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월만에 재개된 5차 2단계 6자회담이 사실상 뚜렷한 성과 없이 22일 끝났습니다. 이를 두고 한켠에선 6자회담 무용론이 대두되기도 합니다.

이번 회담을 두고 ‘BDA로 시작해서 BDA로 끝난 회담’이라고 평합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북한 대표단은 “BDA를 해결하기 이전에는 어떠한 초기이행조치에 대한 논의도 할 수 없다”고 버텼으며, 미국 대표단은 이에 대해 “북한대표단은 평양으로부터 BDA 훈령만을 받아 왔다”고 투덜댔습니다. 여기서 BDA란 방코델타아시아의 영어약자로서 미국이 대북 금융제재를 가한 마카오 소재 은행을 말합니다.

알다시피 이번 회담의 핵심은 ‘북한의 6자회담과 BDA 연계’ 대 ‘미국의 6자회담과 BDA 분리’라는 대립이었습니다. 여기서 굳이 승패를 논하지 않습니다. 한반도비핵화를 위한 논의가 제대로 뚜껑조차 열리지 않았다는 것은 누구에게도 상서로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문득 3,4년 전인 1차 6자회담(2003.8)과 2차 6자회담(2004.2)이 떠오릅니다. 당시 북한은 북핵문제 해법이 담긴 ‘전향적인 안’을 들고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때 미국은 오직 앵무새마냥 ‘선핵포기’라는 말만을 되풀이했습니다. 당시 미국의 대북정책은 북한의 체제변화(regime change)였기에 북한의 그 어떠한 전향적인 안이나 새로운 안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자 북한은 1차회담에 대해서는 “백해무익한 회담”이었고 2차회담에 대해서는 “북미간에 입장 차를 확인한 회담”이었다고 혹평한 바 있습니다.

인생유전(人生流轉)이라는 말도 있지만, 국가간의 운명이나 사정도 돌고 도는가 봅니다. 지난 10월9일 북한의 핵 실험 이후 북한과 미국 사이의 역학관계에도 미묘한 변화가 오지 않나 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미국대표단은 이번 회담에 그간 어느 때보다도 왕성한 협상의욕으로 임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측은 ‘초기 수확조치 대 상응조치’라는 전향적 안을 내놓고도 북한에 퇴짜를 맞고 아무런 선물도 없이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기 위해 귀국해야 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BDA만을 외친 북한과 6자회담에 대한 미국의 평가는 어떻게 나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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