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을 향한 남북노동자 한마음 과시

이계환 기자(khlee@tongilnews.com)


▶`김정숙 휴양소` 앞 운동장에서 열린 `남북노동자 5.1절 통일대회` 본행사
 (사진 - 통일뉴스 이계환기자)

분단 이후 민간단체로는 최대 규모인 `남북노동자 5.1절 통일대회`가 `김정숙 휴양소` 앞 운동장에서 열려, 한국노총, 민주노총, 조선직업총동맹(직총) 소속 노동자 1,300여명의 통일열기가 금강산 자락을 뜨겁게 달궜다.

이번 행사의 주요 내용을 일정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방북 1일차(4월 30일)

한국노총,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통일방북단 600명이 서울 부산 광주 등 전국 각지에서 16대의 통일버스를 타고 새벽과 아침을 달려 속초항에 도착한 시각은 대략 오전 11시에서 12시.

현대속초항여객터미널 앞 광장에서 방북 사전집회를 하던 노동자 방북단은 오후 1시경 방북불허로 초미의 관심을 끌던 민주노총 이규재 방북단장이 나타나자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규재 단장과 민주노총 지도부가 플래쉬 세례를 받으며 승선수속 프론트에서 절차를 밟으려 하자 현대상선측으로부터 `통일부에서 넘어온 방북자 명단에 애초부터 없었다`는 답변을 얻자, 민주노총 관계자들은 `집단적으로 방북신청을 했는데 개인적 차원에서 다루면 되느냐`며 거칠게 항의했다.

이어 2시경 터미널 앞 광장에서 `이규재 방북단장 방북허가 약식집회 및 보고대회`가 긴급히 열렸다.


▶속초항터미널 앞 광장 약식집회에서 노수희 전국연합 공동의장이 정부의
이규재 민주노총 방북단장 방북불허를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이계환기자)
            

노수희 전국연합 공동의장과 김규철 범민련 남측본부 부위원장은 이번 남북노동자 5.1절 통일대회의 역사적 의의를 강조하고 정부가 이규재 방북단장의 방북불허를 철회할 것을 강력히 규탄했다.

2시 30분경 한국노총 권원표 방북단장과 민주노총 이규재 방북단장은 터미널 안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가졌다.

권원표 한국노총 방북단장은 `뜨거운 통일열망과 비통한 심정을 함께 안고 방북길에 오른다`는 내용의 방북성명서를 발표했으며, 민주노총 이규재 방북단장은 방북불허와 관련한 자신의 심경을 밝히면서 "이번 노동자통일대회는 남과 북 세 단체가 약속한 사항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우리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조합원 동지들이 승선을 하고 나도 승선을 하겠다"며 승선투쟁을 선언했다.

이어 세관검사장을 사이에 두고 전경과 노동자 방북단 간의 격렬한 몸싸움이 진행됐으며 `방북 허용` 구호가 터져나왔다.

3시 30분경. 세관검사장 앞에서 전경과 대치한 상태에서 이규재 단장을 비롯한 노동자 방북단은 연좌 농성을 벌였다. 이때부터 민주노총 방북 대표단들은 구수회의를 통해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세관검사장 안에서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는 이규재 방북단장.
(사진 - 통일뉴스 이계환기자)


2시간 넘게 승선투쟁과 연좌농성을 벌이던 중 민주노총 방북 대표단 사이에서 `첫째 남과 북이 합의한 것은 지킨다. 둘째 이로 인한 문제는 방북후 민주노총 지도부와 방북 대표단 간에 해결한다`는 논의 요지가 나온 것은 4시 50분경.

이어 침통한 표정으로 5시 25분 세관검사장 앞에 다시 나타난 이규재 방북단장은 방북단이 조국통일의 선구자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면서 "지금 승선수속을 밟고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며 승선결정을 내렸다.

2시간에 걸쳐 승선절차와 과정을 밟고 600명의 남쪽 노동자 방북단을 실은 현대 설봉호는 7시 30분 속초항을 출발해 11시 30분에 북쪽 장전항에 도착했다.

장전항 세관검사장에서 북측 직총 관계자들의 영접을 받으며, 남쪽 민주노총 방북단은 타고온 설봉호에 그리고 한국노총 방북단은 선상 호텔인 `해금강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방북 2일차(5월 1일)

남북노동자의 통일 열기가 금강산 자락 온정리 마을을 뜨겁게 덮었다.

한국노총, 민주노총, 직총 등 남북노동자 세 단체 1,300여명의 조합원과 관계자들이 참석해 1일 오전 9시 온정리 `김정숙 경기장`에서 열린 `남북(북남)노동자 5.1절 통일대회`에서, 남북노동자들은 5.1절 본행사와 축하공연, 체육오락경기, 축구시합, 예술공연 등을 통해 통일 의지와 열기를 과시했다.

▶`남북노동자 5.1절 통일대회` 본행사에 참석한 1,300여명의 남북 노동자들
(사진 - 통일뉴스 이계환기자)


노동절 `본행사`에서 북측 직총 최창만 조국통일부장은 개막환영사를 통해 "세계적인 명산 금강산에 북남노동자들이 노동절을 기념하기 위해 모인 것을 환영한다"며 "북남노동자가 6.15북남공동선언을 이행하기 위해 앞장서자"고 말했다.

이어 대회연설은 리진수 직총 부위원장, 권원표 한국노총 방북단장, 정인숙 민주노총 방북단장 대행 순으로 진행됐다.  

노동절 본행사 이후 직총의 `축하공연`이 있었다. 축하공연은 북측 여성노동자의 `여성은 꽃이라네`를 시작으로 모란봉 교예단의 묘기가 펼쳐졌다.

이어 열린 `체육 오락` 경기에서는 남북 노동자가 혼합하여 자주팀과 단결팀으로 나눠 `공 안고 이고 달리기`, `원 안에서 공 안고 달리기`, `밧줄 당기기` 등의 시합이 있었다.


▶남북노동자 혼합팀인 자주팀과 단결팀이 `공 안고 이고 달리기` 시합을 하고
있다.(사진 - 통일뉴스 이계환기자)


오전 행사의 절정은 점심 식사시간이 되자 남측 노동자들 사이에서 북측 노동자와 식사를 함께 하자는 구호 "같이 먹자"가 연호되어 나온 것.

그러나 결국 남북노동자 공동 식사는 애초 일정에 없던 관계로 무산됐다. 남측은 김정숙 경기장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금강산호텔에서 그리고 북측은 경기장 근처에서 식사하기로 되어 있었다.

점심식사 후 `남북노동자 축구대회`부터 열기가 치솟기 시작했다. 스탠드 양쪽으로 나눠 자주팀과 단결팀의 응원이 시작됐으며, 축구경기장 한쪽에서는 북측 여성들이 나와 어깨춤을 추며 남쪽 남성들에게 손을 흔들어 함께 추자며 부르자 남측 노동자들의 쭈빗하는 광경이 연출됐다.

축구시합중 북측 사회자는 계속 "오늘의 경기에서 이기면 뭣하고 지면 뭣하랴"며 이번 행사가 승부에 있지 않고 친목과 단결에 있음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결국 축구시합은 전반전에 자주팀이 한 골을 넣고 후반전에는 단결팀이 한 골을 넣어 일대일로 무승부가 됐다.

이어 열린 `남북노동자 합동예술공연`에서는 참가 세 단체의 문화예술단이 나와 분위기를 한층 북돋웠다. 직총에서는 `까투리타령` `사랑하시라` 등을 불렀으며, 한국노총은 `서울에서 평양까지`를 그리고 민주노총에서는 노래패 희망새가 `벽을 허물고 만나요` 등을 불렀다.

공연 중에 사회자는 긴급사안이라며 범민련 남측본부가 보낸 남북노동절행사 축전 전문을 낭독하기도 했다.


▶북측 공훈배우 오송희씨가 무대 아래로 내려와 `휘파람`을 열창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이계환기자)


공연 말미 북측 공훈배우 오송희가 연두새 한복을 입고 나와 `통일아 너를 부르며`를 열창하자 분위기는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오송희는 특히 남측 노동자로부터 `한번 더`를 두 번이나 요구받고 두 곡을 더 불러 인기를 독차지했다.

폐막식과 함께 시작된 남북노동자들이 어깨에 손을 이고 만든 통일열차 놀이를 하면서 분위기가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헤어지기 싫은 듯 한데 엉킨 남북노동자는 어깨에 얹은 손을 놓지 않았다.

이번 노동자 통일대회의 절정은 북측 노동자들이 경기장 무대쪽에서 정문까지 두 줄로 서고 그 사이를 남쪽 노동자들이 나오면서 이별의 정을 나눌 때였다.


▶`우리 다시 만나요` (사진 - 통일뉴스 이계환기자)


이때부터 북측은 물론 남측 노동자들은 아쉬움과 한 핏줄을 확인하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남북 노동자는 서로 손을 잡고 `또 만납시다` `통일이 되면 다시 꼭 만나요`하며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어느 남북 여성노동자는 그 사이에 정이 든 듯 눈물을 펑펑 쏟으며 잡았던 손을 오랫동안 놓질 못했다.

▶북측 여성 노동자가 남측 노동자 방북단을 보내면서 이별의 아쉬움에 울음을
터뜨렸다.(사진 -  통일뉴스 이계환기자)


방북 3일차(5월 2일)

아침 일찍 남측 노동자 방북단은 구룡폭포 관광을 했다. 보슬비가 내리고 안개가 낀 날씨였음에도 관람객들은 금강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담기에 바빴다. 관람객들은 이구동성으로 "물이 참 맑고 쓰레기 하나 없다"며 탄성을 질렀다.

구룡폭포 관광에는 북측 직총 리진수 부위원장 등 간부들이 동행했다. 금강산 관광을 마치고 노동자 방북단은 오후 2시경 장전항을 출발해 6시 속초항에 도착했다.

선상에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각각 남북노동자 5.1절 통일대회 평가와 마무리 집회를 가졌다.

6시 30분경 속초항터미널 안에서 양대노총 방북단은 합동 해단식을 가졌다. 해단식에는 서울에서 환영나온 이종린 범민련 남측본부 상임의장, 오종렬 전국연합 상임의장, 이천재 서울연합 의장, 방북불허로 노동절 행사에 가지 못한 이규재 민주노총 통일위원장과 한국노총 이정식 대외협력본부장 등 지도부가 참여했다. 민주노총 지도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5월 2일 저녁 6시 30분경 속초항 터미널 안에서 열린 노동자통일방북단 해단
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는 이종린 범민련 남측본부 상임의장.
(사진 - 통일뉴스 이계환기자)


2박3일간의 방북일정을 마친 노동자들은 귀향버스에 몸을 실으며, 사업장에 돌아가 보고대회를 통해 북측 노동자의 통일의지와 환대를 조합원에게 알리겠다며 아직 들뜬 기분을 억제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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