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상봉(한국청년단체협의회 전 의장)

『하늘길 땅길 바닷길 열어 통일로』, 통일노력60년 발간위원회 편, 다해
『민경우가 쓴 통일운동사』, 민경우 지음, 통일뉴스


통일의 역사에서 2005년은 각별한 해였다. 분단 60년이라는 세월의 무게감이 그렇고, 6.15시대가 한 단계 비약을 이루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런 시대 발전에 부응하여 지난 역사를 정리한 통일역사 책 두 권이 2005년 세밑과 2006년 벽두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출간되었다. 하늘길 땅길 바닷길 열어 통일로』(이하 [통일로])와 민경우가 쓴 통일운동사』(이하 [통일운동사])가 그것이다.

관변에서 일탈한 또 다른 시각

▶ '하늘길 땅길 바닷길 열어 통일로' 표지.
변변한 통일역사서 한권 없는 현실에서 [통일로]와 [통일운동사]의 발간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통일로]와 [통일운동사]는 통일역사서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관점과 접근방법으로 통일의 역사를 조망하고 있다.

[통일로]는 통일부의 기획과 지원에 기초하여 발간된 책이다. 총론에서 밝힌 이 책의 발간 의도는 “광복과 분단 60주년을 맞아, 이 책에서는 지난 세월 우리 정부와 민간이 보여준 통일노력을 시기별로 구분하여 평가”하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통일로]는 “정부와 비정부의 노력을 모두 포함”한 통일노력(통일정책과 대화)을 서술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통일로]의 가장 큰 특징이자 미덕은 지난날 정부부처가 발간한 이런 류의 서적들과 달리 반공, 반북적 관점이 아닌 화해와 교류협력에 맞추어져 있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통일로]는 하나의 일탈이고 파격이다.

세계관이 바로서야 세상이 올바로 보인다

반면 [통일운동사]의 저자인 민경우는 범민련 남측본부와 통일연대 사무처장으로 일했던 실천의 연속선상에서 쓰여 졌다. 저자는 감옥이라는 제한된 상황에서 이 책을 집필하게 된 동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힌다.

▶ '민경우가 쓴 통일운동사' 표지.
“이 책은 2004년 6월부터 2005년 7월 사이에 1년여에 걸쳐 감옥에서 썼던 글을 모은 것이다. 2003년 12월 1일 구속되었다가 2004년 봄 재판이 끝나가던 무렵 나는 지나 온 과거를 차분히 돌아보고 싶었다. 운동하는 자의 삶이란 시대와 맞물려 있는 것으로 해서 회상할 과거의 핵심 또한 지난 날 내가 정세를 어떻게 인식했으며 통일운동에 어떻게 참여했는가에 있었다.”

저자는 이런 의도에서 1년 넘게 60여 꼭지에 이르는 글을 매주 한편 씩, 출감하기 직전까지 연재하였다. 이런 사정만으로도 [통일운동사]는 단순히 책상머리에서 쓰여 진 무미건조한 통일역사서가 아닌 거친 바다에서 통일의 그물망으로 거둬 올린 실천의 수확임을 짐작케 한다.

이런 의미에서 저자는 “이 책의 특징은 조국통일 문제를 보는 관점과 시각에 있다. 모름지기 세상을 인식하는데서 선차적이고 중요한 것은 정보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세상을 보는 관점이 올바른가에 달려있다”고 당당하게 고백한다.

통일역사를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

지난 60년, 통일의 역사는 어떻게 구분될 수 있을까. [통일로]에서는 지난 60년의 역사를 다음 세 시기로 구분한다.

제1기는 ‘분단확정기’이다. 누구나 짐작하듯이 1945년 8.15해방으로부터 정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 7월 27일까지가 이 시기에 해당한다.

제2기는 ‘냉전기’로 1954년부터 1987년까지이다. 통일로에서는 이 시기를 냉전 1기(1954-1970)와 냉전 2기(1971-1987)로 구분한다. 이렇게 구분하는 기준점은 7.4공동성명이 발표된 1970년대 초반의 대화국면이다.

제3기는 ‘탈냉전기’로부터 현재까지이다. 이 시기는 세 개의 소시기로 구분하는데 탈냉전 1기는 7.7선언과 남북합의서가 발표된 1988년에서 1992년까지이다. 탈냉전 2기 김영삼 정권시기이다. 탈냉전 3기는 김대중 정권이 수립된 1998년부터 6.15공동선언 발표를 거쳐 현재에 이르는 기간이다.

이렇게 [통일로]는 제3기로 지나 간 60년을 반추한다. 반면 [통일운동사]는 명시적으로 60년의 통일운동사를 시기구분하고 있지 않다. 다만 저자는 분단과 통일의 분수령을 이룬 시기를 7.4공동성명이 발표된 1972년으로 꼽고 있다.

저자에게 1972년이 중요한 해로 평가되는 이유는 7.4공동성명을 통해 조국통일 3대원칙이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통일운동사]의 출발점은 1945년 8.15가 아니라 1972년 7.4공동성명부터이다.

[통일로]가 7.4공동성명에 대해 ‘대화 없는 대결’에서 ‘대화 있는 대결’로 평가했던 것에 비한다면 [통일운동사]는 그 의미를 매우 각별하게 평가한다. 여기서 [통일운동사]의 저자가 각별하게 평가하는 자주의 원칙에 대한 설명의 일부를 인용해 본다.

“첫째, 민족자주의 사전적 의미는 남북이 민족문제를 자기 이익에 맞게 주체적으로 해결한다는 뜻으로 여기에 국제협력과 모순되지 않는다는 따위의 군더더기를 붙이는 것은 일종의 사족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미국의 입지를 보호하고 냉전수구세력의 공격을 피해가기 위한 일종의 정치적 행위이다. 그 만큼 남에서 미국의 존재는 민감하고 신성한 주제이다.

둘째, 민족자주와 국제문제 특히 한미동맹을 균형 있게 고려하더라도 전시작전 통제권, 핵우산, 북을 겨냥한 군사훈련 따위는 그 수준을 한참 넘는 것이다. 민족자주와 국제협력을 함께 고려하는 열린 민족주의를 주장하더라도 실제 한반도의 현실은 그에 훨씬 못 미쳐 있다.

셋째, 민족자주의 문제가 논란이 되는 근본 이유는 통일문제를 포함한 우리 민족 또는 한국 사회의 진로와 관련이 있다. 민족자주의 관점에서 남측은 시종 수세에 있었는데 이는 남측의 주류 사회가 조국통일 3대원칙이라는 원칙적인 입장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차원에서 미래를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책의 성취, 그리고 아쉬움

[통일로]와 [통일운동사]의 성취는 발간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적지 않다. 분단역사가 아니라 통일역사로서 지난 60년의 역사를 정리한 변변한 책 하나가 없는 실정에서 두 책의 발간 그 자체로서 의미 깊다.

[통일로]의 경우 관변하면 반공 반북으로 일관되었던 입장에서 탈피하여 민족화해와 교류협력의 관점에서 통일논의를 조망한 것은 진일보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통일로]에는 그동안 남북 당국 간의 통일대화의 역사가 비교적 소상하게 기술되고 있는 점은 돋보이는 대목이다. 가령 70년대 초반 남북대화를 주도한 이병용 대한적십자사 총재특보라든가, 80년대 중반 남북정상회담을 비밀리에 추진한 박철언 전장관이라든가, 89년 한민족통일공동체방안을 입안한 이홍구 전장관 등의 인터뷰를 곁들인 것은 남측 당국의 정책을 보다 소상하게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이러한 긍정성에도 불구하고 ‘교류협력’의 관점에서 쓰여 지는 역사인식의 평면성은 [통일로]가 안고 있는 가장 큰 제약성이다. 다시 말해 ‘교류협력’에서 [통일로]가 쓰여 지다 보니 미국의 투 코리아 정책에 기초한 대한반도 정책이 생략되는 등 근본적인 결함을 안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통일로]는 민간통일운동의 일부를 수렴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통일운동의 주류를 형성해온 학생들의 통일운동이나, 범민족대회와 범민련으로 상징되는 자주통일운동에 대한 기술은 인색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통일운동사]의 경우 [통일로]가 생략하고 있는 자주통일운동의 역사와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을 전면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신선하다. 특히 80년대 말 대중적인 통일운동과 남북합의서 채택, 그리고 90년대를 관통하여 6.15공동선언에 이르는 과정은 이 책이 거두고 있는 가장 싱싱하고도 돋보이는 성과이다.

그럼에도 [통일운동사]에서 느끼게 되는 아쉬움은 1972-2005년이라는 책 표지에서도 보여 지듯 1945년에서 7.4공동성명이전까지의 역사가 생략되었다는 것이다. 이것 자체로 [통일운동사]는 온전함을 획득할 수가 없다.

다음으로 [통일운동사]에서 발견되는 아쉬움은 70년대와 80년대의 통일역사가 많은 부분 생략되었다는 점이다. [통일운동사]가 90년대의 통일운동사를 소상하게 분석한 반면, 70-80년대에 대한 통일운동에 대해서는 매우 인색하다. 예컨대 7.4공동성명이 발표될 수밖에 없었던 시대 배경이나, 80년대 중반 유성환 의원의 통일국시 발언, 그리고 전두환 정권 하에서 비밀리에 추진되었던 남북정상회담 등과 관련한 내용이 빠진 것은 못내 아쉬운 대목들이다.

“감옥이란 생각보다 고독하고 외로운 곳”에서 저자는 토요일과 일요일을 이용하여 대학 노트 10쪽 분량의 글쓰기를 목표로 시간을 ‘죽였다’고 한다. 그 만큼 [통일운동사]는 투철한 역사인식과 실천의 소산이다.

모쪼록 그 때의 투철한 자세로 아쉬운 대목들을 보충하는 작업이 지속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민족문제와 신자유주의에 대항하기 위한 담론 정립에 매진하겠다는 저자의 포부가 6.15시대의 변혁을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해갈의 기쁨으로 다가서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