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주중 미국대사관에서 북.미간 1차 BDA 실무협의에 이어 오늘 오전 주중 북한대사관에서 2차 BDA 실무협의가 시작됐습니다.

본격적인 협상국면에 들어가면서 이미 정평이 난 북한의 대미 협상기술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이 왜 19일에야 BDA 실무대표단을 보냈는지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번 회담 개막일을 최대한 늦추고자 했다고 합니다. 의장국인 중국의 체면을 고려 18일 개막에 동의는 했지만, 19일부터 대미 접촉을 개시하려던 당초 자기 일정대로 갔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일정을 늦추려했던 이유는 ‘크리스마스’와 관련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협상은 협상일 뿐이고, 가용한 모든 것을 동원해 하나라도 더 따내는 사람이 유능한 협상가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의 페이스를 흔들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북한은 이번 회담에 임하면서 두 가지 측면에서 미국을 초조하게 만들었습니다. 하나는 회담에서 무엇을 주장할지 전혀 언질을 주지않고 나왔다는 것입니다.

보다 흥미로운 점은 회담 일정과 관련됩니다. 초반에는 기다리게 만들더니 본격적인 회담에 들어가면서는 폐막일을 안개 속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미국측 심리적 마지노선인 크리스마스까지 갈 수도 있다는 암시를 주면서 말입니다.

과거에도 북한은 미국에게 ‘크리스마스 악몽’을 선사한 바 있습니다. 푸에블로호 사건(1968.1.23) 관련 협상입니다.

전 유엔사 특별고문이었던 이문항의 「JSA-판문점(1953-1994)」에 따르면, 그해 2월2일 기세등등하게 1차협상에 임했던 존슨 행정부는 북측의 ‘사과’ 요구에 불응하다가 10월23일 24차 회의에서 ‘사과하고 승무원을 돌려받든지 아니면 승무원들이 죄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위협에 직면합니다.

결국 존슨 행정부는 내외의 압력을 견디다 못해 그해 12월23일, 사과내용을 담은 문서에 ‘서명하고 푸에블로호 승무원 82명과 시체 1구를 인수한다’는 구절을 넣은 기묘한 문서에 서명하고 승무원들을 돌려받습니다.

북한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초조해진 미국으로부터 명실상부한 사과문서를 받아냈고, 미국은 초대국답지 않게 ‘꼼수’를 동원해 사과문이 아니라는 해명과 함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고 발표할 수 있게 됐습니다.

독자여러분, 올해도 베이징에서 '크리스마스 선물'이 배달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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