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주는 내 돈 너무 아까워~
11월 1일 수요일 맑음

하루 일찍 여권을 찾아 중국 비자를 신청했다. 중국비자는 일반 비자가 있고 복수 비자가 있다는 데 나는 중국을 경유해 북에 들어가기 때문에 2번 중국을 들어갈 수 있는 복수 비자를 받아야 한다.

일반 비자는 5만원, 복수 비자는 7만원. 그런데 중국은 급하면 급행 비자를 받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중국 비자가 3박4일 쯤 걸리는데 1박2일 만에 나오는 비자는 일반 비자비의 50%가 더해지고 또 아침 일찍 신청하면 당일에 나오기도 하는데 그 경우는 100%정도 더한 요금을 내면 된다.

비자를 발급 받으면서 느끼는 중국식 자본주의. 언젠가 중국에는 교과서에도 광고가 실린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급한 마음에 나도 당일 비자라도 받아 평양에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돈이면 뭐든지 다된다는 생각에 또 씁쓸해지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또 우리나라 사람들의 중국 비자 발급률은 100%로 비자 면제를 해도 될 판이지만 돈을 벌어먹기 위해 비자를 파는 것이라는 말도 있다.

일본도 단기체류를 할 경우 비자가 면제되는데... 우리 정부가 미국비자 면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중국비자 없애는 거는 왜 추진 못하나요? 사업하는 사람들은 물론 시골의 할아버지 할머니들까지 중국 관광 가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닌데 그 많은 사람들이 1년이면 1년, 기간이 정해진 것도 아니고 갈 때마다 비자를 발급 받아야 하는 것 너무 낭비 아닌가요?

특히 난, 정말 정말 중국에 내는 돈이 아깝다구!

평양에 간다고 하니 주변 사람들이 이것저것 사달라고 부탁을 하기도 한다. 북녘에는 특히 산딸기쨈이 맛있다고 그것을 사달라고 하는 사람도 많다. 또 중국의 건강식품과는 달리 효과가 있고 믿을만하다고 부탁을 하기도 한다.

하긴 북은 청정지역이니 뭔들 웰빙 로하스 식품이 아닐까 싶다.

지난번 나의 ‘아리랑 축전’ 평양 기사를 보고 연락을 하신 시나리오 작가님께도 혹시 부탁할 것이 없냐고 물었더니... 여러 가지 많은 것보고 재미있는 기사 많이 만들어 오라신다.

가서 많은 것 보고 느끼고 가져 올 수 있으면 싶다.

북측은 우는 아이를 어떻게 달랠까?
11월 7일 화요일

출근길, 한국에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라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는 기사가 눈에 띈다. MBC 'PD수첩'이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우리나라에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를 묻는 질문에 '돈'이라는 대답이 58.3%로 가장 많았고 ‘부자들이 부자가 된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부모를 잘 만나서’(31.3%)라는 대답이 1위를 차지했단다.

며칠 전 지하철에서 우는 아이들 달래던 한 엄마의 모습이 떠올랐다.

일상에 찌들어 있는 사람들이 가득한 퇴근길 지하철에 4살도 채 되지 않은 아이가 무슨 일인지 투정하고 보채기 시작한다. 아이의 울음이 커지자 엄마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사람들도 짜증스런 눈으로 그들 모자를 바라본다.

순간 엄마는 아이에게 1000원짜리 한 장을 쥐어준다. 그러자 아이는 놀랍게도 울음을 그쳤다.

어려웠던 시절, 그러니까 배고픈 그 시절에는 밥이나 떡 같은 먹을 것을 줘 아이를 달랬다. 옛날이야기에도 ‘호랑이가 물어간다’고 해도 울음을 그치지 않는 아이를 곶감을 줘 달래지 않는가. 그런데 먹을 것이 넘치는 지금, 아이 울음을 그치게 하는 것이 돈이란 사실에 참 씁쓸했다. 그리고 북녘에서는 아이가 울 때 어떻게 달랠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평양에서의 구체적인 일정이 공지되지는 않았지만 겨레하나의 방북단 일정이 나왔다. 10일 북경을 경유해 고려항공을 타고 들어가 11일부터 14일까지 평양 일정을 마치고 다시 북경을 경유해 인천으로 돌아온다.

겨레하나 측은 10월24일 금강산 실무 회담에서 논의하기로 했던 평양에서의 구체적 일정이 직항로 불허로 인해 중국경유방안을 논의하는 관계로 미처 이뤄지지 못했다고 양해의 말을 전했다. 직항로가 불허된 것이 여러모로 많은 사람들의 시간과 경비를 허비하고 있다. 이득을 본 것은 중국뿐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북녘 거스름돈은 껌
11월 8일 수요일

중국비자가 나왔다. 우여곡절 끝에 나왔으니 그래도 반갑다. 환전도 했다. 평양은 유로화를 쓴다고 하니 유로화와 달러를 나눠 바꿨다.

지난해에는 전부 달러로 바꿔갔었는데 물건을 살 때마다 환율을 따져 계산을 했어야 했던 것이 생각났다. 특히 환산을 하다가 1달러 이내의 아주 약간의 거스름이 남을 경우 우린 그냥 쉽게 그 돈을 안주고 받는 경우가 있는데 북측은 계산이 아주 철저하다.

1달러 이내의 돈은 기념품을 사기에도 어려울 정도로 작은데 북측에서는 그 돈을 절대 그냥 받지 않고 껌을 대신 준다. 환율을 철저히 따져 남은 돈이 조금 크면 껌 2개, 작으면 껌 1개를 준다.

향긋한 그 껌을 기념 삼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었는데 친척 동생들이 와서 다 씹어버려 어찌나 속상하던지...

이번에도 껌을 줄까? 유로화도 바꿔가지만 꼭 달러도 써 이번엔 어떻게 대처를 할지도 궁금하다.

북측미녀, '그 말 믿습니다'
11월 9일. 목요일. 맑음

휴가를 떠나기 전에 해야 할 일이 많아 정신없이 보내다보니 당장 내일 출발인데도 전혀 멀리 떠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직 떠날 짐도 하나 싸지 않았으니까. 가긴 가는 건가?

농활이나 모꼬지 갈 때보다도 준비가 덜 한 듯하다.

방북교육 때 ‘방북하시는 분들은 특히 모두들 우리 남측의 대표라는 마음가짐을 항상 하시라’ 했는데...흠~ 옷도 한 벌 안 샀으니...

대통령이나 수행원들은 해외나 북측을 방문할 때 원래 입던 옷을 입고 갈까? 아니면 새 옷한 벌 사 입고 갈까?ㅋㅋㅋ

그래도 북녘 분들을 믿는다.

지난 번 금강산에 갔을 때 안내원 아저씨가 “여기 미스코리아들이 왔었는데(2001년도인가 손태영이 당선됐을 때) 삐쩍 마르고 키는 장대처럼 커다란 것이 볼품 없더라”며 (나를 향해) “이 정도는 돼야 북측에서 미녀로 통합니다. 남자들이 줄을 나래비로 서갔구만” 했다.

물론 친구들은 “야 이젠 북측 분들도 접대용 말씀도 잘하시고 금강산 안내원 분들 닳고 닳았다”고도 했지만 당시 나의 별명은 ‘북측미녀(북측에서만 통하는 미녀)’였다.

서울에서 평양까지 택시요금 5만원...

광주보다도 훨씬 가까운 평양, 우리 원래 가까운데 갈 땐 별 준비를 않는 것처럼 내가 평양을 참 가깝게 생각하나보다.

비행기 시간이 바뀌었다고 연락이 왔다. 저녁 7시30분 비행기로 인천 공항에는 5시까지 도착해야한다. 중국 항공사 측에서 일방적으로 취소시켜 시간이 바뀌게 되었다니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는지...

어쩔 수 없이 들르는 거지만 그래도 이왕 북경에서 1박을 하는 만큼 택시를 타고 나가서라도 중국 민주화의 상징격인 ‘천안문광장’을 한 번 보고 거리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오라는 선배 언니의 조언에 일행과 함께하는 일정이 없다면 그럴 참이었는데...

바뀐 비행기로는 저녁에 북경에 도착해 다음날 아침 일찍 평양에 들어가는 일정을 무리 없이 소화하려면 호텔에서 푹 쉬는 게 좋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평양 일정을 위해서라면 쉬어야지 하면서도 혹시 가능하다면? 하는 생각도 든다. 히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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