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그의 화려한 변신. 드디어 ‘색깔공주’로 ‘커밍아웃’ 했다. 18일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밝히라는 기자회견에서 도리어 자신의 정체성이 그만 탄로나고 만 것이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주장이 “색깔논쟁이 아니다”고 했는데, 4.19정신과 광주 5.18정신에 ‘만경대 정신’을 연결시키는 것이 색깔론이 아니고 무엇인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나라의 근본을 부정하는 세력이 거리거리를 활보하며 북한체제를 찬양하며 선동하는 일만은 반드시 막아낼 것이다”라는 문구가 지긋지긋한 색깔론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그의 연설문에는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자유민주주의, 국가보안법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그가 그렇게 지켜내고 싶어 하는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자유민주주의의는 도대체 무엇인가?

그가 우려하는 것은 ‘진정한 자유민주주의’인가보다. 그가 우려하는 강정구 교수의 견해는 그가 그토록 고무.찬양하는 ‘국가보안법 체제’ 하에서는 문제조차 되지 않았다. 그냥 감옥에 처넣고 고문해서 간첩으로 만들면 그만이었다.

군부독재 정권의 든든한 보디가드인 국가보안법의 서슬퍼런 탄압을 뚫고 우리는 이제야 차이를 인정하는, ‘냉전의 그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진정한 민주주의의 토대를 마련했는데, 이를 ‘정체성’이라는 기괴한 논리로 팔아먹는 한나라당의 주장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냉전시대에 용납되지 못했던 주장 하나로 민주주의의 정체성은 흔들리지 않는다. 과거 독재정권의 반민주 행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4.19와 5.18, 6.10항쟁으로 면면히 이어 내려오는 튼튼한 민주주의의 토대를 마련하지 않았는가. 우리 사회의 민주화의 역사 속에서 한나라당은 과연 자유민주주의를 언급할 자격이 있는가.

한나라당이 정체성을 운운하며 사회 불안을 조장하는 억지 주장을 펼치는 것이 오히려 국가 정체성을 흔드는 행위가 아닐까? 국가보안법 체제 회귀와 과거 회귀 시도는 이제껏 피땀 흘려 이룩해온 자유민주주의의 전면 부정으로 국가 정체성을 뒤흔드는 행위라는 말이다.

이와 더불어 강재섭 원내대표의 ‘과거’ 발언은 점입가경으로 국민을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뜨리게 한다. 강 원내대표는 지난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노무현 정권은 그간 과거에만 매달렸다. 분열만 일으켰다”고 말했다.

그렇게 국가보안법에 대한 향수를 간직하면서 과거로 회귀하고 싶어 하는 집단이 도리어 ‘노무현 정권이 과거에 매달려서 국민을 분열시켰다’고 말할 수 있는가. 일관되지도 않고 좀처럼 이해할 수도 없는, 국가정체성을 팔아먹는 한나라당의 매국행위는 중단돼야 한다.

‘강정구 교수 사건’과 이에 법무장관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수사 지휘권을 행사한 것에 대해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떠드는 보수언론의 나팔수처럼 ‘한 건 잡았다는 식’으로 국민을 혼란에 빠뜨려서는 안 된다.

바야흐로 우리 시대는 냉전을 청산하고 남북간 민족화해와 협력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 대세는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도도한 흐름이다. 차라리 한나라당은 ‘전향’을 선택해서 건강한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는 야당 본연의 임무를 수행해야 할 것이다. 케케묵은 ‘반공논리’와 억지 주장은 이제 역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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