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시각 17일 2차 베를린 북미회동을 마친 후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포기한다면 미국은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한 양자 협상에 기꺼이 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핵프로그램 포기’라는 전제조건이 붙어 있으나 북미수교를 위한 ‘양자’협상 가능성을 미 고위관리가 공식 언급했다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미국이 북과의 수교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멀게는 제네바 합의가 있으며, 2005년 9.19 공동성명도 최종적으로는 북미수교를 예견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이번 힐 차관보의 발언을 둘러싸고 기대치가 고조되는 것은 부시 행정부의 전례없는 적극적인 협상의지 때문입니다. 사실 이번 베를린 회동도 ‘6자회담 틀내’라는 공식 설명과는 달리 북미간 실질적인 양자협상이라 평가됩니다.

그러나 여전히 수교에 이르는 길은 험난합니다. 6자회담에서 ‘핵프로그램의 포기’라는 산을 넘어야 하고, 그와 앞서거나 같은 시간대에 ‘핵프로그램 포기’ 논의의 전제가 되는 BDA해법이 도출되어야 합니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베를린 회동 개최 시기에 맞춰 미 재무부측에서 전례없이 적극적으로 해법을 모색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그 결과는 22일로 시작하는 주에 열리는 북.미 BDA회담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알려진 바와 같이 북에게 ‘BDA해결’은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를 통해 얻어야 할 중요한 알맹이를 담고 있습니다. 단순히 돈 얼마를 돌려받는 문제가 아니라 북미수교 과정 또는 그 이후 북한이 국제금융시스템에 참가할 수 있느냐는 문제와 연동돼 있는 까닭입니다.

때문에  ‘BDA해법’ 없이 언급되는 북미수교는 적어도 북한의 입장에서는 ‘빈말’에 불과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