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희 객원기자 (tongil@tongilnews.com)

본사 김양희 기자가 평양 방문에 이어 지난달 25일 <민화련> 주최 ‘청소년 평화통일 숲가꾸기 행사’에 참석해 개성을 둘러봤다. 김 기자의 개성 방문기를 세 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 편집자 주


▶그린닥터스 조희억 행정부장.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일행은 이어 그린닥터스 개성병원을 참관했다.

그린닥터스는 국제적인 재난지역과 국가재해나 대형인명사고 등 응급의료구호체계가 시급히 필요한 곳이나 의료시설이 부족한 곳에 정치나 인종, 국가를 뛰어넘어 범인류의 건강, 행복을 위해 의료인을 긴급 파견해 구제활동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전세계적인 단체로 개성에는 지난해 1월 응급의료소를 개소해 지금까지 남북 근로자 1만8000명을 무료로 진료해 왔다.

지난 10월 120평 규모의 병원 건물이 완공되고 의료기기를 설치하고 있는 그린닥터스 개성병원은 이전까지는 기본 응급처치 정도만 하고 북측의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했었으나 다음 주부터는 완공된 그린닥터스 개성병원에서 남과 북의 의료진이 함께 진료를 할 예정이다.

의료진은 물론 병원 부지 등도 후원을 통해 마련한 그린닥터스는 오는 2008년 초에는 150병상 규모의 개성종합병원도 열며 치과, 의과 등 의과대학 및 종합대학을 설립할 계획이다.

그린닥터스의 조희억 행정부장은 “개성 공단의 유일한 의료시설로 그동안 일평균 30~40여명의 환자들을 돌봐왔으나 앞으로 병원이 개원되면 30여명의 의료진과 현대적인 시설로 종합적인 의료 지원이 가능해진다”고 말한다.

▶개성공업지구관리위 건물 1층에 한국전력 개성지사가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한전 개성지사 앞의 무재해 기록판.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한국전력공사 개성공단지점 앞에는 무재해 369일 목표판이 있다. 이 기록판은 '2006년 1월 26일부터 시작돼 11월 25일까지 총 303일이 달성됐다'고 표시하고 있다.

그동안 개성공단의 전기는 전봇대를 통해 남측에서 끌어다 쓰는 것으로 일일 1만 5000kw를 가져 올 수 있었다. 그러나 내년 6월 송전탑 건설이 완공되면 일평균 10만kw를 생산할 수 있다. 송전탑 건설로 단지 개발에 따른 전력 부족에 대비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전력공사 개성공단지점 김광표 영업 팀장은 “태성의 경우 한 달에 7000여 만원 어치의 전기세가 나오는데 태성을 비롯, 모든 남측 기업들은 전기세를 달러로 환산을 해 우리은행에 납부토록 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진봉산 자락에 나무 4,000그루를 심다

▶진봉산 자락에 나무 4,000그루를 심었다.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왼쪽 최연소자 초등학교 1학년생인 조영인 양.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참가자 일행은 군부대가 있던 개성공단 진봉산 자락에 나무를 심기 시작한다. 이날 심을 나무는 총 은행나무 4000그루. 민화련은 이미 지난봄에 주최한 행사에서 잣나무 1만여 그루를 심은 바 있다.

최연소 참가자인 초등학교 1학년 조영인양부터 노부부까지, 그리고 나무를 처음 심어본다는 참가자들까지 모두 서툴지만 한삽 한삽 땅을 파고 나무를 심는데 여념이 없다. 일부는 10그루 묶음을 한꺼번에 심는 줄 알고 심다가 다시 묶음을 풀러 한그루씩 심는 모습도 보인다. 나무를 심고 자신의 이름표를 걸어 놓고는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나무를 심은 뒤 이름표를 걸고 기념촬영도.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진봉산 자락은 개성공단이 개발되기 이전에는 최전방인 만큼 부대들이 있던 지역이나 개성공단이 개발되면서 부대 병력이 모두 공단 뒤쪽으로 철수를 했다.

개성공단은 남북 경제협력 공동체뿐만 아니라 평화를 확산하는 도시로 비무장지대의 지뢰제거와 동시에 부대의 철수 등을 이뤄냈다.

그리고 보니 진봉산 곳곳에는 부대가 있었던 참호의 흔적이 남아있다. 민화련 노세극 이사는 “이곳은 원래 개성공단이 들어서기 이전에는 최전방의 부대가 있었던 지역으로 공단이 들어서며 부대가 공단 뒤로 빠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지역에 청소년들이 평화의 나무를 심는 것은 평화지역을 확산시킨다는 데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민화련은 또한 지난 5월, 잣나무 10만 그루 심기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이번 행사가 지난 수 년 간 가뭄과 홍수가 번갈아 발생하는 등 자연재해로 인해 피해가 큰 북측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북측 최정애 참사도 나무심기에 여념이 없었다.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민화련과 함께 이번 행사를 기획한 북측의 중앙특구개발지구총국 최정애 참사는 “오늘 행사는 단순히 나무 하나를 심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며 “한삽한삽마다 통일의 사상을 심고 통일의 삽질로 통일의 열매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민화련과 함께 오랫동안 이 사업을 진행하고 싶다”고 덧붙인다. 최 참사는 얼마나 열심히 나무를 심었는지 얼굴이 빨갛게 상기가 되었다.

민화련 주종환 대표 의장은 “이번 행사는 이미 미사일 문제 등이 발생하기 전부터 추진되고 있는 사업이지만 북핵 미사일 문제 등으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이 위축되면서 더욱 큰 의미를 갖게 됐다”며 “앞으로도 매년 청소년 평화통일 숲가꾸기 행사를 진행 하겠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짧은 일정을 마치고 다시 북측에서 출경 수속을 받는다. 다행히 입경 당시 군인을 찍어 빼앗겼던 사진기를 돌려받았다.

"서운하신가 봐요", "에이.."

윤석구 부지점장 가족은 또 다시 이별을 준비한다. 비록 이곳에 와서 직접 아빠와 남편이 일하는 곳을 보고 2주 후면 또 다시 볼 수 있지만 그래도 지금만큼은 누구보다도 애틋해 출경 수속을 가장 늦게 받는 아내 윤기연 씨.

개성공단에서 가장 오래 근무한 남측 직원답게 북측의 출입사무소 직원들도 모두 그를 알아본다. 이에 윤 부지점장은 마지막까지 일일이 북측 직원들에게 일일이 가족을 인사 시킨다. 부부는 아무 말 없고 그저 윤 부지점장이 아내의 어깨를 한 번 꽉 잡을 뿐이다.

“서운하신가 봐요”
“에이 서운하긴 뭘 서운해요. 잘 있는지 봤는데...”
애써 웃는 윤기연 씨의 모습이 또 안쓰럽다.

개성공단에 들어가기 위해 또 나오기 위해 받는 수속 시간 등을 빼면 얼마 되지 않는 짧은 일정을 마치고 일행은 남녘으로 가는 버스에 오른다.

▶이병도 교수와 연곤이, 그리고 명진 양.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내 옆에는 우리 2호차의 막내 연곤이가, 뒤에는 연곤이의 누나 전주 기전중학교 3학년 명진이가, 그 옆에는 남매의 아버지 원광대학교 치과대 이병도 교수가 앉았다. 이병도 교수는 “북녘땅을 밟는다는 호기심과 함께 아이들이 어렸을 때 스스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도록 해주고 싶어서 이곳을 찾았다”고 말한다.

몇 달 전 아빠를 따라 네팔에 의료 봉사를 다녀오기도 했다는 명진이는 “네팔에 다녀오면서 시야가 넓어지고 봉사심이 커졌다”며 “개성에서도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으면 해서 아빠에게 먼저 가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북한에 온다는 불안감보다는 기대감이 컸다”는 명진이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고 전한다.

전주 중화산동 한들초등학교 3학년 연곤이는 서울에 오고 싶고(강남의 야경을 본 적 있는 연곤이는 서울에 오면 강남의 야경을 다시 보고 싶어 한답니다.) 또 엄마가 시험공부를 하라고 하니 그게 싫어서 아빠에게 먼저 졸라 개성공단을 방문하게 됐다.

“개성에 오니 무엇이 좋냐”는 물음에 갑자기 뜬금없이 “우리 동네에 노무현 대통령이 왔는데 내가 다니는 학원도 방문을 해서 좋았다”고 답하는 연곤이.
그러나 이내 연곤이는 “(빠듯한 일정에)목이 마르고 힘들긴 했지만 북측 사람들이 잘해주는 게 좋았다. 봉동관의 누나들 춤도 잘추고 음식도 맛있었다.”고 답한다.

연곤이의 친구들은 “북한 가니 좋겠다”하기도 하고 일부는 믿지를 않고 “지랄거리지마”하기도 했다. 또 “잘 죽어서 하늘에서 보자”며 “너 죽을 날 얼마 안 남았으니 10억을 주겠다”는 친구도 있었단다.

“무사히 돌아가니 10억원 벌어 좋겠다”고 말하는 내게 아이는 “그냥 봐줄꺼예요” 한다.
헐~ 10억원인데...물론 그 돈을 다 받아낼 순 없겠지만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자신이 무조건 맞다고 여기는 자만심에 가득한 아이를 보란 듯이 한방 먹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아이는 그저 봐준단다.

하긴, 네가 맞다. 나와 의견이 다르다고해서 서로 괴롭히고 자존심을 세우고 그러다보면 어떻게 친해지겠니? 이해하고 인정하면서 포용을 할 때 그 때 비로소 하나가 되는 거겠지.
우리 평화 2호차 막내 연곤이가 ‘진정한 통일의 주역’임을 깨닫는다.
연곤아~ 앞으로도 시험공부하기 싫으면 또 개성이랑 평양이랑 놀러가자!

'우리의 소원'을 엄숙하게 부르며

▶이재봉 교수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짧은 강연을 했다.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차 내에선 이재봉 교수의 개성공단에 대한 짧은 강연이 시작된다.
이 교수에 따르면 지도를 펴놓고 보면 북녘은 90년대 초 동쪽 끝 가장 위쪽에 라진 선봉 경제 특구를 개설했으나 중국과 러시아에서 돈이 들어오지 않아 성공을 하진 못했다.

98년 말에는 동쪽의 가장 아래 부분인 금강산을 개방하고 2002년 서쪽의 가장 위쪽인 신의주 특구를 설치하려 했으나 중국의 견제로 실패로 끝났다. 신의주는 70년대 초반만 해도 건너편의 단둥보다 훨씬 번성한 곳이었으나 현재는 단둥이 서울과 비슷할 정도로 번영한 반면 신의주는 쇠락해 있다. 신의주 특구가 잘 진행돼 활발한 경제 활동을 한다면 단둥이 상대적으로 몰락의 길을 걷게 돼 중국이 적극 견제를 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북녘은 2003년 서쪽의 가장 아래인 개성을 개방하면서 4군데의 모서리들을 모두 개방했는데 이를 모기장식 개방이라 한다. 모기장식 개방은 여름날 시원한 바람은 들어오면서 모기는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모기장처럼 필요한 자본은 들어오도록 하면서 자본주의의 폐단 등은 최대한 차단한다는 계획.

그러나 이 같은 개방을 시작한 것도 “북의 입장에서는 큰 용단을 내린 것이다”며 “그래도 금강산이나 개성 특구가 성공적으로 진행돼 북측은 혈육이 뭐가 달라도 다르다고 느꼈을 것”이라는 게 이 교수의 말이다.

이어 “1953년 휴전협정이 맺어질 때 황해도 해주가 고향인 이승만 전 대통령이 적극 반대를 했는데 북진통일을 외친 것 중 하나가 개인적인 망향도 있었을 것”이라는 이 교수는 “당시 조봉암 선생 등이 평화 통일을 이야기 하다가 죽임을 당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북진 통일을 외치면 미친놈 소리를 듣는다”며 국민들의 의식이 바뀌었음을 말한다.

이 교수는 또 “북한은 오래 전부터 불가침조약, 평화협정을 맺자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세계 평화를 주장하는 미국은 불가침조약과 평화협정을 거부하고 있다”며 “이는 북한과 불가침조약과 평화협정을 맺는다면 주한미군이 남한 내에 상주할 명분이 없어지기 때문인데 냉전시대의 주한미군은 소련과 북한의 남침을 견제했다면 탈냉전 시대에는 빠르면 20~30년, 늦어도 40~50년 후면 미국보다 경제력이 앞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 상주하고 있는 것이다. 전략적 유연성 등으로 평택 오산 등 서해안 쪽으로 주한 미군 부대를 이동,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고 밝힌다.

그는 특히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영세중립화를 제시했다.
지난 50년대 후반에는 중립화 운동이 거셌으나 북한의 공식 통일 방안에 중립화가 포함돼 이후에는 국가보안법에 저촉이 돼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는 것.

영세중립화를 실현하면 북한의 남침위협이 없고 북한의 남침위협이 없어 주한 미군이 주둔할 이유가 사라지고 중국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등 주변의 4강이 아무도 우리를 칠 수 없게 된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그러나 영세 중립화를 위해서는 남과 북, 그리고 주변 4강이 응하는 것이 선결 조건이라고 덧붙인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참가자들에게 오늘의 소감 등을 묻는다.
한 참가자의 “몇 년 전 판문점에 갈 때보다 오히려 간소화 돼 시대가 바뀐 것이 느껴졌다. 오기 전에는 엄청 클 줄 알았는데 직접 와보니 개성 공단이 무척 작다. 가뜩이나 작은데 왜 더 축소하자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그는 소감을 밝힌 후 ‘우리의 소원’을 부르자 제안한다.
초등학교 음악시간에나 불렀음직한 우리의 소원 노래가 시작되자 대학생 등 젊은이들이 주축이 된 2호차 참가자들이 처음에는 어색하고 뜬금없어하며 웃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새 분위기는 숙연해지고 모두가 하나 돼 목청껏 불러본다.

“이 나라 살리는 통~일~, 이 겨레 살리는 통~일~통일이여 어서 오라, 통일이여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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