급조치에 반대해 출범했던 ‘자유실천문인협의회’의 후신으로 1980년대 이후 우리 민족 전체의 고통에 천착해왔던 ‘민족문학작가회의’의 명칭 변경건이 지난주 화제가 됐습니다.

바꾸자는 측의 주장은 이를테면 ‘대중화’입니다. 변화된 환경을 고려하자는 것입니다. ‘민족이라는 명칭 때문에 외국에 나가면 극우단체로 오해받고 국내에서는 극좌단체로 매도당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젊은 세대를 포괄하기 위해 ‘오해’의 소지가 있는 ‘민족’을 빼고 ‘작가회의’로 가자는 것입니다. 최근 결성된 ‘6.15민족문학인협회’ 등 민족문학을 이야기할 공간은 따로 있다는 것입니다.

27일 정기총회에서는 격렬한 논쟁 끝에 ‘명칭변경안’ 결정이 연기됐다고 합니다.

명칭 변경을 주장하는 이들의 고민은 소중합니다. 다만, 모국어는 문인의 운명인 만큼 단체의 ‘명칭’에 관한 논쟁이 ‘실용주의’에 기반하지 않았으면 하는 기대는 있습니다.

이른바 ‘운동’단체의 설립목적은 그 바깥을 향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제 운영하다보면 조직 자체의 생존논리가 초심을 압도하게 마련입니다. 그러한 고착상태를 탈피하겠다는 시도는 소중합니다.

그러나, 단체의 변화가 소속 문인들의 변화를 수반하지 않는다면 주위 환경에 따라 보호색을 바꾸는 수동적 생존논리 외에 다른 무엇이겠나는 우려가 있습니다. 회원들 속에서 ‘세계화 시대의 민족’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일어났으면 하는 희망도 가져봅니다.

어려울 때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 외부자의 주제넘은 간섭일지도 모르겠으나, ‘민족문학작가회의’를 역사적 공동체로 기억하는 이들의 기대라고 선해하였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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